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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함지박길 맛있는 지도] 한적한 은행나무 언덕에 소문난 맛집들

강남통신이 ‘맛있는 골목’을 찾아 나섭니다. 오래된 맛집부터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주목받는 핫 플레이스까지 골목골목의 맛집을 해부합니다.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5곳의 맛집은 별도로 추렸습니다. 이번 회는 방배중학교에서 함지박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동광로, 일명 함지박길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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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사거리에서 방배중학교 가는 언덕길.


서래마을 메인도로보다 더 프랑스 같아
유명 셰프들이 둥지 틀며 서서히 변화
가로수 푸른잎 돋는 5월 특히 아름다워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부터 일식·브런치카페
함흥식 ‘서초면옥’, 나폴레옹 과자점 디저트도
뒷골목 공방·리빙매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서래마을은 ‘프랑스 마을’로 알려져 있다. 그 서래마을에서도 특별히 더 프랑스 같은 곳이 있다. 방배중에서 함지박사거리에 이르는 700m 남짓한 방배동 함지박길이다.

걸어서 10분, 자전거를 타면 딱 3분 걸리는 거리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들이 함지박길에 대해 표현하는 방법은 각기 달랐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함소영(51)씨는
“한적하고 위험하지 않은 주택가”라고 말했다. 반면 날씨가 좋아 이곳을 찾은 정우영(26·사당동)씨는 “유럽 여행 갔을 때 헤맨 골목길처럼 이국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외부인들에게는 이국적이고 다른 세상 같은 곳. 이게 최근 새로 생긴 식당과 카페로 바빠지기 시작한 함지박길의 이중적인 매력이다.

이 일대는 1986년 아시안 게임 때 세워진 고급 빌라로 가득하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방배동에 최초의 고급 빌라 ‘효성빌라’가 세워지면서 단독주택은 사라지고 빌라가 들어섰다. 그즈음 한남동에 있던 주한프랑스학교가 서래마을로 이전하면서 동네에 프랑스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외교관·공무원 등 아이를 프랑스학교에 보내는 프랑스인이 이 마을로 모여들면서 식당과 가게 분위기가 서서히 프랑스처럼 변했다. 프랑스인이 아침마다 바게트를 사고,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꽃을 사는 곳. 이곳이 서울의 ‘작은 프랑스’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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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새 식당·카페 하나둘 늘어

거리 하나 차이지만 상가가 빼곡하게 들어서 복잡하고 활기찬 서래마을 대로변과 방배중학교 서쪽에 위치한 함지박길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함지박길은 얼핏 보면 그냥 주택가다. 식당과 카페가 적당히 드문드문 들어서 아직 상업적인 분위기는 덜하다.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도 매일유업에서 운영하는 ‘폴바셋’과 SPC그룹에서 낸 ‘퀸즈파크’ ‘벽제갈비’ 정도가 전부다.

길가에 빼곡히 은행나무가 서 있는 이 길은 5월에 특히 아름답다. 나무에 푸른 이파리가 돋아 거리는 싱그럽기까지 하다. 거리를 걸으며 올려다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더 그린테이블’이나 ‘도우룸’처럼 2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길가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인근 부동산 주인은 “2층 전망이 좋아 가게세가 1층 못지않게 비싼 곳이 이 함지박길”이라고 말했다.

2011년 이곳에 둥지를 튼 더 그린테이블 김은희 셰프는 “사거리에서 방배중학교로 이어지는 길이 경사진 언덕이라 이곳에 가게를 내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평지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경사진 길은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도로에 늘씬한 나무가 줄지어 선 이 거리 풍경은 이런 지리적 단점을 보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김 셰프는 “지난 2~3년간 못 보던 식당과 카페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며 “변화가 거의 없던 함지박길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아직까지는 외지인보다 동네 주민이 더 많이 오가는 거리라 상업적인 분위기가 덜한 것도 매력이다. ‘제로컴플렉스’의 이충후 셰프, ‘스시만’의 권오준 셰프 등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이곳에 둥지를 튼 이유도 호젓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다.

SNS에 ‘찍고 가기 좋은’ 가게들

함지박길 맛집 산책은 방배중학교를 지나 동광로 초입의 ‘제로컴플렉스’부터 시작한다. 미용실과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2층에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셰프의 실력이 소문나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만석이다. 저녁도 좋지만 창밖의 가로수길 조망이 아름다운 낮 시간 손님도 많다. 건물 바로 옆에는 호텔 일식당 셰프가 정통 에도마에 스시를 만드는 ‘스시만’이 있다. 그 위에는 해산물을 주제로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프렌치 레스토랑 ‘앙티브’가 위치한다. 셰프의 인테리어 감각이 드러나는 화려한 실내 분위기 때문에 SNS에도 자주 등장하는 식당이다.

