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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장애인 집단학대 방치한 남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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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사회부문 기자

건장한 남자가 왜소한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패대기친다. 고꾸라진 남자가 발버둥쳐 보지만 남자의 공격적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다리를 거꾸로 잡아끌고 다니더니 등 뒤에서 목을 조르고 이내 발목을 꺾는다.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UFC)의 시합 장면이 아니다. 전북 남원의 한 중증 지적장애인(1∼2급) 거주 시설에서 벌어진 ‘장애인 집단학대 사건’의 단면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거주·요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설에서 폭력이 자행됐다.

가해자는 사회복지사 조모(42)씨였고, 피해자는 지적장애 1급인 이모(30)씨였다. 조씨의 폭행 장면은 지난 2월 28일 이 시설 2층 휴게실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씨는 밥을 먹지 않는 장애인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내려찍기도 했다. 다른 사회복지사는 탁자 위에 반복해 올라가는 장애인의 손등과 발등을 100원짜리 동전으로 수차례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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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경찰 조사 결과 폭력을 일삼은 사회복지사는 조씨를 포함해 모두 16명이었다. 이곳의 전체 직원은 퇴직자 4명을 빼면 21명이다. 남원경찰서는 16일 “조씨 등 2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47)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폭행 사실을 묵인한 혐의로 원장 이모(72)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31명 중 피해 장애인은 모두 23명이었다.

경찰이 압수한 영상은 지난 2월 18일부터 3월 15일까지 한 달 분량이었지만, 여기서 드러난 학대 사건만 127건이었다. 경찰은 압수수색 자료를 토대로 이곳에서 2011년부터 학대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확인한 학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란 얘기다.

윤길중 남원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피해자들이 말도 못하고, 언제 맞았는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반면, 가해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해 수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묻힐 뻔한 진실은 내부 제보자의 용기 덕분에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감독기관인 남원시의 직무유기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남원시는 2007년부터 이 시설에 매년 2억여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인권 실태 조사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감사 때 남자 사회복지사가 2014년 초 남자 장애인의 성기를 건드린 사건을 알았지만 서면 경고만 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이 아프다고 하소연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을 가족처럼 챙겼다면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인권 유린의 ‘생지옥’이 됐을까.

김준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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