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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여자들, 날 지각하게 하려 천천히 걸어” 황당 주장


경찰 발표로 본 조현병 증상

| “여자가 음해해 주방보조로 옮겨”
경찰 “명확한 근거 없는 피해망상”
2008년부터 1년 이상 씻지도 않아
올부터 약 안 먹고 3월 가출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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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한 외국 여성이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아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발표했다. [뉴시스]

“여자들이 지하철에서 어깨를 치거나 내가 지각하게 하려고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여자가 담배꽁초를 던지기도 했다. 사소한 일은 다 참았지만 여자가 나를 음해해 서빙을 하다 주방보조로 옮기게 됐다.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느꼈다.”

서울 강남역 인근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4·구속)씨가 경찰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경찰은 “명확한 이유 없이 피해망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묻지마 범죄’ 중 하나로 조현병(정신분열증) 유형에 해당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아무 연고 없는 여성을 살해하기까지 김씨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중학생 때부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2008년부터는 1년 이상 씻지 않는 등 자기관리 기능이 손상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다음 해인 2009년 나이트클럽에서 가방을 훔쳤다가 들키자 폭력을 휘둘러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씨가 지난 5일부터 사건 발생 당일까지 일했던 식당의 직원은 “김씨와 열흘 정도 같이 일했지만 말이 없어 대화를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없던 김씨는 지난 1월 마지막 입원치료 후 약을 복용하지 않아 증상이 심해진 걸로 추정된다. 외동아들인 김씨는 부모와도 갈등을 빚다 지난 3월 집을 나와 건물 계단 등에서 노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가족들은 가출·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평소 생활에서 이상한 행동이나 공격성을 드러내진 않았다. 식당에서 김씨를 채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건 직후 유치장에 수감된 김씨를 본 한 경찰 관계자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 치고는 별로 동요하는 모습 없이 잠도 잘 자고 진술도 덤덤하게 해 다른 살인 피의자들과는 어딘가 좀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 분석 결과 원래 김씨의 피해망상은 특정 성별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4년 한 신학원에 다니면서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이 생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당시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를 면담한 한 프로파일러는 “김씨가 지난 5일 서빙을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7일 식당 주방보조로 옮겼는데 이를 여성의 음해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 범행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 관계자들은 “고객들이 몇 번 위생 상태에 대해 매니저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씨에게 직접 불만을 말한 적은 없고 김씨에게 위생 상태를 이유로 주방에 가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17일 오전 1시7분쯤 식당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피해자 A씨(23·여)를 살해했고 9시간 뒤 범행 현장 인근에서 체포됐다. 김씨가 익숙한 곳을 범행 장소로 택하고 범행 이후에도 정상 출근한 것 등도 ‘묻지마 범죄’ 패턴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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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김씨의 주장과 범행 과정 등을 토대로 “여성 혐오로 인한 증오범죄는 아니다”고 결론 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이상경 경사는 “증오범죄는 특정집단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들을 공격하는 것에서 시작되는데 피해망상 때문에 반감을 갖고 공격하는 것은 범죄학적으로 증오범죄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가 ‘특정 민족이 우리나라를 망친다’는 망상에 빠져 해당 민족 사람을 살해했다면 인종 혐오 범죄가 아니라 정실질환에 의한 범죄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경찰 면담에서 “일반적인 여성들에 대한 반감이 없고 여성 혐오자도 아니다”며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여성에게 실제적인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범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더 이상 당하고만 있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아 먼저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말하는 ‘실제적 피해’ 역시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윤정민·김준영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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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