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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 이럴거면 차라리 당 쪼개라

새누리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시간이 흐를수록 정리되기는커녕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집권당의 내분과 혼돈은 당내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입법·행정을 비롯한 국가의 의사결정 능력 자체를 갉아먹는 악성 질환이다. 어제 새누리당은 당의 유일한 합법적 지도부인 정진석 원내대표가 제안한 비상대책위(위원장 정진석)와 혁신위(위원장 김용태) 구성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비대위는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2~3개월간 당의 임시 최고의결기구로, 혁신위는 4·13총선의 참패 원인을 조사하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당내 개혁을 주도할 기구로 각각 역할을 분담했다. 그런데 이를 추인하기 위해 소집된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회의가 무산됐다. 온 국민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그 추이를 지켜보는 집권당의 새 지도부 선출회의가 참석자가 적어서 없었던 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런 해괴한 일은 뒤에서 누가 작용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다.

이른바 친박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움직였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임전국위의 경우 이날 52명 정원 중 16명만 나타났는데 전날 밤까지 참석을 약속한 사람이 31명이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가 이날 사퇴선언을 하면서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민주주의는 죽었다.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비대위·혁신위 안을 내놓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새누리당은 선거 패배 여파로 최고위원회의가 붕괴된 상태다. 폐허처럼 무너진 당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선출해 세운 유일한 합법적 리더십마저 치명상을 입었으니 이제 당의 재건작업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정진석 원내대표의 인선안을 무효화시키려는 친박의 움직임은 집요했다. 그제 오전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김선동 당선자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비박 위주의 인선안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하더니 오후엔 친박 초·재선 당선자 20명이 일사불란하게 모여 기자회견으로 압박했다. 이들이 자기들의 당을 사랑했다면 집단협박으로 운동권 흉내를 낼 게 아니라 전국위 등에 참여해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다.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마지막 당 지도부를 무력화시킨 친박들의 움직임엔 5·18 행진곡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선택에 유감 표명과 재고를 요청한 정진석 원내대표를 가만둘 수 없다, 길들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한 달 전 총선에서 친박 세력의 오만과 맹종으로 제2당으로 추락했다. 그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국민과 당을 생각하기보다 자기들의 패거리 이익과 최종 보스인 박 대통령의 마음만 헤아리는 붕당으로 전락했다. 차라리 이럴 바엔 당헌·당규를 바꿔 박 대통령이 당 총재로 취임하는 게 나을 것이다. 더 이상 무너질 게 없는 상황이라면 새누리당의 수명도 다했다는 냉정한 판단을 할 수도 있겠다. 당을 쪼개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는 것도 꼭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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