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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제네바 합의 서명 강석주 사망

강석주 북한 내각부총리(왼쪽)가 2011년 10월 23일 북한을 방문한 리커창 당시 중국 부총리(오른쪽)를 평양공항에서 영접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외교책사였던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20일 식도암으로 사망했다고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77세.


강석주는 1994년 10월 미국과 체결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에 직접 서명한 북한 측 협상 대표였다. 그는 39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영어 전공)과 국제관계대학(불어 전공)을 졸업하고 69년 노동당 국제부 지도원으로 외교업무를 시작했다.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의 저자인 돈 오버도퍼(1931~2015)는 자신의 저서에서 강석주에 대해 “그는 자신만만한 사람이었으며 북한의 다른 고위급 외교관들에 비해 서방에서 일한 경험이 훨씬 풍부했고 솔직하고 적극적이었다”고 회고했다. 94년 제1차 북핵 위기를 다룬 『북핵 위기의 전말(Going Critical)』을 쓴 로버트 갈루치, 조엘 위트 등은 강석주에 대해 “때로 저속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고 그러다가 가끔씩 깜짝 놀랄 정도의 솔직함을 내보이기도 했다”고 서술했다. 예를 들면 강석주는 “우리가 바지를 벗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를 발가벗기려 하느냐”는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자주 했다. 갈루치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 때 강석주의 미국 측 파트너였다.


오버도퍼는 “강석주가 한 번은 미국 협상대표단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고 밝히면서 얼마나 이 소설을 좋아하는지 증명이라도 하듯이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해서 읊기도 했다”고 밝혔다.


강석주는 제네바 합의에 앞서 94년 6월 평양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의 회담에 배석했다. 갈루치는 저서에서 “김일성·카터 회담에서 강석주의 존재는 독보적이었고 김일성에게 제대로 얘기를 하는 사람은 강석주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강석주는 이후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강석주의 사망에 따라 북한 외교 진용은 ‘이수용-이용호’ 라인이 이끌게 됐다. 이수용이 외무상에서 당 정무국 국제담당 부위원장으로 가면서 이용호가 그 자리를 맡았다. 이수용 부위원장은 과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를 지냈으며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이후 후견인 역할을 할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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