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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안 한다, 맘껏 해보라…사내 벤처 미는 기업들

대중을 상대로 창업 자금을 모으는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엔 최근 ‘에이캔버스’라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전선 없는 디지털 갤러리”를 내세우며 “수백만점의 그림을 액자 모양 디스플레이로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흘만에 130여명에게서 약 4만5000달러(약 53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한 이 스타트업은 LG전자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LG전자가 사내에서 나온 창업 아이디어를 2년 간 키운 뒤 “스타트업으로 홀로 서 보라”며 지원한 사례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김평철 전 소프트웨어 플랫폼 연구소장과 “북미 지역에서 잘 팔릴 것 같다”며 의기 투합한 댄 리 북미 서비스·R&D센터 매니저 등 7명이 창립 멤버다.

LG전자 측은 “성공을 돕기 위해 관련 특허 및 기술을 제공하고 창업전문가들의 컨설팅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원할 경우 멤버들은 3년 안에 언제든 회사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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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시험하고, 임직원은 안전한 창업에 도전한다. 최근 대기업에서 사내 벤처 지원 프로그램이 확산하는 이유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가 가장 발빠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씨랩(C-Lab)’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모은다. 선발된 아이디어는 1년 간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 가며 키운 뒤, 내부 사업화할 지 독립된 스타트업으로 분사시킬지 결정한다. 지금까지 목걸이형 360도 카메라와 스마트신발 등의 제품을 내세워 9개 스타트업이 분사했다.

LG전자도 벤처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에이캔버스 외에 근적외선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한 ‘인핏앤컴퍼니’도 최근 분사했다. LG전자 신사업육성팀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선발해 5개월의 개발 기간과 1000만원의 개발비를 지원하는 아이디어 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하반기 출범한 스타트업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임산부 전용 화장품과 아웃도어 스포츠용 화장품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출시했다.

저성장 시대에 갈수록 많은 대기업이 벤처 형태의 소규모 사업 조직을 키울 거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의사 결정 속도나 과감성에 있어서 스타트업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에 취약하다”며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사내 벤처 육성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도 손해볼 게 없다. 진동을 통해 손끝으로 통화할 수 있는 손목밴드를 개발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한 ‘이놈들연구소’의 최현철 대표는 “창업 준비에 대기업의 기술과 자금이 뒷받침되는데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과감한 도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성공하려면 스타트업 특유의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기업에서 지원과 소속을 보장받은 직원들은 일반 스타트업에 비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며 “사내 조직으로 남아있을 경우 성과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분사할 경우 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이 조직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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