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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취재] 헬리콥터맘의 ‘황당한’ 자녀 사랑…대학, 취업, 군대, 결혼? 엄마만 믿고 따라와!

맞선 볼 때도 당사자를 대신해 부모가 나서야 안심하는 세태… 자녀 미래가 누구 것인지 다시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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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설명회에서 사진을 찍어가며 경청하는 학부모들. 과거에는 미성년 자녀를 둔 학부모 설명회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성인 자녀들의 대학 생활과 취업, 결혼과 관련해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의과대에 들어간 막내 아들을 둔 A씨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O대 의대 학부모회입니다. 학부모 카톡방을 개설하려고 하는데 번호가 맞나 확인 차 연락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큰 아이 대학 보낼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학부모 모임이 있다고 하니 이상했다. A씨는 “대학생 학부모 모임까지 가야 하나 싶었지만 안가면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자녀들의 교육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를 이르는 ‘헬리콥터맘’의 활동반경이 점점 늘어간다. 과거에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는 치맛바람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자녀의 대학생활과 군대, 결혼생활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부모들이 등장했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의 삶을 직접 관리해주는 매니저 역할을 자임하는 부모다.

얼마 후 A씨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학부모 총회의 초대장이었다. 초대장을 받은 A씨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학부모회에서 기부금을 모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의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부금을 내는 분위기의 학교와 안 내도 상관없는 분위기의 학교로 나뉘었다. 아무래도 6년이나 학교를 다녀야 하고, 실습도 학교 부속 병원에서 하기 마련이니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고민 끝에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A씨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A씨의 경우처럼 몇몇 의대는 학부모 총회를 개최한다. 유명 사립대 O대 의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말 열린 학부모총회에는 의예과, 의학과 학부모 100여 명이 참석했다. 총회에서 대놓고 학부모들에게 기부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저 의대의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하며 “위 건물들은 학교와 교직원, 학부모의 모금으로 설립됐다”고 소개하고, 총회 자료집에 학생의 이름·학번·학과·학년·기부금액·기부일을 모두 기재해 기부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학부모 기부금은 114건, 3800만원이 모였고 건축기금으로 39건, 1억3600만원이 약정된 상태다.

대학에 학부모회 생긴 건 이미 오래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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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여대의 학부모 전용 포털 홈페이지. 학부모가 사이트에서 가입신청만 하면 학생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대학교에 웬 학부모회’인가 싶지만, 사실 의과대에 학부모회가 생긴 지는 꽤 오래된 듯하다. O대 의대의 경우는 1997년에 학부모회가 구성됐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이다. 학부모회의 가장 큰 목적은 학부모 간 친목도모와 기부금 모금이다. 학부모회가 매년 몇 천만 원씩 모아 학교에 기부하게 되니 학교 측에서도 학부모회의 존재를 마냥 무시할 순 없다.

학부모회는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교수들에게 자녀 학업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O대 의대 학부모회 회장 이모 씨는 대의원회 가입을 권유하며 “교수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수 있고, 선배 학부모들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교수들에게 학과 커리큘럼과 성적 처리방식에 대해 물으며 자녀들의 학교생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10% 정도의 학생은 입시가 끝났다는 해방감에 너무 풀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학부모들이 대입입시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관리를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학생 자녀 역시 학부모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대목이다.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새터(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진행하는 다른 단과대와 달리, 의과대의 경우 교수진이 이를 주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학 의과대에 다니는 B씨는 “학생 자치의 개념이 학생 사이에서 많이 약화된 게 사실”이라며 “학부모회가 사실상의 친교단체인데, 나중에는 학부모의 친교에 따라 학생들의 친교가 결정되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학부모 중에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분이 많은데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까지 제약하는 결과를 낳게 돼 아쉽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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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사립대 O대는 지난 3월말 의대생 학부모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는 학부모 100여 명이 참여해 자녀들의 대학생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학부모회는 친목모임이라지만 자녀 관련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조직적으로 대응한다. 지난 2013년 서남의대와 관동의대는 학교가 부실교육, 부속병원 논란에 휩싸이자 학부모회가 나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사협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대학 인수자 선정과정에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학부모회가 지지하는 재단을 발표했다. 학부모들의 지지는 결국 해당 재단의 학교 인수로 이어졌다.

