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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변에 기댄 수천 년 세월의 신전,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에서 맞는 노을은 설렘이다. 석양이 내리면 수천 년 세월의 신전 사이로 나일강가의 시큰한 일상들이 눈에 박힌다. 룩소르로 이어지는 뱃길 따라 파라오의 전설도 고즈넉하게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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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는 ‘노천 박물관’의 챔피언급이다. 거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왕 하셉수트의 제전은 왕들의 계곡으로 향하는 길목에 웅크려 있다.

룩소르에 들어서면 ‘노천 박물관’의 챔피언 벨트를 이 도시에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일강 상류의 룩소르(Luxor)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고 테베(Thebes)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아득한 땅이다. 룩소르의 길목 곳곳은 우윳빛 유적들로 채워져 있다. 룩소르에 닿는 가장 매혹적인 방법은 나일강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이다. 크루즈는 강줄기를 따라 200㎞ 뱃길을 오간다. 해질녘, 유람선이 룩소르에 정박하면 뱃머리 너머로 룩소르 신전이 조명을 받아 빛을 낸다. 수천 년 동안 석상으로 자리를 지켜온 람세르 2세와 함께하는 하룻밤은 차오르는 감동부터 다르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룩소르는 신천지를 연다. 해가 솟기 전, 이미 커다란 열기구들이 강 서쪽 위를 독수리처럼 맴돌고 있다. 룩소르는 나일강의 동쪽과 서쪽 풍경이 다르다. 해가 뜨는 동안은 신전과 산 자들의 터전이 들어서 있고, 서안은 왕들이 잠든 죽은 자들의 땅이다.
 
l 바위산 아래 파라오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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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소르의 바자르에는 현지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이 녹아 있다.

동쪽 카르나크 신전은 이집트의 신전 중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신전 안 높이 23m의 기둥은 134개나 늘어서 아득한 숲 속을 연상시킨다. 정교하게 솟은 오벨리스크나 양들의 얼굴을 한 스핑크스들도 특이하다. 이곳에서 파라오들은 신들의 재가를 받는 취임식을 가졌고, 이 참배 길은 도심에 위치한 룩소르 신전까지 2㎞가량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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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타와 함께 일과를 시작하는 나일강변 누비아인들의 일상. / 2.

왕들의 계곡으로 불리는 서쪽 지역은 피라미드를 닮은 바위산 계곡 아래 파라오들의 무덤이 늘어선 형국이다. 세인들이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많은 왕들의 무덤은 숱한 도굴에 착취당했다.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췄던 투탕카멘의 유물들은 현재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옮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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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변을 따라 늘어선 파라오의 유물들. 카르타크 신전과 호루스 신전.

무덤의 내부 벽화에 새겨진 그림이나 조각들은 섬세하고 색감이 또렷하다. 현세의 감각 넘치는 디자이너들조차 흉내 내기 힘든 아련한 색과 선의 조합이 깊은 무덤에서 빛을 발한다. 왕들의 계곡에서 연결되는 여왕 하셉수트의 제전이나 멤논의 거상 역시 그 규모로 감동을 증폭시킨다.

룩소르의 경외감은 뱃길을 따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아스완까지 이어진다. 아스완까지는 긴 뱃길이지만 크루즈에서의 일상이 지루하지는 않다. 언뜻언뜻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온통 사막과 오아시스가 뒤범벅된 모습이다. 조각배들이 강줄기를 오가고 한가롭게 그물을 던지는 풍경이 덧씌워진다. 크루즈 선상에는 아담한 수영장이 있고 나일강의 뜨거운 햇볕을 받아낼 간이 의자들이 도열해 있다. 나이 지긋한 유럽의 노부부들에게는 이곳에서의 ‘해바라기’가 마냥 행복한 듯하다.

배가 잠시 스쳐가는 마을에는 악어와 매의 신이 공존하는 콤옴보 신전, 에드푸의 호루스 신전 등 고대 유적들이 자취를 드러냈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한다.
 
l 돛단배 ‘펠루카’가 오가는 아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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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 남단의 아스완(Aswan)은 경계의 의미가 짙다. 예전에는 수단, 에티오피아를 오가는 무역상들의 터전이었으며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아스완의 고대이름인 셰네(Shene) 역시 시장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돛단배 펠루카가 오가는 강 위의 단상은 호사스럽고 운치 넘치지만 이곳 아스완 지역의 과거는 가슴 아프다.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로 20여 개의 신전과 무덤은 대부분 수몰됐다. 아스완에서 가깝게 만나는 유적은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 신전인 필레 신전으로 클레오파트라가 머물다간 사연이 전해진다.

아스완에 기대 살았던 옛 누비아인들의 삶은 강변에 낱낱이 흩어져 있다. 검은색 피부에 곱슬머리인 누비아인들은 이집트 북부 사람들과는 외모부터 다르다. 강을 건너서면 낙타에게 먹이를 주는 아낙네, 물담배인 시샤를 피는 할아버지가 느린 슬라이드처럼 연결되는 그들만의 동네다.

시내로 들어서면 역이 있고 바자르(시장)가 들어선 차분한 풍경이다. 고대의 웅장했던 유적들과는 별개로 산 자들의 세상은 평화롭고 단아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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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완의 돛단배 펠루카는 수몰 유적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강변 풍경을 만들어낸다.


룩소르(이집트)=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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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