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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 반응 좋아 저희도 놀랐죠

뒷줄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영, 이승원, 문웅휘, 김영욱


젊은 현악사중주팀 ‘노부스 콰르텟’이 인터내셔널 음반을 냈다. ‘음향의 명장’이라 불리는 프랑스 아파르테 레이블 창립자 니콜라 바르톨로메가 직접 녹음을 제안해 13일 전세계 동시발매된 ‘Novus Quartet#1’이다. 베베른의 ‘느린 악장’,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1번 ‘세리오소’ 외에 세계 최초 녹음인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과 ‘아리랑’ 등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독특한 레퍼토리 구성으로 화제다.


스스로 “우리 명함과 같은 앨범”이라고 소개하듯 ‘독일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한국인 콰르텟’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구성이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로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14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 뒤 날개를 달았다. 하겐 콰르텟, 벨치아 콰르텟, 아르테미스 콰르텟 등 정상급 현악사중주단을 대거 보유한 글로벌 에이전시 짐멘아우어에 소속된 것.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 뮤직페라인, 한국팀 최초 베를린 뮤직페스티벌 초청 등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현악사중주팀은 이들이 유일하다. 아니, ‘실내악 불모지’인 한국에서 현악사중주팀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솔리스트로서도 각자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김재영(31·바이올린)·김영욱(27·바이올린)·이승원(26·비올라)·문웅휘(28·첼로), 네 남자의 사명감이 남다른 이유다.


 


“도쿄 콰르텟의 뒤를 이어 아시안 콰르텟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어요. 아시아인라는 편견을 깨고 더 크게 나가고 싶은 게 꿈입니다.”(재영)


당찬 포부를 말하지만 아직 프로무대에선 신인이다. 17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참여와 음반 발매를 기념해 귀국한 이들은 직전까지 프랑스 콜마와 오스트리아 린츠 투어를 했고, 다음달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 등 예정된 공연이 빼곡하다. 하지만 아직도 유럽무대에 설 때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진다고.


“요즘 한국인들이 콩쿠르를 휩쓸지만 콩쿠르계와 음악계는 다르거든요. 한국인에 대해 ‘콩쿠르에서 잘 이긴다며’ 정도의 인식이지, 정작 음악계엔 한국인이 많이 없어요.”(웅휘)


“무대에 서면 딱 느껴지거든요. ‘쟤네가 얼마나 할까’. 믿음이 없는 상태죠. 그 표정이 연주 끝나고 달라지면 ‘이겼다’는 생각도 들어요.”(재영)

13일 발매된 첫 인터내셔널 앨범 ‘Novus Quartet#1’


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은 세계 최초 녹음 ‘실내악 불모지’ 한국에서 콰르텟에 도전한 건 맏형 재영의 ‘현악사중주 사랑’ 때문이다. “별로 형님 노릇 하지는 않는데 형의 콰르텟에 대한 열정이 너무 깊어서 믿고 따라요. 성격적으로 리던데 콰르텟에 대한 열정이 별로라면 신뢰가 안 가겠죠.”(승원)


“작곡가들이 개인적인 감정과 스토리를 가장 많이 담은 장르거든요. 그 깊이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한 몸인데 네 개의 활로 연주하는 듯한 소리를 내려니 스트레스도 엄청나요.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건 넷 다 현악사중주에 대한 마음 자체가 정말 순수하다는 얘기에요.”(재영)


같이 하면 외롭지 않고 좋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남다른가요.


“무대에선 그렇지만 연습 때는 외롭고 싶어요. 가장 예민할 때니까요.”(영욱)


“마음대로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죠. 서로 컨디션이 다르고 해보고 싶은 부분도 다르니까요.”(웅휘)


“인간적인 어려움도 있죠. 가족 같은 사인데 가족도 늘 같이 못 있잖아요. 가족이 늘 붙어서 일까지 해야하는 스트레스랄까.”(재영)


그렇게 힘든데도 버티게 하는 현악사중주만의 매력이라면.


“리허설 때 아무리 어떻게 하자고 약속해도 예술이란 게 무대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거든요. 약속한 걸 지키면서도 새로운 게 나오는 게 매력 같아요.”(승원)


“실내악도 여러 가지 편성이 있지만 현악사중주가 가장 이상적인 조합인 것 같아요. 음향학적으로 모두의 소리를 골고루 들으면서 소리의 구심점이 중앙에 모이는 것도 그렇고, 작곡가들의 실제 일대기가 느껴지는 레퍼토리를 가진 것도 매력적이죠.”(웅휘)


“원하는 대로 되고 있을 때 함께 느끼는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영욱)


보는 입장에선 서로 눈빛 교환하는 게 재밌던데요.