함지박사거리 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1층에 브런치 카페 ‘미닝’이 나온다. 샐러드·파스타·리소토 종류가 다양해 부담 없이 들러 한 끼 식사하기 좋다. 바로 그 위층에 프렌치 레스토랑 ‘스와니예’를 이끄는 이준 셰프의 세컨드 레스토랑 ‘도우룸’이 있다. 도우는 영어로 반죽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셰프가 매일매일 직접 만드는 반죽으로 생파스타와 피자를 만들어 판다. 오픈 키친을 통해 요리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고, 레스토랑 한쪽에서 파는 생면을 살 수도 있다. 2015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이 거리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함지박길 초행이라면 기본적으로 한 번쯤 ‘찍고 가는’ 곳이다.

프랑스 마을이라고 외국 음식만 파는 건 아니다. 미닝과 도우룸 건물 바로 옆에는 함흥냉면 전문집 ‘서초면옥’이 있다. 심심한 을지냉면과 비교되는 게 함흥냉면의 자극적인 맛이지만 이 집 냉면은 덜 자극적인 육수 맛과 탱탱한 면발로 승부한다. 넓은 주차장이 딸려 있어 가족 모임이나 단체 모임할 때 가기 좋다.

그 옆에 있는 게 1968년 성북동에 1호점을 낸 전설의 베이커리 ‘나폴레옹 과자점’이다. 추억의 버터케이크부터 생크림·무스케이크, 디저트 빵과 쿠키류까지 골고루 파는 ‘디저트 성지’다. 옆 건물 ‘퀸즈파크’는 시즌별로 바뀌는 브런치 메뉴와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한 디저트를 같이 즐기기 좋다. ‘부티커리 미엘르’은 좀 더 차분하고 아늑한 앤티크 카페 분위기다. 카메라 들고 찾아오는 트렌디한 손님은 없지만 이곳만 찾는 단골이 많다. 같은 블록에 있는 ‘더 그린테이블’은 함지박길에 파인 다이닝을 처음 선보였다. 도자기를 굽고 꽃꽂이도 직접 하는 셰프가 수년째 한결같이 건강하고 맛있는 프랑스 음식을 만든다. 근처 빌라촌에 사는 여성 고객 단골이 특히 많다.

국민은행이 있던 자리에는 ‘폴바셋’이 들어섰다. 연예인 카페로도 유명했던 당근 케이크 원조 ‘세시셀라’가 있던 자리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래마을 주민들에게 세시셀라는 유럽풍 노천카페 원조다. 서래마을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심주원(38)씨는 “주말이면 산책 겸 세시셀라까지 걸어가 파란색 외벽과 노란색 차양을 두른 건물 테라스에 앉아 브런치를 먹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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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길의 호젓한 풍경.


함지박사거리에 이르면 지난해 10월 오픈한 식빵 전문점 ‘식빵학개론’이 있다. 디저트빵이 아닌 식사용 식빵만 파는 집이라 아침에 특히 바쁘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현규 대표는 “함지박길에 온다면 식빵학개론 옆 골목으로 들어가 안쪽 거리도 같이 구경해보라”고 조언했다. 소품 가게, 디저트 가게, 꽃집과 공방이 자리한 안쪽 작은 길은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처럼 모이는 골목이다.

서래마을에서 9년째 꽃집 ‘플라워베리’를 운영하는 김다정(36) 실장은 최근 이 거리에 식당과 카페 말고도 리빙용품 매장이 점점 늘어난다고 말했다. 고가의 유럽 가구를 파는 ‘보컨셉, 프렌치 클래식 가구점 ‘르쏘메’ 등 고급 가구 매장이 화려한 쇼윈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최근 방배중학교 앞으로 자리를 옮긴 북유럽 디자인 편집숍 ‘루밍’ 자리에는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을 파는 ‘세그먼트’가 새로 문을 열었다.


