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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강유정의 까칠한 시선] 될성부른 감독은 떡잎부터 다르더이다

우리 속담 중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라는 표현이 있다. 농경 사회에서 자라지 않았고, 평소 식물에 손만 대면 조기 사망하는 터라 가급적 식물을 멀리해 왔다. 그래서 떡잎이 어찌 생겼는지도 잘 모르겠으나 그 말의 의미는 안다. 그러니까 재목감은 첫 잎사귀 나올 때부터 잘 자랄지 못 자랄지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에게도 통한다. 첫 영화로 주목받은 감독 중에 근성의 차기작을 보여 준 이들이 많았다. 뒤집어 말해 만든 사람이 궁금하지 않은 영화를 데뷔작으로 내놓는 신인이라면, 두 번째나 세 번째도 그저 그런 영화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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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의 영화 '늑대소년'(2012)

데뷔부터 눈에 띈 두 감독이 5월에 나란히 새로운 장편을 내놓았다. 조성희 감독과 나홍진 감독이다. 조성희 감독의 첫 장편은 ‘짐승의 끝’(2011)이지만, 여기서는 본격적인 의미의 첫 상업영화 ‘늑대소년’(2012)을 들여다보고 싶다. ‘늑대소년’은 언뜻 시대착오적 작품으로 보이기도 했다. 폐병 걸린 소녀와 늑대 같은 소년의 사랑이라니, 어쩐지 ‘트와일라잇’ 시리즈(2008~2012)의 조악한 사본처럼 여겨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늑대소년’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먹는’ 장면. 순이(박보영) 가족의 투박한 밥상과 늑대 소년 철수(송중기)의 먹을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인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이처럼 집요하게 접근한 감독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조 감독에게 먹는 장면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매우 중요한 고증이자 미장센이다.

이는 신작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5월 4일 개봉, 이하 ‘탐정 홍길동’)에서도 발견된다. 꾀죄죄한 두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에도 어김없이 그들보다 더 꾀죄죄한 차림의 밥상이 놓여 있다. 하지만 그 밥상에는 할아버지(박근형)와 아이들의 사랑이 담겨 있고,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의 고단함도 묻어 있다. 무엇보다 조 감독은 여기에 삶의 유머와 웃음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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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홍길동`

‘탐정 홍길동’은 그가 ‘늑대소년’에서 얼핏 내비친 작가적 개성을 맘껏 뽐낸 작품이다. 아픈 소녀가 요양하러 올 만큼 외떨어진 ‘늑대소년’ 속 시골 마을의 정서는, ‘탐정 홍길동’ 속 사라진 마을의 인공성으로 극대화된다. 이 인공적인 측면은 시대적 사실성의 질감과 어우러지며 기묘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래픽 노블과도 다르고, ‘쿵푸 허슬’(2004, 주성치 감독)의 돼지촌과도 다르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독특함은 바로 ‘조성희 월드’의 공간, 조성희라는 감독이 선사한 한국영화의 특이 지점이다.

‘곡성(哭聲)’(5월 11일 개봉)의 나홍진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나 감독의 첫 장편 ‘추격자’(2008)에 대해서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린다. 영화적 환상이나 합의 지점을 넘어 지나치게 끝까지 추격했다는 것에 대한 관습적인 거부감이었다. 갈 데까지 간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그의 개성이다. 나 감독은 영화 속에서 여지를 남기지 않고 소진하며 탕진한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공포다. 밑바닥 깊은 곳까지 인간의 치졸함과 비루함 그리고 욕망을 파헤쳐 공포와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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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얌전한 첫 작품은,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의 첫 작품이 아니다. 비록 만듦새에 흠집이 있어도, 혹은 지나치게 의욕적이라 기우뚱하더라도, 자기가 보여 주고자 하는 무엇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감독이 이름을 걸고 만든 첫 작품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영화, 특히 신인 감독의 작품을 돌이켜 보자. 깔끔하고 세련되며 무난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주인공 얼굴은 기억날지언정, 연출한 사람이 누군지는 그리 궁금하지 않은 영화 말이다. 아니, 심지어 그 감독이 아니라 다른 이가 만들었다 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작품도 있다.

물론 여전히 어딘가 달라 보이는 떡잎을 가진 감독들이 간혹 나타난다. 가령 한국형 오컬트영화(Occult Film·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영화)의 새로운 호흡을 보여 준 ‘검은 사제들’(2015)을 만든 장재현 감독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어쩐지 공산품처럼 비슷비슷한 신인들이 훨씬 더 많은 듯하다. 한국영화에는 더 많은 이종 교배가 필요하다. 이상하고 어색하며 돌출되어도 눈을 뗄 수 없는 에너지, 그런 이질적 충동을 스크린으로 들여오는 게 바로 신인 감독의 몫이자 역할이다. 각기 다른 떡잎으로 무성한 곳이, 곧 다양한 재목이 가득한 숲을 이루는 것 아닐까? 떡잎부터 달라야 남다른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허구 없는 삶은 가난하다고 믿는 서사 신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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