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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번역의 힘 일깨운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한강이 한국문학계에 새로운 빛을 던졌다. 3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받았다. 영국에 번역 출간된 외국 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올해부터 번역을 포함한 작품상으로 시상 제도가 바뀐 이후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제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는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와 포옹하며 공동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최근 깊은 잠에 빠진 한국 문단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이후 급락한 우리 문학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외국 소설이 장악하고 있는 문학 시장 판도를 돌려놓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문학의 죽음이 거론될 만큼 위기에 놓인 우리 문학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드라마·가요 등에 치우친 한류의 지평이 넓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한 획을 그었다. 우리 소설도 언어장벽을 넘어 외국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간 제기돼 온 번역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삶의 폭력성을 천착해 온 한강의 문학세계를 유려하게 옮긴 번역자 스미스의 뒷받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강도 수상 소감에서 “좋은 번역자를 만나서 굉장히 행운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학 번역은 현재 세대교체 중이다. 외국 문학 전공 한국인이나 한국학 전공 외국 교수들이 1세대로 활동했다면 요즘에는 한류를 접한 젊은 원어민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옮긴 스미스도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한국문학이 좋아 런던에서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번역전문가 양성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의 꾸준한 지원도 받았다. 제2, 제3의 한강을 키우는 길, 원어민 번역자의 체계적 양성이 정답일 것이다. 오르한 파무크·모옌 등 아시아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원어민 전담 번역가를 거쳐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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