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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평가’로 자기 연주 스스로 고치는 로봇 나온다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로봇 테오 트로니코(왼쪽)와 연주 배틀을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 [사진 성남문화재단]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이 남긴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대결이 화제다. 이번에는 연주 로봇이다. 16일부터 20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41)와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Teo Tronico)가 벌이는 연주 대결이다.



이번엔 피아니스트 vs 연주 로봇 대결

테오 트로니코는 2007년 이탈리아 이몰라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엔지니어 마테오 수치는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29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을 만들었다. 2012년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손가락도 53개로 늘어났다. 그 덕분에 한번 입력된 미디(MIDI·악기 여러 개를 하나의 컨트롤러로 연주하기 위해 디지털 신호를 규칙화한 규약) 파일을 흠잡을 데 없이 피아노로 재현해낼 수 있다. 바흐·헨델·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전 작품을 포함해 1000곡이 넘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문학박사이기도 한 프로세다는 아이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기 위해 2012년 3월 테오와의 배틀 무대를 선보였다. 인간과 로봇이 같은 곡을 각자 잘하는 스타일로 연주하며 서로 비교해 보는 방식이다. 이들은 그해 8월 베를린 심포니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K488을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협연하며 화제가 됐다.

2009년 자동 연주 기계들과 협연에 나선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왼쪽 사진). 도쿄대가 만든 로봇 록밴드 ‘지 머신즈’의 공연 장면(오른쪽 사진). [중앙포토]

트럼펫 부는 로봇.



보지 않으면 로봇 연주인지 모를 정도연주 로봇은 테오가 처음은 아니다. 2005년 일본 아이치 만국박람회에서는 호른과 튜바 등 총 8대의 연주 로봇이 등장했다. 이후 설비 노후와 부품 부족으로 차례차례 ‘은퇴’했고 2015년 도요타 회관에 있던 마지막 한 대, 트럼펫 부는 로봇이 10년간의 연주를 마감했다. 두 다리로 직립보행하는 이 로봇은 섬세한 인공 입술과 피스톤으로 움직이는 손가락을 통해 ‘문 리버’ ‘오버 더 레인보’ 등 16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했다. 간주 시에는 손도 흔들어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로봇 하드록 밴드 ‘컴프레서헤드(Com pressorhead)’는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독일 엔지니어들이 제작했다. 드러머인 ‘스틱보이’를 비롯해 기타리스트 ‘핑거’, 베이시스트 ‘본즈’로 구성됐다. 그야말로 ‘헤비메탈(Heavy Metal)’의 현현이 아닐 수 없다.

로봇 하드록 밴드 ‘컴프레서헤드’. [중앙포토]



일본 도쿄대가 만든 로봇 록밴드 ‘지 머신즈(Z-Machines)’도 유명하다. 78개의 손가락을 지닌 ‘마크’(기타리스트)와 22개의 드럼을 두드리는 ‘아슈라’(드러머)의 2인조 라인업으로 2013년 7월 데뷔했다. 팝아티스트 스퀘어 푸셔는 이 로봇 록밴드의 음악적 가능성에 매료돼 ‘슬픈 로봇이 미치다(Sad Robot Goes Funny)’라는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2014년 ‘뮤직 포 로봇’ 공연 당시 무대를 보지 않으면 기계 연주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주를 선보였다.



2009년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가 자동 연주 기계들과 협연한 ‘오케스트리온’은 로봇 연주 시대를 알린 기념비적 시도로 평가된다. 오케스트리온은 미리 입력된 기계적 장치에 따라 자동으로 악기가 연주되는 시스템. 태엽을 감거나 뚜껑을 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의 원리다. 무대 위 모든 악기는 자기력을 발생시켜 전기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솔레노이드에 연결돼 있다. 압력 차에 의해 발생한 음들을 재현하면 실제 인간이 연주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를 통해 사람이 연주하기 힘든 영역의 하모니를 정교하게 구현한다.



