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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일, 일본 공공외교의 승리

일러스트 강일구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개최되는 G7(주요 7개국)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자폭탄 투하지역인 히로시마(廣島)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반발, 그리고 일부 미국 내에서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원자폭탄 피폭지를 방문하게 된 데에는 취임 초기부터 “핵 없는 세계”를 표방한 오바마 대통령의 글로벌 비핵화 의지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에 더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등장 이후 한층 공고해지고 있는 미·일 관계 속에서 아베 정부 측의 요망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 측 사정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시 말해 미국에 대한 일본 공공외교의 꾸준한 축적과 상호신뢰 구축이 이러한 외교결과를 견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연초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의 미·일관계 프로그램(US-Japan Program)에 방문학자로 와 있는 필자는 미국의 엘리트 사회에 대해 일본이 얼마나 정교하게 공공외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매일같이 접하고 있다.


미·일관계 프로그램이란 1980년대 초 당시 일본 외무성 오와타 사무차관이 하버드대학 내의 대표적 일본 연구자였던 에즈라 보겔 교수의 협력을 얻어 정치학과 내의 웨더헤드국제관계연구소에 설치한 것이다. 당시 하버드대학에는 일본 역사와 문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라이샤워센터와 한·중·일 등의 동아시아 문화 전반을 연구하는 옌칭연구소 등 일본 관련 연구기관이 이미 있었다. 새로 설치된 미·일관계 프로그램은 일본의 관료와 언론인·학자 10여 명을 선발해서 1년간 파견하여 연수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달랐다. 어차피 일본 정부와 언론계에서 매년 1인당 3만 달러 내외의 비용을 지출하여 일정 인원을 해외 연수로 파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예 미국 내 학문의 중심지 하버드대학에 연수의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필자는 한국인 연구자로는 예외적으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이 프로그램의 방문학자로 참가하게 됐는데, 이 프로그램 자체가 미국 내의 일본 공공외교에 기여하는 바가 작지 않음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에서 파견된 정부 관료와 언론인들은 하버드대학에서 체재하면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되는 강의도 수강하고, 최종적으로는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작성하여 이곳에서 매주 진행되는 공개 세미나에서 발표도 하게 된다. 논문 작성 및 세미나 발표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발표 시에는 관련 주제에 관한 하버드 내외의 수준급 연구자들이 토론자로 초빙되고, 관심 있는 학생들도 참가한다. 이러니 일본의 연수생들은 수준 높은 연구 논문 작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1년간 연구하고, 영어도 연마하게 된다.


최근 미·일관계 프로그램은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받아 '국제관계 속에서의 일본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3년간 개최하고 있다. 이 기획의 일환으로 지난달 19일에는 일본 방위대학교장인 고쿠분 료세이 전 게이오대학 교수가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 대형강의실에서 '일본에서 본 중·일관계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그 1주일 후에는 아베 정부 하에서 농림수산상을 역임한 하야시 요시마사 자민당 의원이 같은 장소에서 미·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과정에서의 일본 측 정책추진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이 같은 기획 세미나, 그리고 연수생들이 매주 진행하는 정례 세미나를 통해 미국 내 지일파(知日派) 층이 두터워지고, 미·일관계가 질적으로도 공고해지는 것 같다.


일본은 미국 내 최고 대학 및 연구기관을 경유한 양국 간 지적(知的)교류의 외교를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지난해 4월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본 관련 교수 직위 설치를 조건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컬럼비아대·조지타운대 등 미국 명문대학에 각각 500만 달러의 기금을 기부한 바 있다. 이미 하버드대학 등 여타 미국 명문대학들에 일본 전공 교수 직위가 다수 설치되어 있고, 워싱턴 내 10대 싱크탱크에도 일본 석좌 직위가 개설되어 있는데 이를 보다 확대한 것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미국 대학·연구기관에서의 일본 연구,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한 미·일관계는 공고화될 것이다.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개최되는 G7(주요 7개국)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인근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이면에는 이 같은 일본 공공외교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는 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최근 문화와 지식을 활용한 대외 공공외교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세계 10위권의 중견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국가 이미지 및 대외적 호감도를 증진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하버드대학 내의 미·일관계 프로그램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매년 공무원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2~3년간 진행되는 해외연수가 과연 한국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 나아가 한국의 대외 공공외교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는 알길이 없다. 유학생들 사이에는 한국에서 연수온 공무원들이 강의실보다는 골프장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도 정치외교의 중심지인 워싱턴이나 학문의 중심지인 보스턴 혹은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에 미국 내 중견학자들과의 협력 하에 ‘한·미(US-Korea)프로그램’ 같은 것을 설치하면 어떨까. 이를 통해 엘리트 관료들의 해외 연수의 내실도 기하고, 미국 지식인 사회에 한국 연구에 대한 관심도 촉진시킨다면 대미 공공외교, 나아가 한·미동맹의 내실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박영준국방대 교수·미국 하버드대학?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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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