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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셰프들 홀린 제주 산·들·바다의 맛

빛깔이 고운 참돔과 고등어를 비롯해 전복·자리돔·표고버섯·산취·잔대 등 제주시 오일장과 동문시장에서 아침에 산 제주산 식재료들

하얏트리젠시 제주 클리프가든에서 열린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첫날 행사


지난달 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홀로 제주 동문시장에 나타나 장을 보는 장면이 SNS에 올라오면서 미식가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무엇이 그를 동양의 작은 섬으로 이끌었을까. 제주가 품고 있는 특유의 식재료와 향토음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의 청정 식재료와 음식문화를 테마로 한 ‘2016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이하 JFWF)이 열렸다. JFWF 조직위원회(위원장 김영욱)가 주최하고 (사)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이사장 정문선)과 제주관광공사(사장 최갑열)가 공동 주관한 행사다. 미국과 하와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스타 셰프 18명을 초대해 제주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만들게 하고 이를 야외 가든파티와 요리시연 행사를 통해 제주 시민과 관광객이 맛볼 수 있게 한 자리였다. 세계적인 요리사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제주의 맛은 어땠을지, 중앙SUNDAY S매거진이 그 현장을 3일간 취재했다.


 


제주의 청정 농·수·축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미식관광 이미지 증대를 위해 기획된 이번 행사에는 18명의 국내외 최정상 셰프들이 참석했다. ‘하와이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창립자인 유로-아시안 요리의 대가 로이 야마구치와 알란 웡을 비롯해 미슐랭 2스타 셰프 조시아 시트린, 아이언 셰프 출신의 일본 셰프 마사하루 모리모토, 요식업계 최고 권위의 상인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를 수상한 토드 잉글리시와 밍 차이, ‘아시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된 오너셰프 제니스 웡 등이다. 한국의 스타 셰프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선 메뉴 개발을 담당한 에드워드 권,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실제 모델인 안효주를 비롯해 류태환·김형규·이찬오·성현아 등이 초대됐고 제주 현지에서 활동 중인 김승민·전관수·이재천 셰프도 참석했다.

제주향토음식명인 1호 김지순 명인과 그의 아들인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장


향토 음식 명인이 ‘산·들·바다의 맛’ 선봬 행사 직전인 11일 오후 본태박물관에서는 육지에서 온 스타 셰프들을 환영하는 디너 파티가 열렸다. 이날 차려진 음식들은 제주 향토음식명인 1호인 김지순 명인이 직접 만들었다. 김 명인은 “먼 곳에서 온 귀한 분들이 제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메뉴와 조리법을 향토식 그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삼방산을 배경으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본태박물관 야외마당에서 뷔페 형식으로 치러진 이날 김 명인이 만든 음식은 총 8가지. ‘산의 맛, 들의 맛, 바다의 맛’이라는 주제로 모두 제주의 제철 식재료를 이용했다.


푸른콩 된장으로 드레싱 소스를 만든 생채 된장샐러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된장 특유의 짠맛 대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돋보였다. 제주에서도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대접한다는 전복양념찜은 쫄깃한 식감과 혀끝에 맴도는 달콤함이 특징. 조시아 시트린과 밍 차이 셰프는 “전복은 익히 알고 있는 식재료지만 제주 전복은 크기가 좀 작고 맛은 훨씬 쫄깃해서 씹는 맛이 좋다”고 평했다.


절인 배추에 감귤 농축액을 곁들여 숙성시킨 감귤백김치는 고춧가루 김치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김 명인은 “제주 음식의 특징 중 하나가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 재배가 잘 안돼서 고춧가루가 귀했고, 그래서 제주 여인들은 고추장 만드는 법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이날 내놓은 톳문어초무침에 유일하게 고추장을 사용한 건 매운맛도 필요할 것 같아서였지 원래 제주식 조리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제주의 양념은 대부분 된장과 간장을 이용하는데 특히 토장을 많이 먹는다. 옛부터 산으로 들로 바다로 일하러 나갈 때도 항아리에서 토장을 퍼서 갖고 간다. 김 명인은 “배고프면 채소 따서 찍어 먹고, 갈증 나면 물에 타서 마신다. 제주 흙으로 얇게 빚어 만든 항아리는 통기성이 좋아 발효시킬 때 나는 된장 특유의 군내도 안 나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수박이나 토마토도 된장에 찍어먹는다”고 소개했다.


한라산에서 4월에 채취한 표고버섯은 말리지 않은 생물이라 살짝 구웠는데도 씹는 순간 즙이 한 움큼 입안을 채웠다. 모자반(제주 사투리로 ‘몸’)과 딱새우·오징어를 곱게 갈아 전을 부친 해물몸전, 흑돼지와 문어·마늘대·브로콜리를 차례로 꽂아 만든 모둠제주산적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식으로는 해·별·달 모양의 떡들이 나왔다. 낑깡에 일일이 칼집을 내고 속에 있는 씨를 뺀 뒤 설탕물에 졸여 만든 금감정과는 해, 미니 새미떡은 달을 닮았다. 지름떡은 별 모양은 아니었지만 제주 사람들에겐 별을 의미하는 떡으로 오래전부터 제사상에 올린 음식이다.


