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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낯선 질병 와도 다시는 내 환자 저승사자에게 안 뺏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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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이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국민은 신종 감염병 공포에 떨었다. 이런 가운데 김현아(42·사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외과 중환자실 책임간호사는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 메르스 못 오게”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 메르스에 맞서는 의료진을 대변했다.

메르스 그후 1년 <상>
동탄성심 김현아 간호사
첫 희생자에게 사죄 편지

그가 메르스 1년을 맞아 첫 사망자(57·여·25번 환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속수무책으로 떠나 보낸 죄스러움, 감염병에 맞서는 각오를 담았다. 다음은 편지 전문.
 
“다짐합니다, 끝까지 제자리 지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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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6월 12일자 1면 ‘김현아 간호사의 편지’.


유리 너머 당신이 머물던 격리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지난해 석가탄신일(5월 25일)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지요. 이곳에서 생과 사의 중간쯤에 서 있던 당신을 힘겹게 당기던 그때를 떠올립니다. 그렇게 죄책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날이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고생했다고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그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옆사람이 기침만 해도 노려보고 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던 시간들, 문밖에 나서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할 만큼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던 생소한 이름의 질병. 그리고 그 질병의 첫 번째 희생자였던 당신. 좋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당신을 다독이던 제 말이 모두 거짓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메르스라는 것도 모른 채 생과 사의 중간에서 당신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아직도 가슴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숨이 멎은 뒤에도 홀로 격리실에서 쓸쓸히 확진 판정을 기다리다 결국 남은 가족들의 따스한 배웅도 받지 못한 채 낯선 이들에게 둘러싸여 서둘러 화장터로 향하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오늘도 밀려오는 환자들을 돌보고 신규 간호사들을 가르치느라 중환자실이 분주합니다. 늘 그랬듯 “환자의 얼굴에 가족의 얼굴을 덧붙이라”고 조언하려다 당신을 그렇게 보낸 남은 가족들의 상처를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어 하려던 말을 멈추었습니다.

당시 단 한번의 편한 숨을 허락하지 않던 N95마스크를 눌러쓰고 땀이 채 마르지 않은 몸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 가운을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은 환자 곁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격리실 유리 사이로 당신을 보며 다시는 내 환자를 당신처럼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의료인을 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지금껏 내가 어떤 간호사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간호사가 될 것인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어쩌면 뒤로 물러설지도 모를 두 발에 힘주며 겨우 서 있던 어느 날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따스한 위로의 마음을 전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의 힘으로 우리 병원 의료진과 환자 어느 누구도 감염되지 않고 격리를 마쳤고 마침내 메르스는 이 땅에서 종식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또 다른 기적을 꿈꿉니다. 또다시 그 어떤 낯선 질병이 오더라도 그 누구도 1년 전의 당신처럼 삶을 슬프게 마무리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따스한 응원의 힘을 실은 두 발로 끝까지 제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시는 단 한 명의 내 환자도 저승사자에게 뺏기지 않도록 더욱더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겠다고. 세 번째 기적은 그렇게 우리 모두가 함께 이루어 내겠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관련 기사
①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
② “응원해 주세요 … 의료진들이 악착같이 메르스 물고 늘어지게”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황수연·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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