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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감에 힘들었지만 환자 살려낸 건 큰 보람”

단국대병원 이지영 교수가 지난해 병원에 머물며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때를 떠올리며 얘기하고 있다. “한 달 만에 귀가했더니 아이 보는 게 힘들다며 가사도우미도 떠나버렸더라”고 했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5월 20일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는 엄청난 공포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국적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38명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치사율 20.4%). 또 1만6700여 명은 일시적인 격리를 경험해야 했다. 메르스 사태 발생 1년을 맞아 충남 천안의 단국대병원(병원장 박우성) 의료진을 만나 그때 상황을 되짚어 봤다. 이 병원은 메르스 진원지 평택병원 인근에 있어 환자를 많이 받았지만 적극적인 대처로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는 병원이라는 이유로 음식점에서 음식 배달을 거부하고, 택시기사가 병원으로 가자는 임신부 직원의 승차를 거부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지난 18일 천안시 동남구 망향로 진료실에서 만난 단국대병원 감염내과 이지영(42·감염관리팀장) 교수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지만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지난해 급박했던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묻어 나왔다. 이 교수 자신도 지난해 한 달 넘게 집에도 못 들어가고 병원에서 생활하며 5명의 확진 환자를 돌봐야 했다.


이 교수는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온 65세 할아버지는 너무 늦게 이송돼 치료 시기를 놓친 탓에 결국 병실에서 숨을 거뒀다”며 “큰아들이 의료진과 함께 방호복을 입고 임종을 했는데 눈물바다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인인 할머니를 간호하다 2차 감염으로 격리됐는데 할머니를 다시 만나려고 무진 노력을 했지만 허사가 된 것이다.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가 사용한 물품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 단국대병원]


음식 배달 거부에 택시 승차 거부까지단국대병원은 최근 지난해 이 병원의 메르스 대응 과정을 담은 『눈물과 헌신의 71일』이라는 백서를 내놓았다. 병원 측은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인 경기도 평택과 가까운 이곳에서 병원 내 2차 감염을 방지하고 지역사회를 지켜낸 구성원들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백서를 발간했다. 71일은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되면서 준비에 들어간 지난해 5월 20일부터 정부가 비상체제를 종료한 7월 29일까지의 기간이다.


충남 지역 유일의 국가 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단국대병원은 2012년부터 음압시설이 있는 특수병상과 일반격리병상 등을 갖추고 있다. 음압시설은 병실 내 기압을 낮춰 병실의 공기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차단한 뒤 별도 여과장치를 거쳐 배출하는 시설이다. 이 병원은 정부의 확진 환자 발생 발표와 함께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메르스 발생 2주 전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방호복 착용과 소독훈련을 실시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이 병원 한시현(43)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는 “나이 많은 간호사들이 자원해 격리 병실 근무를 시작했고, 한 번 들어가면 일주일씩 그 속에서 지내야 했다”며 “더운 날씨에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참 간호사는 나이로 보면 새내기 간호사에게 엄마뻘이기 때문에 엄마의 심정에서 나온 자발적 행동이었다. 전공의들도 임시진료소 진료 근무에서 처음부터 제외시켰다. 아직은 젊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자가 확인되는 등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전국으로 퍼지던 지난해 6월 1일 단국대병원에도 위기가 닥쳤다. 이날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가 이틀 뒤 확진 환자(33번 환자)로 판정됐다. 이 환자는 평택 지역 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입원했다. 이틀 뒤 확진 판정이 나자 이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직원 등 16명은 즉각 격리 조치됐다. 다행히 이들에게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보건 당국에서는 격리기간을 2주로 정했지만 이 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3주로 연장 운영했다.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단국대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 2500명에 이르던 외래 환자가 900명 이하로 급감했다. 음식 배달과 택시 승차를 거부당했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과감한 장비 투입 활발한 소통으로 해결119번 환자는 35세의 젊고 건장한 경찰관이었다.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고 한때 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지만 폐렴 증세가 계속됐고, 충남 아산의 한 병원을 거쳐 지난해 6월 9일 단국대병원에 입원했다. 결국 이틀 뒤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단국대병원 응급실이 일시 폐쇄됐다. 이 환자는 병원을 전전하는 사이 오른쪽 폐가 크게 손상됐다.


병원 측은 향후 장비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에크모(ECMO) 같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이 환자 병실에 투입했다. 에크모는 체외막산소화장치로 심장과 폐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정상적인 호흡이 어려운 환자의 정맥에서 혈액을 빼내 산소를 주입한 다음 다시 혈관에 주입하는 장치다. 응급의학과나 호흡기내과 의료진도 새벽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환자 치료에 참여했다. 덕분에 119번 환자는 전국 메르스 환자 가운데 에크모를 적용해 성공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의료진은 메르스가 한창일 때는 하루 2차례 정규 회의 외에도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소통했다. 오전 1시에 병원장과 전화 통화를 해 에크모 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 교수 등은 “첫 확진 환자였던 8번 환자(평택 지역 의원 간호사)가 건강하게 퇴원한 뒤 의료진에게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해 왔다”며 “고립감 때문에 힘들었지만 환자를 살려 냈다는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백서를 통해 ▶평상시에도 감염 관리를 위한 음압격리실과 격리 구역 운영이 필요하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이동을 병원이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과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병원의 노력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침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강찬수 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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