김 명인은 “제주는 양념을 거의 쓰지 않는 단순한 조리법으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끼는 게 특징인데 외국인 셰프들이 그 맛을 잘 느끼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셰프들, 제주 식재료 활용법 알려줘 … “미소와 된장 차이 확실히 알았다” 4~5일의 짧은 일정에서 외국인 셰프들은 해녀체험, 푸른콩된장 만들기 체험도 진행했다. 에드워드 권은 “외국인 셰프들이 특히 된장 맛에 호기심을 강하게 느꼈다”며 “하와이에서 활동하는 알란 웡과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제니스 웡이 ‘그동안 일본 된장인 미소와 한국 된장의 차이가 궁금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고 말할 때 뿌듯했다”고 했다. 또 “우리 레스토랑에서도 매주 제주 딱새우를 생물로 공수 받아 사용하는데 바닷가재보다 단가가 워낙 낮아 외국인 셰프들에게도 딱새우는 아주 좋은 대체 재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심, 저녁 시간을 이용해 외국인 셰프들과 한국인 셰프들은 술잔을 나누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외국인들 입장에선 생전 처음 맛본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제주의 맛, 한국의 맛’을 설명하고 이들 식재료를 어떻게 음식에 활용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은 한국인 셰프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또 제주의 일반 식당인 삼겹살집, 꼼장어 구이집에도 들러 색다른 경험을 했다. 밍 차이 셰프는 자신의 SNS에 꼼장어 굽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그는 “50대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했고 우리가 요리사인 걸 알고 뭐든 배우고 싶어 했다”며 “그게 열정이다. 제주든 어디든, 음식을 사랑하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인 셰프 모리모토 마사하루는 “제주 해산물이 좋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흙돼지 맛에 반했다”며 “삼겹살 지방이 아주 부드럽고 단 맛이 많이 나는 게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모리모토는 이틀 간 제주 음식점을 관찰하면서 한국인이 고추장 소스를 좋아한다는 걸 파악하고 다음날 하얏트리젠시제주 가든파티에서 선보인 자신의 라면요리에 고추장 소스를 얹어내기도 했다. 하와이 셰프 알란 웡 역시 “제주의 흙돼지와 흑우는 고기 자체에 단맛이 많아서 참기름에 소금만 찍어 먹어도 깊은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유쾌한 셰프 조시아 시트린은 “묵은지에 감아 먹는 삼겹살과 소주·폭탄주는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에드워드 권은 “외국의 유명 셰프들에게 우리 식재료를 알리는 게 한식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식문화 트렌드를 만드는 셰프들이 한식까지 만들진 않겠지만 적어도 한국의 맛을 자신들의 음식에 사용하고, 이를 맛본 현지인들이 그 맛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 한식 세계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는 주장이다.

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요리시연회에서 셰프들이 완성한 요리들. (왼쪽부터) 류태환, 마사하루 모리모토, 밍 차이, 제니스 윙, 조시아 시트린, 에드워드 권, 토드 잉글리시 (아래)이찬오, 성현아가 만들었다.


밍 차이 “어제·오늘 요리 시연회 SNS 동영상 이미 140만명이나 봐” 똑같은 식재료를 쓰지만 셰프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 지역적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탄생한다. 제주의 식재료들은 외국인 셰프의 손끝에서 과연 어떤 맛으로 변주됐을까.


18명의 셰프들은 팀을 나눠 총 3일간 하얏트리젠시 제주 야외정원 가든파티, 제주해비치호텔&리조트 그랜드 볼룸 갈라디너, 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 요리시연회를 열었다.


특히 13일 열린 요리시연회는 국내외 셰프 10명이 제주 식재료를 이용해 각자의 요리를 선보이는 특강 행사로 셰프를 꿈꾸는 한라대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에겐 글로벌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두 명씩 짝을 이룬 셰프들은 총 5개 세션으로 나눠 정해진 1시간 동안 각자 개성 있는 스타일로 군침 도는 음식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의 식재료 다루는 법과 조리법도 조언했다.


44년 경력의 하와이 셰프 로이 야마구치는 “요리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식재료에 대한 이해, 소스를 옳게 사용하는 방법, 온도 체크를 꼼꼼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슐랭 2스타 셰프인 조시아 시트린은 흑우 스테이크를 요리하면서 “나는 고기를 구울 때 자주 뒤집어 준다”며 “뒤집을 때마다 고기 표면에 공기가 많이 닿게 되는데 이는 온도를 낮추고 골고루 익을 수 있는 효과를 낸다”고 팁을 알려줬다.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밍 차이와 모리모토 마사하루는 사회자도 없이 둘이 무대에 올라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한 편의 화려한 요리쇼를 연출했다. 특히 밍 차이는 요리 내내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자신과 모리모토가 요리하는 장면을 찍어 SNS상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라며 “좋은 앵글은 중요치 않다. 좀 더 가까이서 요리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생생한 현장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오늘 제주에서 진행한 동영상을 이미 140만명이나 봤다. TV 생방송 하나 찍으려면 25만 달러가 들지만 나의 라이브는 공짜다. 이번에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을 제대로 홍보했다”고 자랑했다. 오래전부터 비빔밥을 좋아했다는 밍 차이는 이번 시연회에서 꿩고기에 고추장 소스를 발라 튀긴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셰프들이 선택한 재료는 다양했다. 로이 야마구치는 흑우와 전복을, 에드워드 권은 딱새우를, 조시아 시트린은 흑우와 제주 영귤·브로콜리를, 토드 잉글리시는 흑돼지와 한라봉을 사용했다. 또 류태환은 흑우와 옥돔·딱새우, 이찬오는 딱새우와 한치·한라봉, 모리모토 마사하루는 흑우와 성게, 밍 차이는 꿩과 레몬을 선택해 각자의 장기인 프렌치·아메리칸·재패니즈 요리를 선보였다. 맨 마지막 세션에선 성현아 셰프가 감귤류와 녹차, 제니스 웡이 백년초 열매와 레몬을 사용해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모든 행사에는 수십 명의 한라대 호텔조리학과 학생들이 보조 요리사로 참여했다. 평소 접할 수 없는 최정상 셰프들의 요리를 직접 옆에서 거들며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들에게는 차후 셰프들의 레스토랑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될 예정이다. ●


 


 


제주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JF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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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