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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NIE]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본 기업과 국가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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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어 239명(정부 접수 기준)이 목숨을 잃는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5년 만인 지난 4월 18일에는 롯데마트가 5월 2일에는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처음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년간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제조·판매사의 사과나 보상 없이 시간을 버텨왔다. 뒤늦은 사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과는 피해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웠고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통해 기업의 윤리와 국가의 책임에 대해 알아봤다.

사망 239명 등 1500명 이상 살균제 피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사망 239명을 포함 1500명이 넘는다. 2011년 유해성 문제가 제기돼 판매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1월부터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피해자 전수조사를 벌여왔다.

롯데마트가 사건 발생 5년이 지나서야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사태와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회사다. 폐 손상 사망자 146명 중 103명이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 옥시는 의도적인 법인 변경, 실험보고서 은폐·조작, ‘유해 가능성’이 적시된 자료 삭제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사건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발생했다면 옥시 측은 어떤 조치를 내놓았을까. 올 2월 미국 미주리주 법원은 존슨앤드존슨의 베이비 파우더를 35년간 사용하다 숨진 여성의 가족에게 회사가 7200만 달러(약 87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베이비 파우더에 포함된 활석 가루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됐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었다. 미주리주 법원은 “암 유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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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힌 약국.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자까지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들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패소

기업의 도덕적 책임뿐 아니라 정부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1년 보건복지부는 흡입독성시험 결과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 수거 명령을 내렸지만 사건 해결에는 미온적인 태도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숨진 피해자들의 유족 4명이 “가습기 살균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은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옥시가 한국에서만 해당 가습기 살균제를 팔았다는 건 상징적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소비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취약하다는 의미 아닌가.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일보 2016년 4월 30일 ‘‘살인 물질’ 제조·유통,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하자’)

아직 국내에 살생물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법적·제도적 생활화학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유럽연합(EU)은 1998년 2월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도입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신고되지 않은 물질을 포함한 살생물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했다.

기업도 정부도 아닌 소비자들의 불매 심판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 옥시 제품의 검색을 막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옥시가 ‘한국판 유키지루시 유업’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본 유키지루시 유업은 2000년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하자 책임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소비자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 결국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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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과 법인

친구 셋이 고구마 장사를 해서 100만원이 남아 셋이 똑같이 33만3333원씩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근데 남은 1원은 누가 가져야 할까요. 또 어떤 사람이 여기서 산 고구마를 먹고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세 친구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물론 이런 문제들을 구성원들끼리 합의해서 일을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면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것이 법인(法人)이라는 개념입니다. 법인에 반대되는 개인을 자연인(自然人)이라고 합니다.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법인(法人)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법적으로 인정되는 사람’, 즉 ‘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혹은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주체’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법인을 구성하는 경우를 사단법인이라고 합니다.

법인은 사단법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단법인도 있습니다. 장학재단이 좋은 예입니다. 장학재단은 대체로 엄청난 금액을 누군가가 출연하면 그에 따른 이자를 가지고 운영됩니다. 이자를 관리하고 대상자를 선정, 전달하는 등의 과정을 담당할 누군가가 있으면 그 사업은 장학사업, 즉 법적 행위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정한 목적에 바쳐진 재산에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한 것을 재단법인이라고 합니다.

물론 재단은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말고도 다양한 구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법인과 사법인,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외국법인과 내국법인 등이 여기에 속한답니다.

기업이 지켜야할 의무

기업이란 이와 같은 사단법인이면서 동시에 영리법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법적 행위와 책임의 주체로서 법률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할 책임이 있는 것이지요.

그 사회적 역할이라는 것은 거창하게 자신과 직접적 상관이 없는 누군가의 어려운 형편을 도와야하는 것을 뜻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회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와 같은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으로 책임을 한정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 경우는 사회에 대한 적극적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 정도로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국가는 관리·감시 역할

국가는 법인일까요. 그렇게 단정 짓기 좀 애매합니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역시 법인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단체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입장들이 있습니다. 다만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이론, 즉 사회계약설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국가의 어떤 행위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이나 자유를 위협했다거나 혹은 침해했다면 국가는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기업이 불법적 행위를 하는지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물론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혹은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임을 알면서도 기업의 불법적 행위를 눈감았다면 국가 역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그러면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얼마만큼 물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도 크게 두 가지 견해가 있답니다. 발생한 손해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과 일벌백계할 수 있을 만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후자를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 금액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기업에 부과한 판결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판결입니다. 문우일 세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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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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