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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살던 남자들, 감독 되니 펄펄 나네요

“포수는 경기 도중 전방 90도를 주시한다. 양 옆 벤치의 감독은 물론 뒤에 서 있는 주심의 성격까지 신경써야 한다. 360도를 두루 살펴야 하는 것이다. 이 넓은 시야는 감독이 된 후에도 계속 살아있다.”

1986년부터 94년까지 9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를 이끌었던 모리 마사아키(79) 감독은 ‘포수 출신 감독’ 예찬론자다. 그는 세이부 감독 시절 퍼시픽리그 우승 8회, 일본시리즈 6회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선수 시절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를 맡으면서 65년부터 73년까지 일본시리즈 9연패를 이끌었다. 당시 모리 감독은 ‘요미우리의 두뇌’라고 불렸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는 포수 출신 감독의 전성시대다. 1위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49) 감독과 2위 NC 다이노스 김경문(58) 감독은 모두 현역 시절 포수를 봤다. 지난해 1군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kt 위즈의 조범현(56) 감독 역시 포수였다. kt는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7위를 달리고 있다. 세 감독은 ‘포수 왕국’ OB(현 두산)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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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두산에 부임했다. 데뷔 첫해 팀을 정규시즌 3위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는 주축 타자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전력 약화가 예상됐지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김 감독은 OB시절 눈썰미가 좋고 영리해 ‘투수리드의 달인’으로 불렸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주장을 맡으면서 ‘불곰’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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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투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포수였다.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뒤에는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은 없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민 감독’ 이란 별명을 얻었다. 2012년 말 신생팀 NC를 맡아 창단 2년째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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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범현 감독은 2009년 KIA 타이거즈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신생팀 kt를 맡아 최하위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기존 구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만들었다. 조 감독은 포수 출신답게 꼼꼼하고 세밀한 팀 운영이 돋보인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감독으로도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 감독이 대접을 받는다. 30개 구단 감독 중 절반(15개팀)이 포수 출신이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5개팀 감독은 모두 포수 감독으로 채워졌다. 96년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끈 조 토레(76) 감독은 대표적인 포수 출신 지도자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선 8년 연속 포수 출신 감독이 우승을 독차지했고, 포수 감독의 인기가 높아졌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네드 요스트(61) 감독, 유일한 100승팀(100승62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이크 매서니(46) 감독도 포수 출신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27승9패)인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62) 감독도 마찬가지다.

세인트루이스의 매서니 감독은 “포수는 그라운드 전체를 봐야 한다. 감독의 덕목인 책임감을 기르기도 좋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 ‘석간 후지’는 13일 “현대 야구에서는 빠른 결단력과 원활한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또 방대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그라운드 위의 감독인 포수는 이런 역할에 능숙하다”고 전했다.

일본 에서는 12개팀 가운데 퍼시픽리그 2위 지바롯데(이토 쓰토무)와 센트럴리그 2위 주니치(다니시게 모토노부)의 감독이 포수 출신이다. 74년부터 지난해까지 42년간 일본시리즈 우승 팀을 분석한 결과 포수 출신 감독이 우승을 차지한 게 13차례(31%)나 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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