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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렵다면서 회장 친족엔 부당이득 챙겨준 현대그룹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정은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가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지난해 2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후 첫 제재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HST와 쓰리비에 각각 부당지원한 혐의로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물리고 현대로지스틱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HST는 현정은 회장의 동생 현지선씨와 그 남편 변찬중씨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쓰리비 역시 변찬중씨와 두 아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데도 HST를 중간에 끼워 넣어 굳이 안 줘도 되는 ‘통행세’를 냈다. HST의 2014년 매출 100억원 중 41억원은 이런 통행세를 통해 거둬들인 것이다. 또 현대로지스틱스는 한 장당 35~45원 하는 택배운송장을 쓰리비에서 사면서 55~60원을 주는 수법으로 4년간 56억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제공했다. 총수일가가 챙긴 부당이득만 14억원에 달한다.

2014~2015년은 현대상선이 빚더미에 올라 회사는 물론 그룹의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시기였다. 현대증권까지 매물로 내놓았을 때다. 그런 상황에서도 총수 일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회사 돈을 빼돌렸다니 말이 되나. 이런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채권단을 통해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일감 몰아주기는 그 자체가 갑질이요 범죄다. 멀쩡한 납품 기업을 하루아침에 몰아내고 총수 일가의 회사로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85개 기업이 금지 대상에 포함되고 처벌도 3년 이하 징역형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엄하게 규정한 것도 그래서다. 공정위는 그러나 “현 회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간여한 사실을 못 찾았다”며 임원들만 검찰에 고발하는 데 그쳤다. 그래 놓고 “엄중제재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공정위는 한진·하이트진로·한화·CJ 등 4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조사 중인데 또 이런 식일 거면 아예 접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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