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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알파고’와 다른 ‘강 AI’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


2016 퍼스트펭귄 ⑤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

| 청년 때부터 AI 동경한 권 대표
수퍼 컴퓨터 박사 1호 된 후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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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닉스 권대석 대표가 18일 회사 로고가 그려진 문래동 사무실 앞에 섰다. 그는 최근 정확도 90% 수준의 ‘한국어 구문 분석기’ 개발에 성공했다. ‘구문 분석기’는 고성능 인공지능(AI) 개발의 기초가 된다. 그의 꿈은 ‘강(强) 인공지능(AI)’을 가장 먼저 개발해 실업과 환경 같은 난제를 풀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 김성룡 기자]


“세계 최초의 강(强) 인공지능(AI)을 만들어 실업 같은 난제를 풀겠다.” 수퍼 컴퓨팅 전문기업인 클루닉스의 권대석(47) 대표가 제시한 야심 찬 목표다. 이세돌 9단과 겨뤄 승리한 ‘알파고’처럼 바둑·게임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한 것을 ‘약(弱) AI’라고 한다. 반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해법을 찾는 게 ‘강 AI’다.

이런 강력한 AI는 권 대표가 청년 시절부터 그려온 꿈이었다. 그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에이스하이테크시티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수퍼 컴퓨터 사업을 시작한 것도 AI 개발을 동경하던 1990년대 초, 컴퓨터 성능이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클루닉스는 국내의 몇 안 되는 수퍼 컴퓨팅 전문 업체다. 지난 2000년 1월 권 대표를 포함한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현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졸업생 7명이 세운 회사다. 회사 이름인 클루닉스는 클러스터(cluster·집합)와 소프트웨어 개발용 운영체제(OS)인 유닉스(Unix)를 합친 말이다. 일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수퍼 컴퓨터 같은 고성능을 내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회사의 주력 무기다. 이 기술도 권 대표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1998년 박사과정 당시 서울대 곳곳의 컴퓨터 7대를 모아 수퍼 컴퓨터를 만들었다. 이름은 누더기란 뜻의 ‘패치워크(patchwork)’로 지었다. 수퍼 컴퓨터를 구입하려면 수백억 원이 필요했지만 그의 ‘클러스터링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비용이 들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권 대표는 1999년 박사학위도 받았다. 국내 ‘수퍼 컴퓨터 1호’ 박사였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여러 대학과 기관들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사업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기술력은 가졌지만, 창업 초기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수퍼컴퓨팅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그는 “수퍼 컴퓨터하면 기껏 기상청이 날씨 예측을 할 때나 쓰는 컴퓨터를 생각하던 때”라고 했다. 복병은 또 있었다. 수퍼컴퓨팅을 활용한 ‘빅 데이터’ 분석 시장은 무궁무진했지만,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데이터의 공개나 공유를 꺼렸다.

| 분야 가리지 않는 만능 AI로 승부
‘한국어 문장 분석기’ 정확도 90%
“AI 만들어 실업 등 난제 해결할 것”


하지만 꾸준히 우물을 파온 덕에 조금씩 시장이 열렸다. 2013년에는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기술혁신형 중기’로 뽑혔다. 클루닉스는 최근 한국석유공사·가스공사·POSCO·서울대 등과 거래하고 있다. 고객사에 빅 데이터 처리나 시뮬레이션용으로 쓰이는 계산용 수퍼 컴퓨터 ‘테라곤’을 공급하고, 이렇게 공급된 컴퓨터를 수십~수 천명이 동시에 사용하게 돕는 솔루션도 판매한다.

이에 힘입어 들쭉날쭉하던 매출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13년 26억 원이던 매출은 올해 50억 원 이상을 돌파할 전망이다. 회사가 자리는 잡으면서 권 대표가 새롭게 시도하는 제2의 도전이 바로 ‘강 AI’다. 클루닉스 내부에서도 이런 도전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당장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개발이 한참 뒤처진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 ‘스타트업인 클루닉스가 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권 대표는 요즘 하루 16시간씩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그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말한 것처럼 사람의 뇌가 어떻게 구동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요즘 주된 업무”라고 했다. 이어 “남들이 보면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그의 꿈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 권 대표는 최근 정확도 90% 수준의 ‘한국어 구문 분석기’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구문 분석기는 AI가 스스로 언어의 문장 구조를 파악해 질문을 이해하고, 스스로 대답을 완성하는 기능이다. 이는 고성능 AI 개발의 첫 단계로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2013년부터 개발한 ‘엑소 브레인’의 성능(정확도 91.2%)에 육박하면서 미국 IBM의 왓슨(정확도 88.7%)보다 더 나은 성적이다.

권 대표는 “엑소 브레인이나 알파고는 모두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기반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AI이고, 내가 개발하는 건 그것보다 조금 더 인간의 뇌 작동 방식에 가깝다고 추정되는 형식” 이라며 “올 연말 쯤, 개발 성공 여부가 확실히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패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인간과 채팅을 해서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AI를 개발하는 목표로 연구에 매진 중”이라며 “우린 작은 회사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능가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AI 개발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AI를 내 손으로 만들고, 그 AI로 하여금 실업이나 환경문제 등 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토록 하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튜링 테스트=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AI 판별법이다. 튜링은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대화를 나눠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컴퓨터가 의식을 가진 사람처럼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의식(지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인 판별 방법론은 영국 레딩대학교 등에 의해 제시됐다. 영국 레딩대는 30명의 심판진이 컴퓨터와의 대화에 참가해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컴퓨터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AI로 봐야 한다고 했다.

글=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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