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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내 얘기여” 칠순의 모노드라마

어, (큰딸) 은하냐? 그래, 밥은? 사 먹는 건 몸에 안 좋다니까. 바빠? 아 그래 나도 나갈 일 있다. 얼른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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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남 할머니가 22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모노드라마 ‘내 이름은 청춘’에 출연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남편을 잃고 연극에 빠져든 자신의 사연을 연극으로 표현했다. [사진 채윤경 기자]


22일 오후 2시30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 어두운 무대 위로 칠순 할머니의 목소리가 텅텅 울렸다. 모노드라마(일인극) ‘내 이름은 청춘’의 주인공 신분남(70)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자신의 실제 스토리를 연극으로 구성해 관객에게 선보였다. 15분간 독백만으로 채워졌지만 관객 200여 명을 사로잡았다.

청춘제 무대서 갈채받은 신분남씨
“4년 전 남편과 사별 뒤 연기 시작
여러 인생 살다보니 청춘 되찾아”


신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남편 장용태(사망 당시 73세)씨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뒤다.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할머니는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할머니는 당시 심경을 이런 대사로 표현했다.

“나도 모르게 바닥이 닳도록 몇 번씩 걸레질을 해대고 있더라고. 뭘 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외로움은 점점 커지기만 하니….”

그런 신 할머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게 연극이었다. 시누이가 연극을 권했다. 무대에 서는 것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할머니는 어렵게 용기를 냈다. 부산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연극을 배우면서 할머니의 삶도 달라졌다.

“참 묘하대. 아가씨 역도 해보고 할아버지 역할도 하다 보면 청춘이 된 것 같아. 밤새 대사를 외우고….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해내더라고.”

지난 4년간 할머니는 ‘흥부전’ 등 각종 연극을 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다. 손녀딸 장은혜(8)양은 할머니의 대본 연습을 돕는다. 장양은 “할머니는 멋진 연극 배우”라고 말했다. 이날 신 할머니가 연기한 모노드라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16 청춘제 무대의 일환이었다. 할머니는 네 차례나 얼굴을 바꿔가며 연기했다. 흰 모시 저고리에 풀색 치마를 입고 연극에 빠지기 전 모습을 연기했고, 회색머리 가발을 쓰고 남편을 찾아 길을 나서는 모습 등을 표현했다.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내 얘기 들어보실라요”라는 대사에 관객들은 “어서 해보소”라고 호응했다. 남편의 죽음을 회고할 때는 일부 관객이 깊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대사는 청춘에 대한 예찬이었다. 신 할머니는 상기된 표정으로 객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청춘! 두 글자만으로 설레는 이름을 연극을 통해 되찾았습니다. 계속 즐기겠습니다.”

채윤경·서준석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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