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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곡성'이 무섭다고? 나는 관객이 더 무섭다…곡성(哭聲) 나홍진 감독 인터뷰

곡성에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없는 흉흉한 죽음이 계속되고, 급기야 주인공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김환희)마저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나홍진(42)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곡성(哭聲)’(5월 11일 개봉, 이하 ‘곡성’)은 한 마을에 닥친 비극을 통해, 그 앞에 선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상영을 위해 프랑스 칸으로 출발하기 전 만난 나 감독은 이 영화가 “인간이란 존재에게 던지는 위로”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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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곡성’ 역시 범죄 사건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글쎄, 왜 그럴까. 그냥 내가 범죄영화를 좋아하니 만들고 싶어서? 감독으로서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끌어 낼 만한 소재가 범죄라 그런 게 아닐까.
 
‘곡성’의 언론 시사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범죄의 피해자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물었을 때,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 운명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의문에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물음이 ‘곡성’의 본질인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거다. 어떤 사람이 술 먹고 정신을 놓은 상태로 칼부림했다 치자. 그러다 지나가던 사람을 죽였다. 그 살인의 사실 관계만 따지면 그게 전부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니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인간이 신(神)과 연관된 존재라면, 저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람이 그렇게 죽은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곡성’은 그 물음에서 비롯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초자연적인 차원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로만 따지면 전작들과 다를 게 없다.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인 외지인(쿠니무라 준), 무당 일광(황정민), 정체불명의 여인 무명(천우희), 가톨릭 부제 이삼(김도윤) 중 어느 누구도 종구의 딸에게 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과거 이라크에서 한국인이 테러 단체에 납치됐을 때 어떤 종교의 성직자에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느냐’고 물은 적 있다.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다, 범인을 납치범으로 만든 죄를 지었다’는 것이 그분의 대답이었다. 그 종교의 교리로 보자면 그 대답은 아주 논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납득하기는 힘들다. 다른 종교의 해석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도 그와 같은 종교적 해석들을 은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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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일광·무명·이삼은 각각 소문·무속 신앙·귀신·가톨릭을 상징하는데.
크게 보면 가톨릭과 토속 신앙이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곡성’이 하나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었다. 가톨릭을 바탕으로 선과 악의 존재에 대해 그리는 오컬트영화(Occult Film·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영화)를 보면, 1970년대 이후 장르가 쇠락했다. 70년대에 그 장르의 최고작이 다 나왔기 때문이다. 가톨릭 하나만을 파고들어서는 그러한 작품들을 넘어설 수 없으니 다양한 종교를 가져온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고, 이 영화는 한국이 배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적 토속 신앙의 개념을 가톨릭과 함께 보여 주면 새로운 느낌이 될 거라 판단했다.
 
외지인을 일본인으로 설정한 이유는.

이야기의 맥락에서 볼 때 그 외지인은 이 마을을 침략·침입한 존재다. 그게 은밀한 잠입처럼 느껴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겉보기에는 이 마을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데, 깊이 들여다보면 차이가 조금씩 드러나는 존재.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라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어야 할 텐데, 중국 사람들은 요새 한국에 굉장히 많이 와 계셔서(웃음), 곡성에 중국인이 산다는 게 특이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서울 망원동이 배경인 ‘추격자’(2008), 중국 연길(延吉·옌지)과 서울 논현동·가리봉동 등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황해’(2010)에 이어, ‘곡성’ 역시 실제로 전남 곡성에서 촬영하고, 그 지명을 영화에 드러낸다. 실재하는 공간을 담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게 하지 않을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배경으로 다룬 영화인데, 극 중에 지명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실감이 떨어질 것 아닌가. 나는 공간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크게 시각과 청각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지 않나. 공간은 그 두 요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객의 눈에 비치는 풍경 자체일 뿐 아니라, 조명의 컨셉트와 그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태도를 만들어 낸다. 또 ‘앰비언스(Ambience)’라고 하는, 그 공간에서 발생하는 음향 역시 영화 사운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공간은 왜 곡성이어야 했나.
할머니 고향이 곡성이라 어릴 때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나이 먹고 다시 가 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나 모습과 거의 똑같더라.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모든 장면에 그 존재의 기운이 서려 있기를 바랐다. 비 내리는 날 축축한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 같은 자연의 움직임을 통해서 말이다. 곡성은 읍내만 벗어나면 고층 건물을 보기 힘들다. 그래서 마을 풍경을 찍으면 능선 너머 하늘이 보인다. 자연과 그 안의 인간을 한 프레임에 담아낼 수 있다. 내 눈에 그 풍경은 시선을 빼앗을 만큼 기막힌 아름다움이 아닌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보였다. 그 느낌이 좋았다.
 
사실적이지 않은 표현이 손톱만큼이라도 영화에 담기는 걸 못 견디는 스타일인 것 같다.
내 영화에서 리얼함에 대한 강박이나 집착이 느껴진다는 말인가? 그게 지나치다고 보나? 내 영화가 특별히 리얼하다는 말엔 동의할 수 없다. 내 눈에는 다른 한국영화도 다 리얼하다.
 
좋고 나쁨을 떠나, 그 지독한 사실감이 나홍진 감독 영화의 특징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영화적인 표현’이란 무엇인가.
그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것. 나는 감독으로서 관객이 내 영화의 모든 장면, 모든 컷, 모든 프레임을 납득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에서 누군가 ‘그래, 이 장면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줄 테니 다음 장면에서 나를 납득시켜 봐’라고 마음먹는다면, 관객은 그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나는 관객이 그렇게 의심 품을 만한 요소를 없애려 하는 것뿐이다. 그런 태도를 리얼함에 대한 집착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종구가 느끼는 혼란을 보여 주는 결말은, 인간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 그 어떤 답도 주지 못한다.
난 ‘곡성’의 결말을 통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극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한데 내가 이 영화를 쓰고 연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식의 태도를 취할 순 없다. 그건 너무 가벼우니까. 그렇다면 ‘곡성’을 통해 건넬 수 있는 진짜 위로는 무엇일까. 그 고민의 결론은 이러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당신들의 아픔을 짐작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아픔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단 하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그저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당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을 겪는 거다.’ 결말에서 이렇게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는 일일이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말로 하면 민망하잖나(웃음). 관객이 ‘곡성’의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이다. ‘추격자’에서 ‘황해’를 거쳐 ‘곡성’으로 오면서, 플롯이 점점 관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추격자’가 결말을 통해 살인마 지영민(하정우)이 잡히길 원하는 관객의 바람을 충족시켰다면, ‘곡성’은 혼란의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끝맺는다.
창작자로서 새로운 것을 보여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상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최근 흥행한 작품의 속성이나 전략이 그대로 되풀이된 영화를 선보인다고 해서 관객의 호응을 얻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관습에서 벗어난 작품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고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요즘 아주 겁먹은 상태다(웃음). 그래도 창작자라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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