자녀들의 대학생활에 관여하는 부모들이 의과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서울의 E여대가 ‘학부모 포털’을 개설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대학이 학부모 전용 포털을 개설한 것은 처음이다. 학부모가 사이트에서 가입신청을 하면 학생의 기본정보와 학교 행사 안내, 학부모 건의사항 등을 열람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성적과 장학내역은 학생 동의가 있어야 공개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학생의 자율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 대학 4학년 이예니(24) 씨는 “학부모 포털 신설은 20세가 넘은 대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물론 대학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이 대학의 관계자는 “대학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학부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요즘 대학들은 행정실을 직접 찾거나 전화를 걸어 자녀들의 대학생활을 묻거나 상담하는 학부모들로 몸살을 앓는다.

Y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는 C씨는 “학부모들이 사무실에 너무 많이 찾아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찾아와 프로그램 상담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이메일로 문의해도 전부 답장을 해주는데 굳이 부모님까지 동원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죠.”

C씨는 “더 심한 일도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한 어머니가 찾아와서 우리 아이가 한 과목만 수강하면 수료할 수 있는데 허락해달라고 떼를 쓰는 거예요. 규정상 어렵다고 거절을 했더니 윗분들에게 민원을 걸어서 난처했어요. 요즘은 부모가 대학생 자녀의 커리큘럼을 짜는 것까지 관여하나 싶어 놀랐어요.”

군부대에 “내 아들 시험준비 잘하느냐” 황당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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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개방행사에 참여한 장병들의 부모가 부대 내 식당에서 급식을 시식해보고 있다.

학부모가 대학생활에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생 송환욱(25) 씨는 “학부모가 학교에 민원을 넣으러 찾아오고, 자녀의 커리큘럼을 짜주는 건 좀 심한 것 같지만 부모님의 재정적 도움 없이 대학을 다니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의 63%가 부모님(가족)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했다. 대학생 자녀 스스로 마련했다는 응답은 7.6%에 그쳤다. 현재 자녀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될 때까지 부모에게 기대 사는 일이 늘어났다. 취업이 된 후에서야 비로소 성인으로서의 독립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자녀의 군입대와 군생활에 관여하는 부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요즘 병무청에는 “우리 아들이 왜 군입대에서 누락됐느냐”를 따져 묻는 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 시험과 면접을 거쳐 인원을 뽑는 의경 모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 한 지방경찰청 의무경찰계에서 복무했던 D씨는 부모님들의 전화를 받는 일이 악몽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하루에 100통 가까운 전화를 받았어요. 접수 마감 직전에는 더했고요. 한 어머니는 저에게 의경인지, 어떻게 붙었는지, 어느 학교인지,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준 것 같은지, 팁을 준다면 어떤 게 있는지를 몇 시간에 걸쳐 전화상으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관련정보를 정리해서 나눠주게 될 정도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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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입소하는 자녀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한 어머니. 군훈련소 입소식에서는 눈물 흘리는 부모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입대가 결정된 뒤로도 부모들의 관심은 계속된다. 2012년 공군으로 입대했던 E씨는 초병근무 중에 다른 병사 부모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애가 내일 시험인데 준비 잘하고 있는지 물어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E씨는 “까마득한 선임병의 부모님 전화라서 무척 긴장을 하며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전화를 너무 오랫동안 안 한다고 3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찾아온 부모님도 있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 군대에서도 대학처럼 부모 초청행사를 열고 부대 전용 핸드폰을 설치하는 등 병사들이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취한 이유다.

