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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이씨, 이숨 사기 사건 초기부터 최 변호사에 접근

검찰수사관들이 지난 3일 100억원대 부당 수임료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유정 변호사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지방법원의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여) 변호사의 ‘100억원 수임료’ 파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로펌도 상위 25위까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점에서 개인 변호사로선 상식을 뛰어넘은 돈이다. 중앙SUNDAY는 최 변호사가 수임료로 50억원을 받은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의 수사 기록을 통해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거액의 수임료가 오간 투자 사기극에서 법조 브로커는 기획과 수사·재판 대응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주연이었다.


 


최유정 변호사가 처음 거액(50억원)을 받게 된 계기는 이숨투자자문(이하 이숨)의 실질적인 대표 ‘송창수’ 사건을 담당하면서다. 송창수(40)씨는 ‘인베스트’와 ‘이숨’ 등 2건의 투자자문회사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인베스트 사건은 구직자들에게 취직을 미끼로 100억여원을 받아 챙긴 사건으로, 송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2심에서 피해자들과 합의가 마무리됐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올 초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송씨는 또 지난해 10월 이숨 사기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인베스트 사건 공범들과 20억원에 인수한 투자자문사의 이름을 바꿔 2770여 명에게서 1300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초 인베스트 사건 재판과 이숨 경영 과정의 법률 자문에 응하면서 두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연은 최 변호사가 아니라 브로커 이모(44)씨였다.


‘자칭 남편’ 브로커 이씨 작년 2월 접근 최 변호사는 2014년 군산지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다 법복을 벗었다. 그는 그해 4월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갔으나 8개월 뒤 그만뒀다. 최 변호사와 가깝게 지낸 한 변호사는 “일을 혼자 다한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파이가 작으니 혼자 개업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법원·검찰청사 앞 정곡빌딩에 사무실을 얻었다. 최 변호사의 개업식엔 많은 이가 방문했다. 현직 대법관부터 절친한 동기 변호사들까지 응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랭했다. 가까운 변호사들이 사건을 보내 줬지만 수임에 실패하기 일쑤였다. 인근 로펌 사무장들 사이에도 소문이 퍼졌다. 인근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은 “최 변호사의 수임료가 비싸고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사건을 맡기길 꺼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무렵 브로커 이모씨가 접근했다. 최 변호사의 지인은 “개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접근하자 이씨를 굉장히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2월 무렵부터 안정을 찾으며 활동이 많아졌다”고 기억했다. 이씨는 단순한 브로커가 아니었다. 그는 최 변호사 사무실의 직원을 구하는 일까지 담당했다. 사무직원의 면접을 직접 보고, 이후에는 자신의 지인인 권모씨를 사무장으로 앉히기도 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의 ‘자칭 남편’으로 활동했다. 이씨의 주변 인물들은 최 변호사를 ‘형수님’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씨는 2007년 금괴 밀수사건에서 당시 현직 여성 경찰관과 동거하며 수배정보를 빼낸 전력도 있다. 이씨를 만났던 한 변호사는 “미남형은 아니지만 언변이 뛰어나고 차분한 목소리로 신뢰감을 주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씨는 사기와 조세포탈 등 혐의에 12번이나 연루됐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6번의 처벌을 받았고, 일부 사건은 재판 중이다. 그는 금괴 밀수사건과 관련해 2008년 공무원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자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2012년 강제 송환됐다.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출소한 지 1년도 안 돼 최 변호사를 만났다.


이씨는 최 변호사가 6월 22일 새로 얻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이때 브로커 이씨와 최 변호사의 본격적인 동업이 시작됐다. 최 변호사는 이무렵 이숨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는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12일 당시 송창수 대표가 법정 구속되자 선임계를 냈다.


