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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받은 부동산, 처분해도 횡령죄 안 돼”

부동산 실제 소유주가 아닌 명의수탁자(등기에 이름만 빌려준 사람)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실소유주를 거치지 않고 등기를 넘겨받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을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의 법리는 모두 폐기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9일 공동 소유 토지 전체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횡령죄로 기소된 안모(58)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04년 안씨는 A씨와 함께 충남 서산시의 논을 4억9000만원에 구입하면서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A씨의 지분까지 본인 앞으로 등기를 마쳤다. 명의수탁자가 된 안씨는 2007~2008년 지인과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며 A씨 허락 없이 논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검찰은 투자금 비율에 따라 안씨가 논에 대한 지분 61%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 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명의신탁 건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이 가능한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그 처분 행위를 횡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을 함부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는 명의신탁을 막기 어렵다는 정책적 함의가 있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지 않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법적으로 보호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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