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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政談)] 6·25 피난민 반기문 ‘난민돕기 정상회의’로 총장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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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마을 뒷산을 올랐다. 6·25전쟁의 포화는 온 나라를 할퀴었고, 아이의 가족은 피난길에 막 오른 터였다. 추운 날씨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도망치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어제까지 아이가 뛰어놀던 마을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떨궜다. ‘우리 가족의 지난 삶이 연기 속에 사라져 버렸네….’

60여 년이 흐른 뒤 아이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아이는 바로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 반 총장은 터키 정부와 공동으로 23~24일 ‘세계인도주의정상회의(WHS)’ 첫 회의를 연다. 6·25 전쟁 당시의 경험은 반 총장이 지난 201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 연설에서 직접 공개한 내용이다. 반 총장은 “그래서 나는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 주변에선 유엔 창설 71년 만에 인도주의정상회의를 열기로 한 원동력이 한국 현대사의 아픈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한 측근은 “유엔 사무총장이 된 뒤 중국 쓰촨성 대지진, 인도 대홍수 등 수많은 재난 현장을 다녔다”며 “전화(戰禍)를 입은 기억이 겹쳐지면서 전 세계가 대규모 재난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참사 현장을 방문하면 종종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도 지난 16일 WHS와 관련한 기자설명회에서 “반 총장 본인이 한국전쟁 때 난민이었기에 그 고통을 잘 알고, 이런 위기를 끝내는 데 중요성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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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반 총장의 관심은 2013년 12월 남수단 내전 때도 확인됐다. 한 달 만에 이재민이 50만 명이나 발생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했다. 이들은 평화유지 업무를 맡고 있는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 기지의 문을 두드렸다. 책임자들은 망설였다. 이들을 수용할 만한 여력이 없어서다. 하지만 반 총장은 “기지 개방(open door policy)”을 명령했다. 또 난민을 공격하는 무장 세력에 발포해도 좋다고 허가했다.

난민 대책과 관련해 반 총장에겐 오점도 있다. 유엔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로 규정한 시리아 내전이다. 시리아 내전은 5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유엔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0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회원국들에 요청했다. 전세계 6000여만 명의 강제피난민 중 40%(1200만 명)는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했다. 유엔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반 총장의 두 번째 임기는 시리아 난민 구호를 위한 지원 호소로 점철돼 있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 일로다. 반 총장도 굉장히 안타까워한다”고 전했다.

이번 인도주의정상회의에서도 시리아 문제가 의제 중 하나다. 분쟁의 종식과 지금까지와 다른 인도적 지원 방법의 고안도 논의된다. 반 총장이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각국 정상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유엔 관계자는 “다음달이면 차기 총장 선거 국면으로 넘어가는 만큼 이번 행사가 사실상 반 총장의 마지막 빅 이벤트”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125개국에서 5000~6000명이 참석한다. 지도자급이 참석하는 나라는 50여 개국이다. 한국에선 황교안 총리가 참석한다.

각국은 회의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칠지 약속하게 된다. 이를 모은 공약집이 회의의 결과물이 된다. 반 총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터키 회의가 끝나면 반 총장은 25일 한국을 방문해 제주포럼에 참석한다. 26일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도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반 총장은 난민촌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한다. “너희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랬거든. 그러니 절망하지 마….”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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