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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도 아바나 진출, 호텔보다 싸서 인기

1 민박집 입구 모습. 간판에 배의 닻처럼 생긴 하늘색 표식이 있으면 외국인이 투숙할 수 있다.

2 민박집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 3 민박집 숙박명부. [사진 조희문]



출국 전 미국인 동료 교수 안드레아로부터 연락이 왔다. “쿠바에 가세요?” “네” “출국 전에 만날 수 있을까요?” 안드레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쿠바에 미국의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가 진출했다는 것이다. 호텔이 부족한 쿠바에서 민박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민박도 수익창출 모델이면 관리와 납세 문제가 있을 텐데. 쿠바에 민박 사업자 등록이 되는지, 숙박료에 세금이 부과되는지, 투숙 중에 소지품 분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와 해결은 어떻게 하는지, 에어비앤비 숙소 등록과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 법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소재가 많았다. 일단 현지 조사를 해서 연구 소재가 되면 공동연구를 하기로 하고 비행기에 몸을 던졌다.



[특별기획] 新쿠바 르포-4- 민박 경험 해보니

쿠바 민박집은 ‘카사 파르티쿨라르(casa particular)’라고 부른다. 외국인은 호텔 아니면 민박을 해야 한다. 외국인이 투숙할 수 있는 민박집은 배의 닻과 같은 하늘색 표식이 있다.<사진 1>



쿠바의 민박 유형은 다양하다. 한방에 여러 명이 투숙하는 그야말로 침대만 빌리는 곳도 있고, 방 하나를 빌릴 수도 있고, 집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다. 화장실을 혼자 쓰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공동으로 사용한다. 재미있는 것은 화장실을 가운데 두고 양쪽 방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다른 방 출입문을 안에서 잠그고 사용하는데 이를 잊어버렸다간 볼일을 보다 낭패 볼 수 있다.



호텔 생활을 청산하고 4일간 민박 생활에 들어갔다. 경험 삼아 여러 민박집을 직접 방문해 봤다. 외국인 상대 민박이어서 그런지 내부 시설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방에 텔레비전은 기본이고 호텔처럼 냉장고도 있다. 주인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최근 1~2년 사이에 개·보수를 했다고 한다. “미국에 친척이 있어요?” “그럼요. 거기서 돈을 보내주니까 이렇게 차려놓죠. 민박이나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 친척이 있어요. 여기야 권력 있는 사람들이나 잘살지 일반 사람들은 돈이 없어요.”



일품 요리 뺨치는 아침 식사내가 묵은 민박집은 옛 도심지인 올드 아바나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인 플라야라는 중산층 거주 지역에 있었다. 전직 외교관 미망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1940년대 집인데도 집안 시설이 훌륭했다. 미망인 오틸리아 부인은 80세지만 정정하다. 남편과는 5년 전에 사별했고 딸 이사벨과 함께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 식사로 무엇을 원하느냐고 하기에 그냥 평소에 나오는 것을 같이 먹겠다고 하는데도 한사코 물어본다. 그래서 계란 프라이를 2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아침마다 나오는 계란 프라이가 예술이다.<사진 2> 먼저 과일과 과일 주스가 나오고 다음에 계란 프라이 그리고 구운 식빵과 커피가 나온다. 이건 호텔 아침보다 더 맛있다. 특히 과일 주스와 커피 맛이 일품이다. 브라질에서 자주 갔던 목장식 호텔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다.



민박이 좋은 이유는 가격도 호텔에 비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실제 쿠바인의 생활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바 사람들은 밝고 친절하다. 기후 탓일 수도 있다. 사귀기도 쉽고 대화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들을 쿠바에 몇 달만 풀어놓으면 저절로 병이 낫지 않을까. 느긋하게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아바나 중심가는 스페인과 미국의 건축양식이 혼재돼 있다. 나도 모르게 영화에서 본 1950년대 차량이 즐비한 미국 대도시를 걷는 느낌을 받는다. 로버트 제메키스가 감독한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의 바로 그런 장면들이다.<사진 4>