부모들이 군대에까지 관심을 쏟고, 민원을 내게 된 데는 병영 내에서 이어진 사고들도 한몫을 했다. ‘윤일병 가혹행위 사건’,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같은 군 가혹행위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다 보니 부모들의 불안과 불신감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에 사는 이옥자(51) 씨는 두 달에 한 번 3박 4일씩 집을 비운다. 완도 근처 섬에서 군생활을 하는 아들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당연히 힘들죠. 서울에서 완도까지 가는 데 하루, 완도에서 부대로 들어가는 데 또 하루가 걸리니까요. 그렇지만 아이는 외딴섬에 배치돼 힘들어 하는데 뉴스에서는 군 가혹행위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니까 불안해서 안 가볼 수가 없더라고요.”

자녀 모르게 결혼정보회사 가입하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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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은 결혼을 앞두고 서로를 모르는 선남선녀가 만나는 것이지만 요즘은 당사자들보다 부모가 미리 만나는 대리 맞선이 유행한다.

JTBC에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는 여주인공 혜윤(정소민 분)의 엄마 들자(이미숙 분)가 사윗감인 정훈(성준 분)의 사주부터 등본, 재산 상황까지 뒷조사를 하다가 정훈의 가족과 갈등을 빚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올해 31세인 F씨는 남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엄마에게는 사실을 숨긴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마다 사주를 보고, 남자친구의 뒷조사를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궁합이 나쁘게 나오기라도 하면 그날부터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잔소리가 쏟아진다. F씨는 “몰래 연애를 해왔는데 정작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사주 때문에 어머니가 반대하실까 봐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은 가족과 가족이 만나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당사자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혼의 결정, 진행 주체는 결혼 당사자인 남녀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자녀의 결혼에 자녀들보다 더 주도적으로 나서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극단적인 사례는 대리 맞선이다. 기존 맞선이 결혼 당사자인 남녀가 만나는 것이라면, 대리 맞선은 당사자들 몰래 부모가 먼저 만나는 경우다. 대리 맞선에서는 양가 부모가 서로 조건을 따져보고 혼수나 집 장만할 때 비용 분담까지 논의한다고 한다. 부모끼리 의견이 맞으면 그제서야 자녀들에게 소개해 만남을 추진한다. 이제는 자녀의 결혼 상대마저 부모가 나서서 고르는 셈이다. 방배결혼정보회사 대표 차일호 씨는 “부모가 대신 등록하는 경우도 많고 요즘은 등록하는 10명 중 2명꼴로 대리 맞선을 본다”고 말했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는 이런 현상을 ‘사랑의 재봉건화’라고 설명했다. 산업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사회가 불안해지자 계급을 상속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보다 잘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 결혼에서도 계급 내 혼인을 선호합니다. 쉽게 말해 조건을 더 따져보게 되는 거죠. 조건이 선행된 뒤에 사랑이 충족되면 결혼한다는 얘기니까요. 사랑에서도 재봉건화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국가와 국경을 뛰어넘는 낭만적 사랑은 이미 끝난 게 아닐까요?”

결혼정보업체들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부모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대표이사 박수경 씨는 몇 년 전부터 전국을 돌며 ‘자녀결혼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매번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명의 부모가 참석해 메모해가며 박씨 말을 경청한다. 박 씨는 설명회에서 자녀를 결혼시키려면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우자를 고르라고 조언한다. 배우자 선택의 주체가 자녀에서 부모로 넘어가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자녀 과잉보호는 부모의 불안, 공포감의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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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 듀오 박수경 대표가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결혼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 가타다 다다미는 자신의 책 <철부지 사회>에서 헬리콥터부모가 자녀와 부모 모두 어른이 되지 못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는 “자녀를 과잉 보호하는 부모의 기저에는 스스로의 불안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가 실패하면 자신이 불안하므로 자녀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녀는 실패를 더 두려워하게 되고 성인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그는 “자녀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스스로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로부터 독립해 어른으로 홀로 선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는지도 모른다. 수명이 12~18년이라는 캥거루도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는 건 6개월밖에 안된다고 한다. 우리는 인생의 5분의 1 이상을 부모 품에서 보내는 셈이니, 캥거루들은 오히려 억울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부터 군대, 취업, 결혼까지 매니저를 자처하는 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녀를 대신해 동분서주한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녀의 미래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누구의 것인지 곱씹어 볼 때다.

- 민선희 인턴기자 minssun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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