서래마을 함지박길 대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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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학개론
이곳에는 인근 빵집의 빵 봉투를 든 손님이 많이 온다. 디저트 빵이나 케이크는 다른 빵집에서 사도 식빵만큼은 이 집에 서 사 가는 손님들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빵을 좋아했던 이현규 대표는 근처에 유명한 베이커리가 많자 자신은 제빵의 기본인 식빵 하나로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식빵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 천일염으로 만들어 그 값을 한다. 대표 식빵은 현미쌀식빵이다. 발아현미를 25% 넣어 만드는데, 쫄깃하고 담백해서 이것만 먹어도 맛있다. 야채치즈식빵에는 다진 양파·당근과 후추가 들어간다. 에멘탈 크림치즈를 반죽에 섞어 짭조름한 맛이 난다. 빵 나오는 시간이 달라 언제 가도 갓 구운 따뜻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 현미쌀식빵 8000원, 야채치즈식빵 8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전화번호: 02-3482-8580
○주소: 서초구 동광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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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컴플렉스
이충후 셰프의 음식은 현대 예술가의 그림에 가깝다. 르꼬르동블루 파리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일했던 파리의 네오 비스트로(모던한 선술집) 레스토랑 ‘샤토 브리앙’에서 영감을 얻었다. 분위기와 메뉴는 비슷해도 콘셉트는 다르다. 제로컴플렉스에서는 ‘셰프가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판다. 스테인리스 식탁이 가득한 홀은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 같은 분위기다. 5월에는 그가 매주 방문하는 여주 농장에서 수확한 허브와 꽃으로 차린 화사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6월에는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심플한 요리를 내놓을 생각이다. 이 셰프는 자신의 음식을 가장 맛있게 즐길 방법으로 내추럴 와인을 함께 맛보라고 추천했다. 자연농법으로 만드는 내추럴 와인의 개성 있는 맛과 향이 이곳 음식과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궁합을 보여준다.
○대표 메뉴: 런치코스 5만5000원, 디너코스 9만5000원
○영업시간: 오후 12시~오후 11시, 일ㆍ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2-532-0876
○주소: 서초구 동광로 113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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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만
함지박길 초입, 도로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 ‘스시만’이 있다. 일본 미쉐린 스타 스시집에서 일하고 임피리얼 팰리스 일식당 ‘만요’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했던 권오준 셰프가 이곳에서 스시를 만든다. 스시만 스시는 생선을 숙성한 뒤 스시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깊고 진하다. 고등어는 최장 1년 동안 숙성해서 그 다음 해에 내놓는다. 권 셰프가 추천하는 5월 스시는 살이 부드럽고 맛이 꽉 찬 참돔이다. 6월에는 금태·농어·성게알 등 맛있는 생선 종류가 더 많아진다. 샤리(스시용 밥)는 최고 품종 쌀을 셰프가 직접 블렌딩해서 짓는다. 여기에 6개월간 숙성한 홍초로 맛을 내 따로 간장을 찍어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맛이 잘 배어 있다.
○대표 메뉴: 점심 코스 7만5000원부터, 저녁 오마카세 18만원, VIP 코스 20만원
○영업시간: 오후 12시~오후 10시
○전화번호: 02-533-0181
○주소: 서초구 동광로27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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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린테이블
더 그린테이블의 코스 메뉴에서는 첫 번째로 ‘허브 한접시’가 나온다. 레이스로 조각한 유리잔에 각종 허브와 식용 꽃을 담아준다. 손님들은 허브를 맛보기도 하고 요리에 뿌려 먹기도 한다. 갖은 해산물, 제주도 해초, 채소 퓨레 등 제철 식재료를 쓰는 더 그린테이블 메뉴는 건강하고 맛있다. 플레이팅도 예뻐서 SNS 사용자들이 사랑하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유명 요리학교 CIA에서 배우고 2011년 식당을 시작한 김은희 셰프는 “손님들이 요리를 보고 동양화 같다는 평을 할 때도 있다”며 웃었다. 150가지나 되는 와인 리스트는 가격대가 합리적이다. 목~일요일은 만석일 때가 많다. 화·수요일에 들르면 아늑하고 조용한 2층 창가에 앉아 함지박길 가로수를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로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 런치 코스 3만8000원부터, 디너 코스 7만5000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전화번호: 02-591-2672
○주소: 서초구 동광로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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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커리 미엘르
외지인보다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아늑한 디저트 카페다. 동네 명소였던 ‘세시셀라’가 문을 닫은 뒤 달고 진한 케이크가 먹고 싶은 사람들은 다 이곳에 와서 디저트를 먹는다. 밖에서 보면 소박한 분위기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100년 넘은 앤티크 가구와 소품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의자, 조각상, 거울 등 인테리어만 보면 100년 넘은 가게 같은 분위기다. 디저트 메뉴로는 화이트 초콜릿을 듬뿍 뿌린 치즈 케이크가 가장 유명하다. 저녁이 되면 조도를 낮추고 로맨틱한 음악이 흐르는 와인 바로 변신한다.
○대표 메뉴: 치즈케이크 6500원, 미엘르 튜나 번 샌드위치 5500원, 허니브레드 8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전화번호: 02-522-3464
○주소: 서초구 동광로 93 1층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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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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