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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만 힙합하나, 6080 ‘할미넴’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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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민족’에서 젊은 음악인과 짝을 이뤄 매주 힙합 경연을 펼치는 이른바 ‘할미넴’. 최고령 참가자인 80대 김영옥. [사진 JTBC]


그녀들이 차례로 무대 중앙에 선다. 비트에 맞춰 랩을, 래퍼들이 곧잘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가사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사이에 선보이는 손동작도, 차려입은 옷도 그 음악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바로 힙합, 요즘 대세로 떠오른 문화코드이자 젊은 층의 전유물인양 여겨져온 장르다.

| 80대 김영옥, 60대 양희경·김영임
JTBC ‘힙합의 민족’서 랩 경연
직접 쓴 가사엔 뭉클한 감동까지


헌데 이 무대의 여성들 평균 나이는 65세다. 최고령인 80대 배우 김영옥을 필두로 이른바 ‘할미넴’(할머니+에미넴)으로 불리는 여덟 명이다. 최연소인 배우 문희경이 유일한 5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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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민족’에서 젊은 음악인과 짝을 이뤄 매주 힙합 경연을 펼치는 이른바 ‘할미넴’들. 모두 60대인 이용녀, 양희경, 국악인 김영임. [사진 JTBC]


이들은 지난달 시작한 JTBC 예능프로 ‘힙합의 민족’에서 손주뻘, 자식뻘인 힙합 뮤지션과 짝을 이뤄 힙합 경연을 펼치는 중이다. 자칫 힙합도, 출연자도 희화화될 수 있다던 우려와 달리 무대 안팎은 어떤 음악경연 못지 않게 진지하고 치열하다. 때로는 퍼포먼스에 카리스마가 번득이고, 때로는 직접 쓴 가사에 삶의 진한 회한이 녹아나 신명은 물론 뭉클한 감동도 주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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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60~70대가 주인공이다. 왼쪽부터 나문희, 박원숙, 김혜자. [사진 tvN]


환갑을 넘겨 예전 같으면 ‘할머니’로 불렸을 여성들이 최근 대중문화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시작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는 김혜자·고두심·나문희·윤여정·박원숙 등 고현정을 제외한 주연배우 대부분이 60~70대다. 이들이 연기하는 인물 역시 얼마 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칭 ‘나홀로 살기’에 도전한 조희자(김혜자 분)를 비롯, 치열한 시기를 벗어난 은퇴 인생이 아니라 저마다 도전적 시기를 겪는 현역 인생이다. 또 종업원 여럿 두고 식당을 운영하는 장난희(고두심 분)가 틈틈이 콜라텍을 찾듯,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소한 기쁨을 누리려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 tvN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고현정 빼고 전부 60~70대 여성
어르신 아닌 인간의 모습 보여줘


이런 와중에 젊은 세대가 쉽게 상상못할 노년의 면모가 드러나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지극히 일상적인 태도가 그렇다. 예컨대 고집불통 남편(신구 분)을 견디며 신혼초 약속한 세계여행 떠날 날을 고대하는 문정아(나문희 분)가 “길에서 죽고 싶다”고 할 때, 동갑 친구 조희자는 질색 대신 반색을 한다.

TV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을 두고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두 프로 모두 노년층을 겨냥한 게 아니라 ( 젊은 세대가) 노년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가 기저에 깔린 프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힙합의 민족’은 젊은이의 전유물에 도전한 나이든 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젊은 층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가 핵심”이고 “‘디마프’는 엄마 친구들을 동년배처럼 대하는 고현정을 화자로 삼아 나이든 세대를 ‘어르신’ 아닌 ‘인간’으로 접근한다”는 분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황미요조씨는 특히 노년 중에도 여성이 초점인 것을 두고 “나이에 더해지는 권위적이고 소통이 잘 안되는 이미지를 완화하는 효과”라며 “과거 시트콤 ‘하이킥’시리즈나 예능프로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노년 남성을 ‘귀여운 할아버지’라는 캐릭터로 보여준 것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중문화가 이처럼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노년을 묘사하는 것에 대해 “실버세대를 겨냥했다기보다 30대, 40대의 노년세대에 대한 판타지나 자신의 노년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물론 ‘어른’의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디마프’의 장난희는 한참 전 죽은 남편이 젊은 시절 바람을 피운 상처 때문에 지금도 모처럼 만난 친구와 드잡이를 벌이기도 한다. ‘힙합의 민족’에선 경연 결과 매겨진 순위에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나온다.

‘힙합의 민족’의 송광종 PD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도전에서 얻는 것도 있지만, 상처도 입고, 화가 나기도 하듯 이 분들도 마찬가지”라며 “처음에는 나이든 분들이 젊은 세계로 들어오는 것, 할머니가 할 수 있는 힙합에 초점을 뒀지만 갈수록 이 분들의 새로운 도전 자체에 시청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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