다소 복잡한 기계장치지만 활과 현을 비교적 정교하게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 로봇도 등장했다. 은퇴한 로봇공학자 세스 골드스타인 박사가 2015년 만든 ‘로 보(Ro-Bow)’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 배우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했던 일이 후회가 돼 이 로봇을 개발했다고 한다. 바이올린 현을 음계에 따라 짚어주는 로봇 손가락과 활을 움직이는 작동기로 구성돼 있다.



재즈 기타리스트, 연주 기계들과 협연도김동한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가 개발 중인 바이올린 연주 로봇은 또 다르다. 김 교수는 ‘오디토리 피드백(Auditory Feedback)’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연주 로봇들은 프로그램된 대로만 연주한다. 이 경우 바이올린의 현이 평소보다 느슨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프로그램된 대로만 연주하다가 음악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연주 로봇이 제대로 연주하고 있는지 로봇 스스로 인지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전문 연주자들도 귀를 막고 연주하면 음악이 엉망이 된다. 김 교수는 로봇에 ‘사운드 평가’ 기능을 넣었다.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이 제대로 나오는지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부분이 발전되면 인간과의 협연도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재즈는 어떨까. 재즈는 적재적소의 영감이 빛을 발하는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즉흥연주) 음악이다.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해도 차이가 생긴다. 로봇이 즉흥연주를 할 수 있을까.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즉흥 재즈 연주가 가능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재즈 로봇을 왜 국방성에서 개발할까. 재즈의 불확실성이 전쟁 상황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무기체계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질 때 효과적인 전략 판단을 위해 재즈 음악의 즉흥성을 로봇의 인공지능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재즈 로봇 개발의 기본은 학습이다. 루이 암스트롱, 마일스 데이비스, 찰리 파커 등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로부터 현대의 유명 재즈 연주자들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악보와 연주 장면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다. 알파고가 수없이 많은 바둑을 두게 했듯 연주 로봇도 수많은 재즈 음악을 배우게 한 뒤 상황에 맞게 즉흥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심산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혼돈 상태로 보이는 즉흥연주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고 말한다. 재즈는 알고 보면 엄격한 규칙과 창의성의 흥미로운 혼합 상태라는 것이다. 재즈 거장의 연주를 학습한 로봇의 솜씨가 기대되는 이유다.



연주 로봇이 등장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장 호텔이나 병원 로비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자리가 위험해진다. 영국의 더 미러지는 얼마 전 케임브리지에 있는 에델바이스사가 그랜드 피아노를 닮은 소형 로봇 피아노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가격은 9000파운드, 우리 돈으로 1580만원 정도다. 연주회용 피아노 가격보다 저렴하다.



이 로봇 피아노는 최신 재생 기술 및 고성능 스피커를 탑재했다. 애플의 ‘아이팟’과 함께 제공된다. 아이팟에 사전 입력된 400개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 클래식·재즈·컨트리·팝·록 음악을 망라했고 거기에 수천 곡을 내려받아 추가할 수 있다. 최근 실시한 야외 공연에서 사람들은 피아노 앞에서 춤을 추거나 음악을 따라 부르기도 하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호텔·병원 로비 연주자들 일자리 위협야마하가 제작한 자동 연주 피아노 ‘디스클라비어(Disklavier)’는 테오보다 더욱 정교한 연주가 가능하다. 9피트 풀사이즈의 이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는 진화한 롤(Roll) 피아노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미국 젠프(Zenph)사의 것이다. 이들은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모노럴 녹음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키 터치나 음량, 페달의 깊이 정도까지 완전히 데이터화해 자동 연주 피아노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실현시켰다. 2006년 9월 디스클라비어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음반으로도 발매됐다.



지난 3월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주요 직업 400여 개 가운데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으로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조립원, 청원경찰, 조세행정사무원 등을 꼽았다. 단순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동작을 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화가 및 조각가, 사진작가, 작가, 애니메이터 등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 종사자들은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동화 대체 확률이 낮은 직업 순위에서 지휘자·작곡가·연주가는 4위, 가수 및 성악가는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재즈와 즉흥연주까지 넘보고 있는 로봇의 활약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듯하다. 앞으로 로봇이 음악가들과 경쟁하며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할 것인가.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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