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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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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김근배 지음, 중앙북스
364쪽, 1만6000원

경제가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 지나듯 경제학도 시대의 흐름을 탄다. 2차 대전 이후 전세계를 호령하던 케인즈 학파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이란 암초에 부딪쳐 좌초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외치며 규제완화와 기업활동의 자유를 추구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8년 동안 경제와 경제학 모두 혼돈에 빠져 있다. 세계 경제는 동반 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처럼 기존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정책이 현실에 등장했다. 요즘 부상하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물음표를 던진다. 기존의 교과서와 지도를 벗어나 ‘가보지 않은 길’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하지만 아무도 똑부러진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이런 현실에 대한 한 경영학자의 진단과 대안을 담고 있는 책이다. 왜 경제학자가 쓰지 않았느냐고 따질 필요는 없다. 때론 밖에서 숲을 더 잘 볼 수 있는 법이다. 저자인 김근배 교수는 자칭 ‘애덤 스미스주의자’다. 수학과 첨단 이론으로 무장한 주류 경제학이 왜 청년취업과 같은 현실 문제에 무기력한지 의문을 느끼고 경제학의 뿌리인 스미스를 탐구해왔다. 스미스가 직접 쓴 『국부론』 『도덕감정론』 『법학강의』를 통해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신자유주의가 스미스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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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진골목’. 당시의 빈부격차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림 중앙북스]


저자에 따르면 스미스는 시장만능주의자가 아니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유 시장의 전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국가가 상인과 제조업자에게 주는 특혜나 독점이 없어야 하고, 사회 전체의 정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미스가 시장의 ‘완전한 자유’만을 강조했다고 주장하는 건 오독이 아니면 왜곡이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도 후세 경제학자들의 해석일 뿐이다. 『국부론』엔 이 표현이 단 한 번 등장한다. 그것도 시장 기능을 설명하는 대목이 아니다. 국민보다 상인과 국내 제조업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장에서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스미스가 노동자보다 자본가를 우선시했고, 작은 정부가 좋다고 봤다”는 통념이 대부분 오해라고 지적한다. 현대 경제학이 스미스의 경제학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탓이다. 오히려 저자가 바라본 스미스는 개인의 이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자유를 옹호했다. 요즘 말로는 ‘포용적 경제’나 ‘경제민주화’다. 이런 결론이 꼭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스미스를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S BOX] 신자유주의는 국부론을 어떻게 왜곡했나

역사학자 E.H.카는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고 했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현재의 필요와 관점으로 바라본 해석이라는 의미다. 이런 ‘현재주의적 관점’은 역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본래의 역사는 사라지고 뒤틀린 잔상만이 남는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신자유주의적인 해석이 바로 이런 부작용을 낳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는 중상주의의 시대였다. 생산자는 길드에 묶여 노동과 상품을 통제받았다. 국가는 독점 상인이나 길드를 통해 부국강병을 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미스는 약자인 국민이 강자인 국가나 상인만큼 경제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국민이 모두 잘 사는 게 국부’라는 결론이 이래서 나왔다.

김근배 교수는 “이런 맥락을 지운 채 외치는 ‘시장의 자유’는 국민이 아니라 대기업과 기득권의 자유를 옹호하는 논리로 변질돼 시장 발전을 오히려 막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 논설위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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