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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대일 의원외교의 Mr.한국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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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도쿄총국장

미국 닉슨·포드 행정부의 외교사령탑 헨리 키신저는 서유럽과의 정책 조율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각국의 이해 상충 때문이었다. 키신저는 “유럽에서 Mr.미국과 통화하려면 대통령 번호로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유럽에는 하나의 전화가 있는가”고 물었다. Mr.유럽이 없어 외교하기 어렵다는 토로였다. 4·13 총선을 계기로 한국 정·관계에서 지일파들이 줄줄이 퇴장하고 의회 권력이 분점되면서 떠올려본 일화다.

요즘 일본 지한파 정치인들의 대한국 의원 외교에 대한 고민이 적잖은 분위기다. 지난 16일 한·일 의회 미래대화 참석차 방일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을 위해 오시마 다다모리 일본 중의원 의장이 주재한 만찬장에서 일본 의원들은 복잡한 심경을 피력했다. 정 의장은 “그동안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흥수 주일대사, 김태환 의원 등이 ‘삼각편대’로서 일을 잘 처리해 왔는데 물러나는 데 대해 저와 심윤조 의원을 포함해 아쉽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최근 물러났고, 유 대사는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대행인 김 의원은 총선에서 낙선했고, 외교관 출신의 연맹 상임간사인 심 의원도 2선을 이루지 못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과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이 특히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두 의원은 김 회장 대행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다. 누카가는 자민당 내 파벌 회장이고, 가와무라는 같은 지역구(야마구치현) 출신인 아베 신조 총리와 친분이 두텁다.

새로 구성되는 20대 국회에선 도쿄대 박사 출신의 4선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초선의 김석기(새누리당) 의원이 지일파로 꼽힌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은 두 명을 빼면 거의 없다고 한다. 1978년 서울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간사회의에서 우리 의원 8명 중 6명이 통역이 있는데도 일어를 써 비난받은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한·일 양국이 특수관계에서 보통관계로 가고 있는 한 단면일지 모른다. 국교 정상화 반세기가 지나면서 양국 민간 교류의 저변은 확대되고 정치인 네트워크는 축소됐다.

그렇다고 한·일 관계에서 의원 외교가 약화돼선 안 된다. 일본은 의원이 총리를, 각료를 맡는 내각책임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집권당의 역할도 크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의원 간 교류가 중요하다. 언어는 부차적 문제다. 한·일 간 첨예한 현안을 둘러싼 의원 외교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일, 일·한의원연맹의 완충재 역할은 적잖았다. 비공식 절충을 통한 갈등의 최소화와 협력 촉진, 새로운 어젠다 설정은 의원 외교의 몫이기도 하다. 한·일의회 미래대화 의제의 하나인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처 문제는 양국 정치인이 이니셔티브를 잡을 때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일본과의 파이프 재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국가 간 일도 결국은 사람이 요체다.

오영환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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