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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개의 순간으로 본 마돈나

저자: 미셸 모건 역자: 성문영 출판사: 뮤진트리 가격: 2만1000원


마돈나. 굳이 ‘팝의 여제’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를 잘 알고 있다. 1983년 첫 음반 ‘마돈나(Madonna)’를 발매한 뒤 33년간 한 번도 그녀의 노래가 울려퍼지지 않거나 영화나 연극 등을 통해 그녀의 소식을 전해듣지 않은 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금발의 아이콘이 된 그를, 무대 위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작은 부분을 안다 해서 그 사람 전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님에도 말이다.


허나 이 책을 펼쳐보면 그 생각은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220개 순간으로 본 그녀의 삶이 어찌나 다채로운지 과연 이게 한 사람의 생애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니 말이다. 영국에서 낡은 흑백 TV로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 무대를 처음 본 저자는 이후의 시간을 마돈나의 필모그래피를 좇으며 보냈다. 때로는 팬으로, 때로는 칼럼니스트로 그녀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그 순간이, 그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본 것이다. 저자의 의도는 다분히 팬심이 엿보이지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음미할 여유를 주는 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에게 마돈나란 이름은 섹시 가수의 대명사지만 그녀에게 마돈나란 그리운 엄마의 이름이다. 마돈나 루이즈 베로니카 치코네. 1958년 8월 16일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톨릭 집안에서 여섯 아이 중 맏딸로 태어난 그는 어머니 마돈나 포틴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후로 몇 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며 그녀는 훗날 “아주 젊은 나이에 죽을 운명이었던 어머니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적절한 추모”라고 고백했다.


어머니와의 짧지만 강렬한 추억은 그녀의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96년 딸 루데스를 임신했을 때 마돈나는 아쉬탕가 요가에 입문하게 된다. 한 자세에 다른 자세로 이어가며 몸의 열을 올리는 이 격한 요가는 신체뿐만 아니라 그녀의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인가,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이다. 이후 그녀는 유대교의 신비주의적 교파인 카빌라를 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은 동화책 『영국 장미』를 출간하고, 어머니에게서 맡곤 했던 향을 베이스 삼은 향수 ‘진실 혹은 대담’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녀를 추모하고 다시금 삶 속으로 소환해낸다.


마돈나의 곡이 그저 빠른 디스코라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오산이다. 스스로 ‘마테리얼 걸(Material Girl)’이라고 불리는 걸 서슴지 않는 그녀지만, 전쟁과 종교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리지 않을뿐더러 매번 음반을 낼 때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자기 고백적인 가사를 담는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때로 선구자의 덫에 걸려 혹은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 너무 갈 때도 있지만 그 역시 모두 마돈나를 구성하는 일부다.


생각해 보라. 그녀가 아닌 어떤 58세의 데뷔 33년차 가수가 여전히 신보를 내며 동명의 월드투어를 돌고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지. 그녀에겐 “살아있네”라는 말도 필요 없다. 여전히 무대를 지키는 살아있는 전설로서 매일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하기로 유명한’ 셀러브리티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방송 중계 중이니 욕하지 말라고 경고하면 보란 듯이 욕을 내뱉고, 면전에서 비난하면 참지 못하고 꿈틀하며 반격하는 성깔 있는 그녀지만 여전히 본업에 충실하고 무엇보다 새롭고 매력적이니 말이다. 머나먼 톱스타를 내 삶 가까이에 있는 친구처럼 여겨지게 만들다니, 집요한 팬심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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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