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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적신 책 한 권] 행복하려고 사는 게 아니에요, 살기 위해서 행복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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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서은국 지음
21세기북스, 208쪽
1만5000원

“인생의 목표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니?” 아주 가끔씩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묻곤 한다.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대답들 속에 주저 없이 “행복하게 사는 거요”라고 답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사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인생의 목표를 ‘행복’이라고 대답했던 친구는 적어도 내 주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20∼30년 전만해도 ‘행복’은 우리 사회에 핵심 키워드가 아니었고, 그 이전에는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당시의 핵심 단어집에는 ‘출세’ ‘부자’ ‘성장’ ‘근대화’ 같은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제 누구나 거리낌 없이 행복을 운운하게 된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이렇게 사회가 변화되었는데도 먹고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니 ‘행복’이라는 단어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도 이미 행복 담론의 과잉 단계로 접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 하지만 근본적 물음도 필요하다. 행복은 우리 인생의 최고 가치여야 하는가? 인간은 왜 행복(불행)을 느끼는가?

‘행복심리학’이라는 분야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시도하는 분야이다. 채 반세기도 안 된 신생 분야이지만, 이런 접근은 ‘주관적인 느낌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의미 있는가’라는 의문에 성공적으로 대답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행복심리학 연구의 주요 흐름을 이끌어온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죄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모셨었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다윈 선생을 만난 것이다. 결국 그의 위험한 생각에 세례를 받았고, 급기야 행복 연구의 방향을 180도 틀었다. 이 변곡점에서 저자는 외친다. “행복이 목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틀렸고,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의 수단’이라는 다윈이 옳았다”고.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고 생존하기 위해 행복한 거”라고. 즉, 행복은 우리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올바른 트랙으로 가고 있을 때 ‘그래 너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하면 돼’라는 말해주는 그린 라이트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불행은 경고음이리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인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온갖 행복 테크닉에 중독된 우리 사회를 향한 광야의 외침과도 같다. 그런데 행복에 대한 위험한 진실을 말하는 저자의 도발은 비장함보다는 지적 익살에 가깝다. 장담한다. 여러분도 열 번쯤은 키득거리게 될 것이다. 행복에 대해서도 이제 ‘왜?’를 물어야 할 때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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