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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만난 이웃 사촌들과 뒷풀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뿌연 미세먼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나마 간간이 내리는 비가 막바지 봄을 일깨워 주려는 듯 잠깐 동안 화창한 하늘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봄날이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더욱 아쉽다. 이수복 시인의 ‘봄비’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요즘은 왠지 황사나 미세먼지가 짙은 풀빛을 서럽게 만드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의 맑은 하늘만큼은 마음껏 즐길 계획이다. 바로 집 근처 헤이리마을에서 열리는 장터에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997년 발족된 헤이리예술마을은 미술인, 음악가와 작가, 건축가 등 여러 예술인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헤이리라는 이름은 파주 지역의 전래농요라는 ‘헤이리 소리’에서 가져왔다. 지금은 상업적인 색깔 또한 많이 스며들어 시대의 흐름을 짐작케 하지만, 앞으로 헤이리만의 특유한 개성이 다듬어내는 아름다운 마을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 믿는다. 어찌 되었든 이런 공간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 간다는 건 기쁜 일이다.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판매할 물건들을 챙겨 차에 실었다. 주로 내 작업들과 관련된 소품이었다.


헤이리마을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물건들을 펼치자마자 장터부터 돌았다. 사실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출보다 지출이 더 많은 하루였다! 하지만 파주에서 작업하는 여러 작가들을 만나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알고 있던 그림책 작가도 있어 놀랍기만 했다.


장터가 끝나고, 오늘 참여한 몇 가족과 함께 우리 집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라 밤이 늦도록 이야기해도 부담 없었다. R. 잉글레제는 말했다. “동행하는 이웃의 길 위에 한 송이 꽃을 뿌려 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찰 것이다!” 비록 길 위에 꽃을 뿌려댈 정도의 낭만은 가지지 못했지만 배웅하는 길에 키우던 다육이를 하나씩 들려 보냈다. 어두운 밤길을 따라 사라져 가는 이웃들의 모습이 왠지 환하게만 느껴졌다.


 


 


이장희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저자. 오랫동안 동경해 온 전원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과 파주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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