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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의 이상엽까지…‘드림팀’ 꾸리는 현대차

패션계에 칼 라거펠드(전 샤넬 디자이너)와 존 갈리아노(전 크리스찬 디올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버버리) 같은 스타 디자이너가 있다면 자동차 업계엔 크리스 뱅글(전 BMW), 이언 칼럼(재규어)이 있다.

이런 스타 디자이너 영입에 가장 열심인 곳 중에 하나가 현대기아차다. 최근들어 여러 디자이너를 잇달아 영입해 ‘인재 블랙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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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입 대상은 벤틀리 외장·선행디자인 총괄에서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기는 이상엽(46)씨. 6월 현대차에 합류할 이 상무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디자인 전략·방향성을 수립하고 내·외장 디자인과 색상·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할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이 상무가) 다양한 최고급 차를 디자인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한국인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낸 스타 디자이너로 꼽힌다. 홍익대 조소과,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디자인대 자동차 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제너럴모터스(GM)에 입사한 뒤 11년간 미국 최고의 스포츠카로 꼽히는 콜벳을 디자인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범블비’로 등장한 카마로도 그의 작품이다.

2010년 폴크스바겐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폴크스바겐·아우디·포르쉐·람보르기니·스코다 같은 계열사 브랜드 디자인을 이끌었다. 2012년부터 고급차 브랜드인 벤틀리 디자인 총괄을 맡아 최근까지 일했다. 벤틀리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벤테이가’가 그의 작품이다.

이 상무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건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정의선(46) 현대차 부회장의 의지가 한 몫했다. 평소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은 디자인’이라고 강조해 온 정 부회장이 직접 이 상무 영입을 주도했다. 앞서 역시 정 부회장이 주도해 지난해 현대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한 루크 동커볼케(51) 전무가 이 상무에게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커볼케 전무는 현대차로 영입되기 직전까지 벤틀리 디자인 총괄을 맡아 이 상무와 오랜기간 손발을 맞췄다.

이 상무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안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뒤 ‘인재 스카우트’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하고 디자인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 경쟁력을 단시일내 끌어 올리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능력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커볼케 전무는 이런 전략에 따라 지난해 말 합류했다. 그는 90년 푸조 디자이너로 입사한 뒤 아우디·스코다·세아트·람보르기니·벤틀리를 거치며 각종 디자인 상을 받은 스타 디자이너다. 벤틀리에서 플라잉스퍼·벤테이가를, 람보르기니에서 디아블로·무르시엘라고·가야르도 같은 수퍼카를 잇따라 선보였다.

원조로 영입한 디자이너는 피터 슈라이어(63)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로 지내던 2003년 5세대 골프 디자인을 주도해 골프를 그룹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전략 차종으로 키운 인물이다. 그는 2006년 기아차에 합류해 패밀리 룩인 ‘호랑이코 그릴’ 디자인을 주도했다. 기아차의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재 영입은 디자이너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엔 알버트 비어만(59) 전 BMW ‘M’시리즈 연구소장을 현대차 고성능차인 ‘N’ 브랜드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83년 BMW에 입사해 30여년 간 M시리즈를 비롯한 고성능차 개발해 주력해왔다. 또 맨프레드 피츠제럴드(53) 전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을 제네시스 전략 담당으로 영입했다. 그는 2006~2011년 람보르기니 마케팅을 총괄하며 람보르기니의 시장 장악력을 높인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차로 영입됐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스타 디자이너로 ‘드림팀’을 꾸린 만큼 영입한 인물이 제 역량을 조화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디자인 못지 않게 기본 성능 개선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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