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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화 후유증 70대 “평생 15㎏ 산소통 끌고 다녀야”


메르스 그후 1년 <상> 끝나지 않은 고통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산소통을 끌고 다녀야 한다니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치밀어. 이게 사람이 사는 거냐고….”


| 344일째 호흡기로 연명 환자
“감염된 딸이 낳은 손주 보며 버텨”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내과 병동.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74번 환자 이모(72)씨는 말 몇 마디를 맺지 못한 채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코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이씨는 “숨이 차서 말을 오래 하기 힘들다”며 양해를 구했다. 16일이면 메르스 확진 판정(지난해 6월 8일)을 받은 지 344일째지만 그는 아직도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는 완치됐지만 폐 섬유화·심부전증 등 후유증이 심각해서다.

“처음 한 달을 의식을 잃은 채로 지내 기억이 없어요. 눈을 뜨고 나서 애들한테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나. 왜 이러고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낯선 메르스는 이렇게 이씨를 찾아왔다.

확진 뒤 중환자실에서 3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다. 폐섬유화(폐가 딱딱하게 굳는 증상)가 진행돼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 에크모(ECMO·환자의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어 몸에 재주입하는 장치)에 오래 의지했다. 부인 김모(66)씨는 “‘위독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회상했다.

오랜 병상 생활 탓에 몸무게가 10㎏ 넘게 줄었다. 폐 기능이 떨어져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려면 15㎏이 넘는 철로 된 산소통을 끌고 다녀야 한다. 화장실에 가려고 다섯 걸음쯤 내딛고는 100m 전력질주라도 한 것처럼 숨을 몰아 쉬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울컥해서 산소통을 내팽개쳐버렸다”며 “남들에겐 (메르스가) 다 지난 일이지만 내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은 그를 포함해 네 명이 메르스를 겪었다. 부인 김씨는 지난해 5월 27일 급체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14번 환자(36)에게 감염돼 73번 환자가 됐다. 이씨는 아내 보호자로 응급실에 갔다가 감염됐다. 이씨의 딸은 만삭의 상태로 메르스에 감염된 임신부(40·109번 환자)다. 이씨의 사위(47·114번 환자)도 같은 경로로 감염됐다. 딸은 지난해 6월 아들을 낳았다.

이씨는 “손자가 건강하게 자라 벌써 돌이 다 돼 가니 정말로 다행”이라며 “영상통화로 손자 얼굴 보는 낙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부인에게 임종편지 쓴 60대
“요즘도 가끔 울컥, 의료진에 감사”

◆말 못하는 고통 여전=부인의 임종을 편지로 대신한 사연이 알려져 온 국민을 울렸던 이모(64)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편지로나마 마지막 인사하게 해준 의료진에게 고맙다”며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힘들고 어떤 때는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당시 65세)은 뇌경색으로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며칠 뒤 이곳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중환자실이 봉쇄됐다.

부인 임종이 가까워졌지만 만날 수 없게 되자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작별 편지’를 대신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본지 2015년 6월 17일자 1, 6면). 그는 “아들과 딸은 아직도 엄마 생각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며 “우리 가족은 슬픔을 겪었지만 이런 기회로 (방역) 조직이나 시스템이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재활치료 받는 삼성병원 의사
“폐기능 반쪽, 아직 병원 못 돌아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였던 삼성서울병원 외과의사인 박모(39·35번 환자)씨는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폐 기능이 예전의 절반도 안 돼 당분간 병원에 복귀하기 힘들 것 같다”며 “외과의사는 오래 서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주위에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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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경증은 중소병원 응급실로…‘대형병원 쏠림’ 막아야


| 수퍼전파자로 불린 14번 환자
“직장 복귀했지만 죄책감 시달려”

‘수퍼전파자’로 불린 조모(36·14번 환자)씨는 직장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에게서 100명이 넘게 감염된 사실을 알고 심한 죄책감을 호소했다. 조씨의 아버지는 “이제 회사에 다니고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만 몸 상태가 아직 좋지 않아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황수연·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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