최 변호사는 항소이유서도 직접 제출했다. 이씨 등은 8월 말 금감원 직원들이 이숨 현장 조사를 나오자 이를 막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업무 방해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금감원 직원들을 상대로 월급 가압류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아 내기도 했다. 송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최 변호사도 1억원을 이숨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브로커가 전직 검찰수사관도 영입 브로커 이씨는 지난해 3월 검찰수사관 강모(49)씨를 찾아 투자자문회사 설립을 제안했다. 강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강씨는 2009년까지 검찰에 근무했다. 피의자에게 술 접대를 받고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씨와 강씨는 5월 서울 역삼동의 이숨 본사가 있는 빌딩 근처 건물에 사무실을 구해 입주했다. 같은 층엔 이숨의 법인영업팀이 들어와 있었다. 이씨와 강씨는 이숨에 6월 15일자로 입사한다. 그들은 각각 법인영업팀의 이사와 상무를 맡았다. 이들은 이숨으로부터 특급 대우를 받았다. 이씨는 최 변호사와 함께 거액의 돈을 별도로 받았다. 이숨 명의의 벤츠 차량도 제공됐다. 강씨는 800여만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이숨 사건에서 강씨는 송씨의 구치소 접견 등 구속 중 편의를 위한 창구 역할을 했다. 송씨의 접견 녹취록을 보면 측근이 “강 상무가 특별접견 등 일을 많이 보는데 좀 챙겨 주래요”라고 하자 송씨가 “뭘 더 챙겨 줘. 5000만원 줬잖아”라고 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송씨의 접견록에 자주 등장하던 강씨는 지난해 9월 이숨의 금감원 현장 조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숨을 떠났다. 강씨는 최근 최 변호사 사건이 불거지며 이숨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잠적한 상태다.


수사팀 구명로비 규명 안 해 아쉬움 최 변호사와 브로커 이씨, 강씨 등이 이숨 대표 송씨 측으로부터 받은 돈은 5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9월 검찰에 체포된 이숨의 형식상 대표 안모씨는 “송 대표를 석방시키는 쪽의 일은 강씨, 이씨, 최 변호사가 모두 맡아서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회사에서 최 변호사에게 준 돈이 27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와 측근들의 구치소 접견록에선 20억원 이상이 현금으로 옮겨 간 정황도 나타난다.


8월 19일 접견에서 “20억원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는 말이 오가고, 8월 26일에는 송씨가 “20억 중 10억만 먼저 만들어 주고 내가 나가야 현금이 만들어진다고 하라”고 말한 기록이 남아 있다. 브로커 이씨는 구속돼 있는 송씨에게 지속적으로 현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송씨는 본인이 석방돼야 현금이 만들어진다며 요구한 돈을 나눠 일주일에 한 번씩 지급하라고 측근들에게 지시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송씨의 지인 신모씨는 현금 10억원을 가방에 담아 최 변호사의 집 앞에서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대여금고에서 8억5000만원의 현금이 포함된 13억여원을 찾아냈다. 수표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수임료로 지급한 것이다. 현금은 앞서 송씨로부터 받은 수임료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돈의 행방은 묘연하다. 일부는 가족에게 사용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정 대표에게 돌려준 30억원을 제외한 70억원 중 지금까지 실체가 확인된 돈은 20억원에 불과하다.


브로커 이씨가 이 돈의 대부분을 들고 잠적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변호사 측의 한 변호사는 “최 변호사가 돈의 행방은 물론 브로커 이씨에 대해서도 함구하는 만큼 이씨가 돈과 주요 증거를 모두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검찰에서 최 변호사는 브로커 이씨와의 관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는 언제 이씨를 만났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숨 사건의 초기부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씨를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최 변호사가 이씨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움직였거나 적어도 이씨의 수상한 행보를 알고도 묵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처음엔 사건을 법률가로서 열심히 처리해 보려 하다가 브로커가 가져오는 수십억원짜리 수임료에 현혹돼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법조 비리를 척결 대상으로 꼽아 꾸준히 수사해 왔다. 하지만 이숨 사건에서 법원·검찰 등에 전방위 로비가 이뤄졌을 정황이 많았음에도 지난해 수사팀이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 때 일부 이숨 관련자가 송씨의 수임료로 20억~30억원을 썼다는 설을 제기했다”며 “진술을 확인하고 계좌 내역 분석까지 했지만 실질 소유주인 송씨가 부인하는 데다 30억원 가까이 되는 돈이 이숨과 송씨 쪽 계좌에서 나간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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