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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옥시의 ‘밀실 사과’부터 아웃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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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사회부문 기자

“옥시가 저에겐 문자를 안 보냈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 옥시 피해자 박창균(36)씨가 지난 17일 오후 다급한 목소리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박씨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발진과 축농증, 비염에 피부질환까지 생겨 3등급(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낮음) 피해자로 지정됐다. 박씨는 잔뜩 격앙돼 있었다. “옥시 측에서 20일에 피해자들을 만나 공식 사과하고 향후 보상 방안을 설명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해요. 그런데 저를 포함해 3·4등급 피해자들은 아무것도 못 받았거든요. 1·2등급 피해자들만 따로 불러 사과를 하려는 모양이에요.”

앞서 옥시는 피해 보상과 관련해 그 대상을 ‘옥시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 가운데 한국 정부로부터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박씨를 포함한 3·4등급 피해자들은 옥시 측에서 보낸 공식 사과 일정과 보상 계획 발표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못 받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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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20일로 예정된 공식 사과는 옥시 측과 피해자들이 직접 만나는 사실상의 첫 대면이다. 하지만 옥시로부터 문자 한 통 받지 못한 3·4등급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상처를 입었다. 1·2등급 피해자들에게만 사과와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가습기 사태의 피해자들을 1~4등급으로 분류했다. 1등급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폐 손상이 유발됐다는 인과관계가 ‘거의 확실’한 피해자, 2등급은 ‘가능성 높음’으로 분류된 이들이다. 반면 3·4등급 피해자들은 다른 질환을 앓고 있지만 폐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질병을 폐 손상 여부로만 판단하는 건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폐 이외 질환 검토 소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2년 전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매긴 피해 등급은 결국 피해자들을 줄세우는 결과를 낳았다. 옥시가 피해자들에게 선별적으로 문자를 발송한 것도 이 등급에 따른 것이다. 옥시의 ‘선별적’ 사과와 보상 계획에 대해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대표는 “일부 피해자들만 불러모아 합의를 유도하는 꼼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옥시 측은 20일로 예정된 공식 설명회에 대한 언론 취재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지금 온라인 공간에는 옥시 제품을 퇴출하려는 ‘옥시 아웃(Oxy Out)’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옥시가 일부 피해자들만을 선별해 밀실 설명회를 하려는 계획부터 스스로 아웃시키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분노는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정진우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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