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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상 범죄 더는 없어야"…대구에 '강남역 살인' 피해자 추모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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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구시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출구 벽에서 한 여성이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을 쓰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22일 오전 11시 대구시 중구 남일동 아카데미극장 앞.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출구 벽에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8m 길이의 벽 양쪽에 빈 곳이 없을 정도다. 글을 써 붙이려는 사람의 발길은 오전 일찍부터 이어졌다. 학생ㆍ회사원ㆍ고교생 등 많은 여성들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메모지에 글을 적어 붙였다. 남성도 적지 않았다.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이곳이 다시 추모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추모 열기가 대구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1000장이 넘는 메모지나 포스트잇이 붙으면서 피해자를 애도하는 꽃도 쌓이고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애도에서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 남았다’, ‘언제까지 여자가 조심해야 하는가’라는 분노의 글도 있다.
 
 
추모 글을 써 붙인 임희진(29ㆍ여)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희생자를 위로해 주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여고생 김모(18)양은 “이번 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니다. 그날 범인이 마주쳤던 남자들은 해치지 않았다”며 “약한 여성만 겨냥했다는 점에서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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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구시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출구 벽에서 시민들이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을 보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이곳에는 지난 19일부터 추모 글이 붙기 시작했다. 이후 조금씩 늘다가 주말부터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펜과 포스트잇, 메모지를 붙일 수 있는 투명 테이프 등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시민이 가져다 놓았다. 보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추모 글이 늘어나면서 훼손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전 1시25분쯤 한 남성이 벽에 붙여진 글 중 일부를 찢은 데 이어 21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20대 여성은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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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구시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출구 벽에서 시민들이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을 보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도 여성 대상 범죄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 분위기의 확산에 대해 경북대 김규원(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통해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개인주의화한 사회 속에서 소속감을 상실한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공감) 코드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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