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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중앙일보 <2016년 5월 6일 26면>
생활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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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임산부와 영·유아 등 143명이 폐 손상으로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생활화학물질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학적으로 볼 때 ‘살생물제(Biocide)에 의한 공중보건 위기’에 해당한다. 살생물제는 생활환경에서 인간이 원치 않는 미생물·곤충 등을 제거하는 생활화학물질이다. 위생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선 필수품이다. 생활화학물질의 30% 정도를 살생물제가 차지하는 이유다.

살생물제는 저농도로 사용되지만 인체에 직접 노출되는 데다 노출 빈도가 잦다. 이에 따라 직업병을 일으킬 수 있는 산업용 유독물질 못지않게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물질도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위생적으로 생활하려고 사용한 가습기 소독제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도 이런 허술한 관리에서 벌어진 인재였다고 볼 수 있다. 바닥 청소에 쓰는 살생물제를 안전성 확인도 없이 가습기 소독제로 전용하다 폐에 문제를 일으켜 결국 끔찍한 참사가 벌어진 게 아닌가.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살생물제를 비롯한 생활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안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위해 우려가 있거나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물질은 확인이 완료될 때까지 시장 진입을 막는 등 생활화학물질 안전을 확보할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국내에 살생물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법적·제도적 생활화학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일찌감치 간파해 1998년 2월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도입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신고되지 않은 물질을 포함한 살생물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했다. 모든 살생물질은 인체 및 환경에 대한 영향을 확인한 뒤 당국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도록 했다. 2013년부터는 살생물제관리법을 발효해 발암성·생식독성·잔류성·생물농축성 등 인체나 환경에 유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생산과 유통 자체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하는 정도의 내용만 입법예고됐을 뿐이다. 살생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적극 관리해 국민의 생활안전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학물질 등록법 및 평가에 관한 법률’에 일부 살생물제만 제한적으로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이 생활화학물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려면 별도의 ‘살생물제관리법’이 절실하다.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살생물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부터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살생물제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 주는 일이기도 하다.

한겨례 <2016년 5월 6일 23면>
‘탈북자 알바’ 동원한 보수단체의 돈줄과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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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제조업체인 옥시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서울대 교수를 긴급체포했다. 연구자의 행태도 놀랍지만, 역학조사 결과를 뒤집겠다고 뇌물도 서슴지 않은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에 거듭 아연하게 된다. 엄히 조사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해의 책임이 기업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피해 발생과 확산의 큰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응당 해야 할 예방조처를 하지 않고, 피해 발생 뒤에도 본격 수사와 피해 구제를 미루고, 책임을 서로 떠넘긴 것이 바로 정부다. 직무 태만인지, 아니면 기업의 접근 따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초동 조처부터 실패했다. 2006년 첫 어린이 사망자가 보고된 뒤 2007년 여러 대학병원 의료진이 관심을 촉구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잇따랐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소관 탓만 하며 손을 놓고 있었다. 감염병이 아니라면 유해 화학물질 노출을 의심하는 게 당연하고 폐 섬유화 등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는데도 2011년 이전까지는 역학조사도 하지 않았다.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4~5년을 그냥 흘려보낸 셈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2003년 무렵에는 유독물질에 해당할 정도의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란 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했던 위험물질이었다. 그런데도 1996년 이 물질이 처음 생산됐을 당시 정부는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분류했다. 2001년 옥시가 이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을 때도 안전 인증이나 검사는 없었다. 옥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할 때도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았다. 10년 뒤인 2011년 환경부 역학조사로 PHMG 등이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정부가 이를 유해물질로 지정한 것은 2014년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관리·감독을 외면한 이유가 무엇인지, 업체에 독성검사 자료 제출조차 요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피해 확인 뒤 신속한 조처를 미적댄 이유가 무엇인지 등은 지금이라도 규명돼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밝히는 일은 제조사에 대한 수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논리 vs 논리
법적·제도적 시스템 갖춰야 vs 제조사·정부 책임 조사해야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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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그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포괄적인 피해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 조문규 기자]


