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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퇴임하는 오바마의 '숨겨진 유산'은?

내년 1월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54) 미국 대통령이 남기고 가는 '숨겨진 유산'은 국립명소(National Monument)다.

재임 8년간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국립명소를 세웠고 한반도 크기의 5배가 넘는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떠나게 된다. 허핑턴포스트는 "오바마의 많은 정치적 유산 중에서도 국립명소가 기억될 것"이라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는 110여 곳의 국립명소가 있다. 이 중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서 최초로 흑인노동조합이 탄생한 시카고 풀먼, 메릴랜드주 해리엇 터브먼 지하철로 등 23곳을 국립명소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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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 대통령 [사진 백악관 유튜브]

미국에서 국립명소 지정 권한은 대통령에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 국립명소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유물법'(Antiquities Act)은 1906년 제정돼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1858~1919)이 와이오밍주 데블스타워를 1호로 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 흑인·라틴계·아시아인 등 소수자들의 역사를 기념하는 장소를 대거 포함시킨 게 특징이다. 가장 최근 결정된 국립명소는 성(性)소수자 인권 운동의 발상지인 뉴욕 스톤월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이 뉴욕시 스톤월에 국가기념비를 건립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사의 공식적인 성지가 된다고 보도했다.

스톤월은 뉴욕 그리치니 빌리지의 게이 바다. 1969년 6월 28일 뉴욕 경찰이 스톤월을 습격하자 성소수자들은 경찰의 폭력에 맞서 싸웠다. 이는 '스톤월 항쟁'이라 불린다. 백악관의 스톤월 국가기념비 건립 최종 결정은 내달 이뤄진다.

워싱턴DC의 '벨몬트-폴 여성 평등 국립명소'는 지난달 지정됐다. 오바마는 국립명소 지정 행사에서 "미국도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는 "여성이 백악관 집무실에 앉지 못했던 때가 미국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이 크게 놀랐으면 한다"면서 "향후 100년 뒤 미래 세대가 남녀 평등은 여성들의 투쟁으로 쟁취됐으며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남부 흑인 노동자 마을인 '풀먼 모뉴먼트'는 지난해 지정됐다. 건물의 90% 이상이 130년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시카고 도심에서 남쪽으로 20km 떨어진 풀먼 지구는 침대 칸 열차를 최초로 만든 사업가 조지 풀먼(1831~1897)이 자기 회사 노동자들을 위해 1880년대에 조성한 주거 산업단지다. 여기서 미국 최초 흑인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19세기 풀먼 노동자들이 공정한 노동 조건을 위해 투쟁했고 이에 따라 흑인 중산층이 늘어났다. 흑인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권리의식이 싹트면서 20세기 미국에서 민권 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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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먼 모뉴먼트를 지정하는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한 또 다른 흑인 국립명소는 메릴랜드주의 해리엇 터브먼 지하철로다. 흑인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해리엇 터브먼의 이름이 들어있다. 그는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북부 자유지대로 탈출시키는 '지하철로'라는 비밀조직을 운영했다. 터브먼은 최근 20달러 지폐도안 속에 들어간 인물이기도 하다.

이밖에 멕시코계 농장 근로자들의 대부이자 민권운동가로 잘 알려진 세자르 차베즈 국립명소도 오바마 재임기간 지정됐다. 캐롤라인 피니 켄터키대 조교수는 "누군가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과거는 우리에게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면서 국립명소 지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한 국립명소 중에는 자연지대도 있다. 2014년 그는 1400㎢에 달하는 LA카운티 지역 국유림인 '샌 가브리엘' 지대를 국립명소로 지정했다. 미국 농무부 산하 산림청이 이 국유림을 관리해왔지만 저예산 속에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할 수 없어 자연 훼손이 벌어지고 있었다. LA타임스는 "국립명소 지정을 통해 산림 관리원들이 곳곳에 배치되고 쉼터·산악 학습장이 생기면서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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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샌 가브리엘 국립명소 지정에 서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7만㎢ 이상의 연방정부 보호구역을 새로 설정했다.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22만㎢)의 5배에 해당한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월 캘리포니아 주에 3곳의 국립공원을 새로 지정하면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지정된 보호구역이 이같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국립명소·국립공원 지정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채굴·방목은 물론 차량을 이용한 구역 내 탐방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롭 비숍 공화당 하원의원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독재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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