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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중심지 변신 “웰컴 어게인, 코리아”

#1. 항구 방파제를 따라 70m 길이의 대형 굴착 탑을 갖춘 석유시추용 해상 플랫폼이 7척이나 줄지어 쭉 늘어서 있다. 사각다리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의 탑과 탑을 잇는 행렬은 가히 장관이다. 해양 플랫폼 정박 전문 항구로 바뀐 요즈음 라스팔마스항의 모습이다. 하루 생산량 10만 배럴 규모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당하다 보니 그 앞을 오가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모습은 마치 장난감처럼 보인다. 한 척당 정박료만 월 20만 유로(약 2억6000만원)로 수입도 짭짤하다. 비어 있는 항만설비를 활용해 저유가 시대에 가동 중단한 석유시추설비의 ‘주차장’을 자처하고 나선 라스팔마스항의 변신이 놀랍다.



#2. 1960년대부터 한국 원양어업의 본산으로 꼽혔던 이곳에선 이제 한국 어선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항구 안 조선소 도크엔 폐선 절차를 밟고 있는 300t 남짓한 한국 어선 5척만이 엔진을 멈춘 채 덩그렇게 놓여 있다. 한국인 선원묘지, ‘한국 광장’ 등 과거 ‘만선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장소들이 빛바랜 모습으로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어디서도 현지 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 법인세 4%만을 부과하는 조세특례 지역인 이곳을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400여 개의 외국 기업만 북적이고 있다.



한국 원양어업의 본산 라스팔마스를 가다

한국 원양어업의 최대 전진기지였던 라스팔마스가 변신하고 있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그란카나리아섬 북쪽에 있는 항구 도시 라스팔마스는 예로부터 대서양의 길목으로 아프리카·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해상 거점으로 활용돼 왔다. 연간 관광객 1300만 명이 찾아오는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어로 규제의 강화로 수산업이 퇴조하자 라스팔마스는 관광·수산업 위주에서 벗어나 조선·석유시추·해양담수 등 해양 플랜트와 에너지·물류·해양레저의 중심지로 새로 발돋음하고 있다.



부두 길이만 15㎞에 달하는 2300만㎡(약 700만 평) 규모의 항만은 연간 300일 이상의 일조량과 30m 이상의 깊은 수심 자연적 조건을 활용해 크루즈·요트 접안, 컨테이너 하적, 해상 플랫폼 장기 정박 전용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2분마다 한 척씩 하역과 선적이 이뤄지면서 연간 150만TEU를 처리하는 컨테이너항은 서아프리카 최대의 물동량을 자랑한다. 선박 수리 전문업체로 탈바꿈한 아스티칸·RNT 등 중대형 조선소들은 불황 속에 놀고 있는 여객선·화물선·어선의 개조·수리·폐선을 도맡아 연일 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ITC·플로칸 등 현지 기술업체들도 9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 분야 개발에 나서 유럽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심해 탐사용 드론 잠수함, 양식용 미소해조류 개발 등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산업구조를 바꿔 나가고 있다.



이강기 한국해양대 해양플랜트운영학과 교수는 “양국의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국내 부품산업과 현지의 조립산업이 결합한 협력 비즈니스가 이뤄진다면 상당히 효율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법인세 4%만을 부과하는 조세특례 지역 ‘ZEC(Zona Especial Canaria·카나리아 경제특구)’인 라스팔마스는 스페인 본토에선 1050㎞나 떨어져 있지만 모로코와는 10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이런 지리적 이점으로 아프리카 시장을 노리는 미국 애틀랜틱 시냅스사, 노르웨이 오텍사 등 해양산업·소프트웨어·무역 분야 등의 외국 기업이 대거 몰려와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개사뿐이다. 한창때 1만5000여 명에 달하던 교민도 8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오동일 주라스팔마스 총영사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한국 선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한국에 호의적인 사회 분위기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이 이를 교류의 원동력으로 활용해 아프리카·유럽 시장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우구스토 히달고 라스팔마스시장도 “한국의 뛰어난 기술을 많이 배우고 싶다”며 “이제부터는 한국 어선 대신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찾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라스팔마스는 지금 한국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관계기사 8면



 



 



라스팔마스(스페인)=홍병기 기자?klaatu@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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