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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적고 주민 심의 안 받고…말로만 참여예산제

31억5000만원. 충북 청주시가 올해 집행할 주민참여 예산 규모다. 전체 예산 약 1조5800억원의 0.2%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100명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이 회의를 거쳐 선정한 23건의 사업비다. 버스승강장 조명등 설치, 배수로 정비 등에 쓰인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너무 적고 민원성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지방재정 민주화를 내세운 ‘주민참여예산제’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살림살이를 결정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공무원이 결정하는 곳이 많다. 사업당 예산 배정액도 최고 3억원에 그쳐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점했던 예산편성권을 지역 주민과 함께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2005년 도입됐다. 현재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171곳에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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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무원의 ‘입김’이 여전한 곳이 많다. 주민이 낸 아이디어 사업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공무원이 정한다는 얘기다. 충북 영동군은 올해 예산 3225억원 중 9억여 원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르다. 위원들이 심의는커녕 1년에 한 차례 정도 군의 예산 편성 배경 설명을 듣는 수준에 그쳐서다. 충주시와 보은·증평·괴산군은 아예 위원회를 꾸리지 않았다. 대신 매년 8~9월 설문조사나 온라인을 통해 주민 의견을 받는 형식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용한다.

예산 규모도 논란이다. 광역 지자체 대다수가 1개 사업당 최고 예산으로 3억원을 잡아 놓았다. 건당 사업비가 수백만원인 경우도 많다. 지역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은 아예 그릴 수 없다는 의미다.

주민의 참여의식도 문제다. 일부 시·군의 경우 위원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적어 담당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예산이 전문 분야다 보니 편성기준, 관련 법령 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위원들은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시행착오도 나타난다. 대구시는 지난해 북구 금호강 하중도(하천 속의 섬)에 2억원을 들여 시민쉼터를 만드는 사업을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최근 하천 관리부서에서 하천법상 시설물 설치가 어렵고 침수 피해·수달서식지 훼손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심의 단계에서 이 문제가 검토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희 강동대 교수(사회복지행정학)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며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권위 의식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장호 행정자치부 재정정책과장은 “지자체가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올해 안에 지방재정법을 개정할 예정”이라 고 말했다.

대구·수원·청주=홍권삼·임명수·최종권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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