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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땐 한·미 FTA 재협상 해야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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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오바마는 미국의 산업을 갉아먹고 많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날려버리는 협정에 서명했다. 매우 나쁘고 매우 황당한 협정이다.”

전문가 6명중 4명 “미리 대비를”
2명은 “미 정부 차원 무역보복 우려”
TPP 중단은 실현 가능성 낮게 봐
정부·수출기업 사전대응 주문


도널드 트럼프가 쓴 책 『이젠 거칠어져야 할 때(Time To Get Tough)』 맨 앞 장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트럼프가 ‘매우 나쁘다(so bad)’고 지목한 조약이 바로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 책이 나온 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이행 법안에 서명하고 바로 두 달 뒤인 2011년 12월이다. 책이 나오고 5년이 지나 트럼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부동산 재벌’에서 ‘미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FTA를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다음으로 미국에 많이 수출하는 한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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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통상 전문가 6명에게 트럼프의 FTA 재협상 공약에 대해 물었다. 4명이 “만약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재협상이나 추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공약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란 분석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협상력이 약한 멕시코나 한국과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한 나머지 2명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방식의 무역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 동의없이 행정부 권한으로 휘두를 수 있는 보호무역 조치가 많기 때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미 FTA 이행 점검을 통한 무역 보복은 가능하다”며 “전통적인 반덤핑, 상계관세뿐만 아니라 기술표준, 위생검역 기준 등을 엄격히 적용해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에 제동을 걸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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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중단, 중국 대상 45% 관세 같은 트럼프의 다른 통상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오히려 낮게 봤다. TPP 중단 대신 “의회와 연합해 비준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쓸 것”(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허윤 원장)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중국을 겨냥한 45% ‘관세 폭탄’도 중국의 강력한 무역 보복 우려로 미국 차기 정부가 쉽사리 꺼내들 수 없는 카드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통상공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계층은 사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 계층”이라며 “예를 들어 월마트에서 5달러에 샀던 중국산 스니커즈를 8달러에 사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 진영 역시 이런 ‘정치적 진실’을 표 때문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진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정부와 수출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이날 내놓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전망과 미국이 활용 가능한 보호무역 수단’ 보고서에서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표출된 자유무역 반대 여론에 따라 향후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가 일정 정도 보호무역주의 방향으로 수정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대응책으론 ▶대미 수출은 물론 수입 확대까지 고려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모색▶상품 중심에서 탈피한 ‘상품+서비스’ 수출로 체질 개선 등을 꼽았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통상당국이나 의회가 문제 삼은 통상 현안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사항은 미리 해결해 차기 정부의 재협상 빌미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통상당국과 수출기업은 한·미 FTA 이행에 있어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만한 것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또 “단기적인 숫자에 급급하지 말고 미국 외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 활로 개척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한 교수는 “한국기업의 대미 투자로 창출된 미국 내 일자리와 미국 경제성장 기여도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분석해 유관 단체에 정보 제공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의 실질임금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실증적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김민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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