4 아바나 중심가



과거 돌아간듯 시간이 멈춘 거리근처 공원에는 몇 명씩 짝을 지어 마작 비슷한 도미도 게임을 즐기는 쿠바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주변에는 항상 그렇듯 시가를 문 훈수꾼들이 있다. 걷다 보면 모퉁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종이에 돌돌 말은 마니(땅콩)를 파는 아낙들도 자주 만난다. 마니는 쿠바의 심심풀이 작은 땅콩이다. 쿠바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하다. 길게 늘어선 줄은 대부분 은행 줄이다. 이들에겐 줄의 끝이 중요하다. 끝이 아니면 무한정 기다리는 인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코펠리아(Copelia)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100m도 더 되는 줄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미국보다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라는 피델 카스트로의 명령에 따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탄생된 아이스크림인데 정말 맛있다. 우리나라 독점판매를 딸 수 있다면 대박 예감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진짜 좋은 코히바 시가가 있다고 유혹하는 거리의 장사꾼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다 바가지 상술이다. 그런데 가짜는 없다. 정부 물건을 빼돌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바나는 처음 접하는 이방인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시간 멈춤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말레콘 해안을 만나고 파도의 거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이방인은 감시나 제약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아틸리아 부인은 쿠바 사람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주의체제의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부에서 학교 보내주지, 졸업하면 직장 주지, 주택 주지, 매월 생필품 주지, 아프면 병원 보내주지, 은퇴하면 연금 주지, 심심할까 봐 스포츠와 오락도 할 수 있게 하고 종교 활동도 알아서 하라는데 정치가 뭔 화젯거리가 될 것인가. 거기에다 동네 골목마다 경찰이 있어 치안이 완성돼 있는 쿠바. ‘~주지 공화국’이다. 경험담이지만 길을 잃고 헤매면 10분이 안 돼 경찰이 나타난다. 길 안내는 해주는데 바래다 주지는 않는다. 알려준 대로 가다가 길을 헤매면 또 나타난다. 그러니 길 잃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러한 쿠바 사회를 누구나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회복지는 번듯하게 갖추었는데 충분하지 않은 게 문제다. 월급이나 기초생필품이 2주 정도면 바닥 난다고 한다. 오죽하면 라울 카스트로가 개방정책을 내놓고 미국과 손잡으려 했을까. 국가사회주의에서 국가자본주의로 기수를 돌리고 있는 쿠바. 이러한 쿠바의 앞날을 위해 오늘도 랍스터에 모히토 한잔을 시켜놓고 저녁 식사를 한다. 오랜만에 ‘쿠바 리브레(Cuba Libre·자유로운 쿠바를 위하여)’를 한잔 시킬까. ‘아래로부터 혁명’을 이루었던 카스트로가 이제 ‘위로부터 혁명’을 시도하고 있으니 쿠바는 언제나 자유를 찾으려는 ‘빠삐용’ 같다.



18개월치 예약 꽉 찬 호텔방어쨌건 쿠바는 지금 관광 호황이다. 미국 정부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연간 미국 방문객만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말들도 솔솔 들려온다. 미국 사람치고 쿠바에 대한 환상이 없는 사람을 못 봤다. 꼭 가야 할 이상향이다. 외교관계를 회복한 지 단 1년 만에 호텔은 꽉 차고 밀려드는 관광객을 대하느라 식부자재 부족으로 식당 메뉴판에는 주문할 수 없는 메뉴가 많다. 쿠바에는 6만1000개의 호텔 객실이 있는데 벌써 18개월치가 예약돼 있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 예약을 취소해야 객실을 구할 수 있다.



쿠바 정부가 서둘러 에어비앤비의 영업을 허가한 이유다. 인터넷 사진으로 내부 시설을 확인할 수 있고 지도로 장소 확인도 가능하다. 대부분 방 하나에 조식을 포함해 5만원 내외면 구할 수 있다. 벌써 1만3000여 관광객이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를 이용했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민박을 운영하려면 정부의 민박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박집에는 닻 모양의 민박집 문양을 내걸고 숙박명부를 비치한다.<사진 3> 숙박시설에 따른 등급은 없고 각자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손님을 받으면 숙박객의 성명과 여권번호 및 입국 비자를 숙박명부에 기재한다. 그리고 주인은 숙박이 끝나면 이민국에 신고하고 매달 숙박비의 10%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민박은 정부 입장에서는 호텔 부족을 보완해주고 세 수익도 올려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민박집은 남아도는 방을 이용해 소득을 올리니 좋기는 매한가지다. 정부 월급이 30달러 내외니 1박에 40달러 정도 하는 민박은 엄청난 소득원이다. 그래서 외국 투숙객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투숙객은 정부가 신변을 보호해주니 안심하고 민박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모퉁이마다 경찰을 풀어놓은 것이 황금알을 낳는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과해 보이지 않는다. 나도 쿠바에서는 귀한 몸이다.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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