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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대·관절 손상 거의 없는 척추관 협착증 수술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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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제생병원 정형외과 나화엽 교수가 척추관 협착증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대·관절의 손상을 최소화한 최신 수술법을 국내에 선보였다. 프리랜서 박건상

척추는 인체의 대들보다. 척추가 흔들리면 몸의 균형이 와르르 무너진다. 많은 사람이 척추 질환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유다. 의료진은 척추 구조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 채 수술할 방법을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치료법이 탄생하고 환자의 고통과 부담은 줄어든다. 척추관 협착증 수술 분야에서 최신 기법을 도입한 분당제생병원 정형외과(척추센터) 나화엽 교수의 얘기를 들어본다.

명의 탐방| 분당제생병원 정형외과 나화엽 교수

나화엽 교수는 20년간 5000례 이상의 수술을 집도한 척추 치료의 베테랑이다.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척추관 협착증이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진 상태를 말한다. 60대 이상에서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절·인대가 비대해져 척추관을 누르는 게 원인이다. 주로 신경을 감싸고 있는 황색 인대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나 교수는 “100m를 걸어가는 데도 걷다 쉬다를 반복할 만큼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 증상이 수개월, 수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약물과 운동, 주사요법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치료가 소용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경우다. 이럴 땐 수술이 최선책이다. 기존에는 신경을 누르는 뼈·인대를 광범위하게 제거한 후 나사로 척추를 고정했다. 신경에 가해진 압박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지만 단점이 있다. 고정한 뼈의 운동능력이 떨어져 위쪽 척추에 부담을 준다. 퇴행이 빨리 진행돼 협착증이 재발하기 쉽다.

20년간 5000례 이상 척추 수술

또 다른 치료법은 비대해진 황색 인대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척추 뒷부분의 후방인대를 잘라 시야를 넓게 확보한 후 수술한다. 최근에는 후방인대를 보존하기 위해 척추 뒷부분 한쪽에 구멍을 뚫어 진행한다. 후방인대를 살릴 수 있어 좋지만 수술에 필요한 시야와 각도를 확보하려고 후관절을 많이 깎아낸다.

 나 교수는 이보다 진화한 ‘포트홀 감압술(Port-hole decompression)’을 2년 전부터 시술해 왔다. 이 방식은 척추 뒷부분에 양쪽으로 창문처럼 구멍을 내 수술하는 것이다. 후방인대를 전혀 건드리지 않을뿐더러 후관절의 제거 범위를 최소화한다. 나 교수는 “후방인대와 후관절은 척추 뼈가 앞이나 뒤로 빠지지 않도록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하면서 인대와 관절이 잘려나가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나화엽 교수는 “척추의 구조물을 최대한 살리면서 수술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술법은 새로운 수술 도구가 필요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할 추가적인 비용이 없다. 다만 시야가 탁 트이지 않아 집도 의사의 오랜 경험과 기술이 요구된다.

고령·골다공증 환자에게 좋아

포트홀 감압술은 퇴행 속도가 빠른 고령 환자나 협착증이 여러 뼈마디에 동시에 생긴 사람, 골다공증 환자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 척추의 안정성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신경을 누르는 황색 인대만 깔끔히 벗겨내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수술 부담이 큰 환자에겐 다른 방식보다 더 좋은 수술”이라며 “수혈 없이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수술이 끝나고, 기존 수술에 비해 회복 속도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척추 구조물의 손상을 줄인 덕분에 환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조모(80·여)씨의 사례가 그렇다. 파킨슨병 초기에 미세한 치매 증상까지 수반한 환자였는데 5~6년 전부터 척추관 협착증을 앓았다. 수술이 두려워 보존치료만 받았다. 나교수는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지자 환자가 먼저 수술을 원했다. 수술법을 고민하다 포트홀 감압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 환자의 경우 요즘엔 통증 없이 잘 걷는다고 한다. 그는 “환자의 만족감이 높아 기억에 많이 남는 사례”라고 전했다.

‘포트홀 감압술’ 국내외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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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화엽 교수의 진료 철학은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자는 것이다. 보존치료를 충분히 시행한 후에도 호전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수술을 권한다. 수술법을 택할 때도 환자 입장을 가장 먼저 헤아린다. 그는 “수술법에 따라 각기 장단점이 있다. 수술을 시행할 때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포트홀 감압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우선 임상 결과를 토대로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이다. 그는 “2000년 미국의 한 의사가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Spine)에 한 차례 발표한 적이 있다”며 “54명의 수술 환자를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성공률 면에서 후방인대를 제거하는 전통적인 수술법(64%)에 비해 포트홀 감압술(98%)이 훨씬 더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도 수술법을 전파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나 교수는 "올가을 정형외과학회에서 지난 2년간의 수술 사례를 모아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수술법을 다른 진료 현장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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