“많이들 그렇게 말씀하세요. 즐겁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또 있나봐요.”(재영)


“저 같아도 궁금할 것 같아요. ‘왜 웃지?’하고. 리허설 때 에피소드가 생각날 수도 있고, 누군가 실수해서 아이컨택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죠.”(영욱)


“정말 맞추기 어려운 중요한 지점이란 걸 서로 알 때, 안도감이나 성취감일 수도 있고요.”(승원)


주거니 받거니 추임새도 넣어가며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평균연령 28세의 네 청년이 뿜는 분위기는 유쾌함과 건강함이다. 그런데 이들은 음반 수록곡 중 제목처럼 심각한 베토벤의 ‘세리오소’가 자신들의 이미지에 맞아 선택했단다. “베토벤 중기 콰르텟에 속하거든요. 후기 콰르텟은 말년이라 더 무겁고 초월적인 느낌인데, 그에 비해 중기는 현실적이고 혈기왕성하고 열정적인 시대니까요. 젊은 연주자로서 그런 열정적인 부분이 어울린다는 얘기죠.”(승원)


한편 윤이상의 ‘현악사중주 1번’은 세계 최초 녹음이라 음반사적 의미도 크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라 악보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처음 연주해 본 순간 ‘이건 그냥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민요, 사물놀이, 국악관현악 등 전통의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음악출판사인 부지 앤드 혹스(Boosey&Hawkes)가 나서서 악보를 인쇄해 준 것도 독일에선 뉴스거리였다.


한국적인 소리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4월에 네덜란드 짜이스트에서 딱 한 번 연주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의아할 정도였어요. 걱정이 많았거든요. 길이가 35분인데다가 주제도 반복되고, 연주하면서도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어요.”(영욱)


“저희에겐 괴로운 35분이었는데 끝나니 반전이었어요. 현지 관객들 말이 음악에서 한국의 모습이 상상이 가고 그림이 그려졌대요. 상상력이 많이 발휘된 곡 같다면서 너무들 좋아하셔서 저희도 놀랐죠.”(재영)


아리랑은 좀 뻔한 느낌인데요.


“실내악 콰르텟은 시골 아주 작은 도시도 많이 다니거든요. 그런 데선 다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에요.”(승원)


“보통 아리랑 편곡을 엄청 공들여서 화려하게 하는데 저희는 아무것도 없이 멜로디와 화성만 있어요. 차별점이라면 아리랑의 순수함을 훨씬 부각시킨 거죠. 물론 우리 감정이 실리긴 하지만, 단순한 멜로디와 화성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는 힘이 아리랑에 있는 것 같아요. 헝가리나 중남미에서는 현지인들도 오열을 하더라고요. 울컥하고도 뿌듯했죠.”(재영)


8월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퀸텟 전국투어 네 사람 중 가장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건 의외로 막내 승원이다. 하지만 열일곱에 가장 먼저 독일 유학을 떠났던 그는 2009년 교체 멤버로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 적응에 고생했다고. “더 잘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는 당시 재영의 농담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다며 눈을 흘겼다.


“독일인 친구들이랑 3년째 하던 콰르텟을 버리고 왔거든요. 한 달 만에 콩쿠르를 나갔는데, 일곱 곡이 저한테만 다 새거였어요.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고 예민했었죠.”(승원)


“실력 문제가 아니라, 어릴 때 독일에 와서 자기주장을 또렷하게 하는 걸 배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는 빨리빨리 진도부터 빼는데 승원이는 독일스럽게 한마디 한마디 다 짚고 넘어가니까, 그런 걸로 싸웠죠. 그래도 잘 버텨내서 그 콩쿠르에서 상도 탔어요.”(재영)


영화 ‘마지막 4중주’를 보면 내적 갈등이 장난이 아닌데요.


“저도 그걸 보고 ‘얘가 니 딸이랑 결혼하면 어떡할래?’ 묻기도 했어요(웃음). 공감 가는 부분도 있긴 해요. 뭐가 됐든 그만큼 예민해질 수 있다는 거죠. 저희도 연주하다 보면 서로 예민해지지만 서로 블라인드 친 것처럼 안 본 걸로 하고 넘어가려 노력해요. 파고들어 가면 매일 쉬지않고 싸울 걸요. 그런 부분은 잊기로 하고, 가족 같고 소중한 걸 나누는 애정은 따로 있으니까, 그걸 베이스로 활동하는 거죠.”(재영)


첫 앨범을 내자마자 ‘일시품절’됐다며 기뻐하는 이들은 다음달 곧장 두 번째 앨범 녹음에 들어간다. 프랑스의 저명한 첼리스트 오펠리 가이아르·비올리스트 리즈 베르토와 함께 6중주로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과 ‘현악사중주 1번’을 녹음해 12월 발매할 예정이다.


“아직 콜라보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아 거절했는데, 바르톨로메가 굉장히 원했어요. 심지어 오펠리는 레이블의 간판이자 그의 부인이거든요. 그런 스타를 왜 우리와 엮으려는지 의아한데, 그가 우리 연주를 되게 좋아하는 게 사실이에요.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네요.”(재영)


이번 앨범에 수록된 윤이상과 아리랑은 28일 풍월당에서 열리는 쇼케이스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8월 말에는 ‘절친’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협연으로 ‘쇼스타코비치’ 전국 투어도 함께한다. 유럽에서 달아준 날개가 이 ‘실내악 불모지’에서도 건재할까.


“지금까지 한국에 콰르텟이 워낙 없었어요. 저희가 9년간 활동하면서 많이 좋아해 주는 분들도 생기고, 학생들 시도도 많아지는 걸 보면 우리가 한몫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더 앞장서서 현악사중주의 매력을 알려가겠습니다.”(재영)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a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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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