먼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전말을 요약해 보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SK케미칼(당시 유공)이 1996년 카펫 항균제로 제조하겠다며 환경부에 신고했다. 당시 환경부는 이를 유독물질로 지정하지 않았다. 2001년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PHMG를 첨가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다. 2011년까지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453만 개를 판매한다. 문제가 드러난 것은 2011년 4월. 서울아산병원에 중증폐렴에 걸린 임산부 환자가 급증해 질병관리본부가 조사에 착수하고, 그해 8월 보건복지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위험 요인이라고 추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11월에는 1차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인 PHMG, PGH(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의 흡입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6종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미 사망자와 피해자는 양산된 상황이었다. 2013~2015년 정부의 두 차례 조사에서 옥시 제품을 쓴 103명을 비롯해 143명이 숨지는 등 모두 221명이 살균제와의 인과관계가 높은 피해자로 확인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망자 239명, 피해자 1528명으로 보고 있지만 잠재적 피해자까지 합친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가습기 살균제 대책특위’ 양승조 위원장은 지난 5일 “새누리당·국민의당과 협조해 국회에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특위를 설치하고 관련 정부기관을 소환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피해자 고소 이후 검찰이 이 사건을 그동안 방치한 이유와 서울대·호서대 교수의 유해성 실험보고서 조작 의혹, 산업통상자원부의 제품 안전관리 문제, 질병관리본부의 살균제 성분(CMIT·MIT) 동물흡입실험 결과 발표 관련 사안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이미 수차례 사설을 통해 중앙과 한겨레 두 신문은 모두, 제조사와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에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5월 6일자 두 신문 사설은 이번 사태를 어떤 식의 해법으로 풀어 갈지에 대한 의미 있는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

중앙은 이번 사건을 ‘살생물제(Biocide)에 의한 공중보건 위기’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 사설에서 주를 달아 놓고 있듯, 살생물제는 생활환경에서 인간이 원치 않는 미생물·곤충 등을 제거하는 생활화학물질을 가리킨다. 인체에 직접 노출되는 데다 노출 빈도가 잦은 살생물제는,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엄격하게 관리돼야 함에도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중앙은 살생물제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감독과 관리를 주문한다.

중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생물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법적·제도적 생활화학 ‘안전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중앙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신고되지 않은 물질을 포함한 살생물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유럽연합(EU)의 ‘살생물제 관리지침’을 예로 들며 유해물질의 생산과 유통을 정부가 법적으로 엄격히 감독하고 통제할 것을 요청한다.

한겨레의 사설은 ‘제조업체인 옥시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서울대 교수를 긴급체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을 기업과 정부의 도덕성 해이의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옥시가 서울대 수의과대에 의뢰한 실험에서 임신한 쥐의 새끼 15마리 중 13마리가 죽은 결과를 은폐하고, 추가 실험으로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연구진을 매수했다는 의혹은 큰 충격이다. 여타의 대형 사고들이 ‘검은돈’과 관계 있었음을 볼 때, 한겨레의 이런 지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비도덕성의 일면을 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겨레는 “2001년 옥시가 이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을 때도 안전 인증이나 검사는 없었”으며 “2011년 환경부 역학조사로 PHMG 등이 폐 손상의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정부가 이를 유해물질로 지정한 것은 2014년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정부가 관리·감독을 외면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관리·감독의 소홀은 단순한 업무상 나태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또한 정부의 느슨한 도덕성에 대한 추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살생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적극 관리해 국민의 생활안전을 높일 수 있는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구절을 볼 때, 중앙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 문제를 철저하게 법적·제도적 시스템의 부재 차원에서 보고 있다. 당연히 시스템 도입이 중앙의 해법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별도의 ‘살생물제관리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다. 법은 곧 국민에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고, 법이 부재한 곳에 도덕적 누수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앙이 제시하는 해법은 가볍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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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의 이번 사설의 제목은 ‘가습기 살균제, 정부 책임도 수사해야’이다. 중앙의 사설이 문제의 해결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한겨레의 사설은 사태의 원인 규명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제조사의 책임과 정부의 책임을 똑같이 물어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왜 2012년 피해자 고소 이후 검찰이 이 사건을 그동안 방치했는지, 서울대·호서대 교수의 유해성 실험보고서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제품 안전 관리 문제, 질병관리본부의 살균제 성분 동물흡입실험 결과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따지고 묻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강을 다시 세우는 일이고, 이런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일이다. 해법도 중요하지만 규명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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