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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검사권 갖고도…국책은행 부실 못 막은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감독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두 국책은행의 감독 책임과 제재 권한을 각각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죠. 금감원은 금융위나 기재부가 검사를 위탁하면 그때나 나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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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국책은행 감독 책임론에 대해 금감원 담당 간부가 내놓은 해명이다. 얼핏 맞는 듯 하지만 잘 따져보면 책임 회피 성격이 짙다.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역할을 스스로 부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법 37~38조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법에 따라 인가를 받아 설립된 은행을 검사하고 제재할 수 있다. 정부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금감원 자체 판단으로 국내 어떤 은행이든 현장 검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을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기관으로 만든 이유다.

금감원에는 국책은행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도 있다. 산은·수은·농협은행에 대한 검사와 감독을 전담하는 특수은행국으로, 산하에 5개의 팀이 있다. 산은·수은의 자회사나 대출 기업을 포함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신용감독국도 있다.

그런데도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대출을 퍼 주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5조원대 손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는 몇 년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줄이기 위해 금감원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에게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도록 주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부실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 수단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2014~2015년 2년 연속으로 대우조선에 대해 낮은 단계의 재무개선책인 관리대상계열(재무정보 제출 의무) 지정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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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우조선이 뒤늦게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부채비율이 200%대에서 파산 수준인 7000%대로 급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국책은행이 대우조선 대출금 13조원(산은 4조원, 수은 8조9903억원)을 부실채권이 아닌 정상채권으로 분류한 뒤 대손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았는데도 금감원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산은·수은의 대출 만기 연장으로 대출 원금·이자가 연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당장의 연체보다는 미래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는 게 감독당국의 역할”이라며 “금감원이 산은에 대우조선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도록 진작에 요구했다면 지금처럼 구조조정이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건전성에 대한 감독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또다시 9%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10%)을 밑도는 수치로, 국내 17개 은행 중 꼴찌다. 그러나 금감원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자본확충을 검토 중이어서 금감원이 관여할 수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물론 금감원 입장에선 국책은행 감독 책임론에 대해 억울한 심정이 들 수도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현실적인 권력 구도상 금감원이 국책은행을 시중은행처럼 감독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재부는 예산권을 쥔 막강 부처이고, 금융위는 금감원 감독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공신 출신인 두 국책은행의 수장을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질책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금감원 내부에선 지난해 경남기업 특혜대출 사건으로 기업 구조조정 담당 임원(부원장보)이 검찰에 기소된 후 구조조정 업무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럼에도 이는 결국 큰 틀에선 부수적 이유일 뿐이다. 어떤 현실적 제한 요건도 금감원의 국책은행 감독 책임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 남 탓을 하며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대하면 금감원의 존재가치는 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법률에 명시된 권한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게 무너진 금감원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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