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론] ‘태양의 후예’ 신드롬 이후 한류를 되살리려면

기사 이미지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크게 히트하면서 드라마 한류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배우 송중기·송혜교 등이 그려낸 해외 파병지의 로맨스에 빠져들면서 38%란 높은 시청점유율로 막을 내렸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주춤했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방송사는 덕분에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였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도 KBS와 합작 제작사 ‘태양의 후예 문화전문유한회사’를 만들고 드라마 제작에 나서 첫 작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사전 제작은 실패한다는 통설도 깼다. NEW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작비 130억원을 초과하는 1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0여 개국 수출과 부가상품 판매 등에서도 수백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출연 배우들은 일약 한류스타로 떠올랐고 극 중 군대 말투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정치권에서도 단골 홍보 소재로 애용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드라마 한류가 재점화되면서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과제를 안겨줬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먼저 드라마가 흥행하려면 현실적으로 여섯 가지 요소를 갖춰 준비해야 하며, 그래야만 한류 콘텐트로도 히트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문화산업의 특징인 ‘고위험 고수익’과 ‘문화적 할인’ 등을 고려해 이젠 ‘성공 방정식’에 충실한 드라마를 만들어야 어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원작 콘텐트의 경쟁력, 스타 파워 활용, 기획·제작사의 경쟁력, 수용자의 기호와 트렌드 반영, 전략적인 마케팅, 대진운과 가외변수 대응이다.

 
기사 이미지
‘태양의 후예’는 원래 국내용이었다는 게 제작사의 고백. 탄탄하게 준비해 사전 제작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 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제작사는 영화계 출신인 김원석 작가의 공모전 수상작인 원안을 로맨스의 귀재인 김은숙 작가가 합류해 잘 다듬도록 해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간 영화계에서 쌓은 명성도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톱스타를 기용해 위험 헤지(hedge)도 했다.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사전심의를 피해 심의가 면제되는 동영상 사이트를 중국 수출의 파트너로 택한 것도 현명한 처사였다. 경쟁 방송사에 강력한 드라마가 편성되지 않은 점도 호재였다.

투자를 이끌어낼 다양한 작품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혁해 국내 드라마 업계를 안정시켜야 한류 부활의 토양이 마련된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담론을 활성화하는 예술성과 실험성이 높은 드라마, 수출에 유리한 가장 한국적이거나 보편적인 스토리를 담은 작품을 동시에 발굴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은 업계를 규율할 ‘룰’도 없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건강성도 없는 상태다. 매일 밤 방송사마다 드라마를 2편씩 과다 편성하다 보니 투자 유치, 작품 흥행, 광고 유치 등 어느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일단 시청률을 높이려고 정석인 사전 제작을 외면하고 1~2회 방영 후 부진하면 각종 흥행 코드를 넣는 방식으로 대본을 고치며 동시 제작을 하고 있다. 이런 기형적 구조에 작가와 제작진은 스트레스로 울상이고 배우들은 ‘쪽 대본’ ‘회치기 대본’을 들고 기계처럼 연기한다. ‘태양의 후예’도 예외가 아니었듯이 투자 유치가 어렵다 보니 작품은 간접광고(PPL)로 도배되기 일쑤다. 스타의 몸값은 계속 치솟아 주변 인물이 생략됨으로써 조연·단역급 배우들은 생계난에 시달린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방송사·제작사·작가·배우 집단이 힘겨루기를 멈추고 먼저 적정 드라마 편수, 제작비 연동 출연료 상한제, 완전한 사전 제작 시스템 정착에 합의해야 한다. 기업도 PPL 협찬에 그치지 말고 직접 제작투자에 나서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해야 한다.

정부의 과제도 많다. 문화 융성을 표방한 만큼 이제 드라마 한류 지원에서도 짜임새 있는 각론을 내놓아야 한다. 한류 수출국의 관련 정보를 실시간 파악해 알리고 심의 등 규제를 완화하고 문화 교류의 강도를 높이는 데 행정과 외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류 수출에 최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가별 정세 파악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가령 중국이 사전심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문화 주권과 경제이익 수호 때문이라고 파악했다지만 중국 지도부가 우리 드라마의 빈번한 상업적 배경이나 비윤리적인 내용에 국민이 동화될까 봐 우려하는 데 더 큰 이유가 있다는 사실은 누락했다. 더욱이 중국은 올해부터 웹 드라마도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이 더욱 기민해져야 할 듯하다. 한류 효과로 문화 상품보다 소비재 상품이 4배 이상 팔린다고 하니 한류의 외연을 넓히려면 드라마 기획·수출 시 문화·외교·통상 관계 부처가 방송사, 제작사, 기업과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이익을 도모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류는 결코 어느 한 주체의 노력으로 되살아날 수 없다.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