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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혜택 원하면 ‘신탁형’ 예금금리 이상 수익은 ‘일임형’

회사원 정모(41)씨는 지난달 초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에 들렸다가 창구 직원의 권유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에 가입했다. ISA서 발생한 금융소득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소식에 관심은 있었지만 ‘의무 가입 기간이 5년인 만큼 빨리 가입할수록 유리하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우선 현금 1만원을 넣고 계좌를 열었다. 정씨는 “가입은 했지만 계좌에 어떤 상품을 담는 게 유리한 지, 투자 비중은 어떻게 할지 등 상품 활용법을 몰라 막막하다”며 “금융회사별 상품 특징과 투자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 채 가입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로 내놓은 ISA 출시 두 달을 맞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시원찮다. 금융사 간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며 계좌 유치에만 주력한 탓이다. 문제는 정씨처럼 상당수 가입자가 계좌를 열어놓고도 이용 방법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데 있다.



출시 두 달 된 ISA 투자 가이드

ISA는 한마디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바구니(계좌)다. 예금은 기본이고 펀드·환매조건부채권(RP)·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한꺼번에 담아 운용할 수 있다. 바구니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하고 소득이 있는 근로자와 사업자·농어민이라면 1개씩 가질 수 있다. 여기엔 연간 2000만원씩 총 1억원을 넣을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5년) 동안 투자수익 200만원에 한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200만원 넘게 이익을 낸 부분에 대해선 9.9%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다만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이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는 3년만 가입해도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출시 이후 4일까지 8주 동안 1조4024억원이 몰렸다. 가입자 수는 약 183만 명이다. 가입자 수를 판매처로 살펴보면 은행이 164만5395명으로 증권사(18만3315명)와 보험사(963명)를 앞선다. 10명 중 9명이 은행에서 가입한 셈이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증권사가 약 260만원으로 은행(56만원)에 비해 5배 이상 많다. 거꾸로 얘기하면 은행은 소액 계좌가 많다는 얘기다. 9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은행의 ISA 가입자 74%의 가입액은 1만원 이하였다. 일부 시중은행은 최소 가입 금액을 1원으로 정해놔 1000원 이하인 계좌도 13만5513개(10%)에 이른다. 1만원 이하의 ‘깡통 계좌’를 가진 가입자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 94%, 직접 굴리는 신탁형 상품 선택그렇다면 ISA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의 프라이빗뱅커(PB) 4인의 공통된 답변은 ‘세제 혜택부터 챙겨라’다.



임은순 KB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 PB는 “저금리가 지속하는 만큼 세금 한 푼이라도 줄이는 세테크가 중요하다”며 “ISA 계좌를 이용하면 과거 200만원의 금융소득이 발생했을 때 납부했던 세금(30만8000원·15.4%)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표성진 미래에셋증권 서초남지점장은 “특히 순소득 20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분리과세(9.9%)하는 만큼 금융자산이 많은 자산가도 관심이 많다”며 “이들은 ISA에 가입할 수 있는 자녀에게 증여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ISA는 의무 가입 기간(3~5년)이 있다. 중도에 해지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윤선주 KEB하나은행 분당지점 PB는 “적어도 5년 이상 들고 있어야 하므로 중장기 계획을 세운 뒤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투자성향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ISA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ISA는 전문가의 도움없이 투자상품과 비중까지 투자자가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 ISA와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금융회사가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운용까지 맡는 일임형 ISA 두 종류가 있다.



신탁형은 한 가지 상품에 100%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상품의 종목이나 투자 비중을 변경하려면 금융사 창구를 직접 찾아가 계약서(운용지시서)를 새로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일임형 ISA는 금융사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등 편리한 부분이 있다. 또 전문가가 분기에 한번 이상 시장 상황과 투자자산의 수익성 등을 감안해 자산을 재조정한다. 대신 신탁형 ISA에 비해 일임형은 수수료가 높다. 신탁형의 보수는 연 0.1% 안팎이다. 아예 신탁 보수를 받지 않는 증권사도 있다. 반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일임형 ISA는 0.5%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임 PB는 “정기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으로 절세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신탁형이 낫고,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자산을 재분배하면서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를 원한다면 일임형 ISA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돈이 몰린 곳은 신탁형 ISA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까지 투자자의 94%가 신탁형(유입액 1조3164억원)을 선택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투자자 상당수가 금융회사가 미끼 상품으로 내놓은 특판형 예금이나 RP를 담기 위해 신탁형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일임형의 경우 금융사별 운용능력이 중요한 만큼 일임형 수익률을 발표하는 다음달 이후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투자자, ELB나 저축은행 예·적금 편입투자자가 상품과 투자 비중을 선택하는 신탁형 ISA엔 어떤 상품을 담는 게 유리할까. PB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연 3~5% 수익률을 올리면서 세제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서다. 임 PB는 “ISA엔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부터 담아야 한다”며 “매매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올해 비과세 혜택이 부활한 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ELS를 담는 게 절세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금융사가 원금손실(knock-in) 가능성을 낮춘 지수형 ELS를 ISA 맞춤형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점도 ELS를 추천하는 이유다. 연초 중국 증시 폭락으로 ELS 가입자를 공포로 몰았던 홍콩H지수 대신 변동성이 낮은 코스피200·S&P500·유로스탁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윤 PB는 “이 지수들이 3년 만기 시점에만 45%이상 빠지지 않으면 약속한 5%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도 나와 눈여겨 볼만하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를 추천하는 PB도 있다. 표 지점장은 특히 롱숏전략이나 국내외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하다고 봤다. 그는 “롱숏투자는 시장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고, 배당주는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원금손실을 꺼리는 보수적 투자자라면 원금보장형 ELS로 불리는 주가연계채권(ELB)이나 저축은행 예·적금이 대안이다. ELB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간 3%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탁에 편입되는 저축은행 예·적금도 예금자보호법 대상으로 안전한 투자처다. 우리은행은 최근 6개 저축은행과 손잡고 ‘ISA 적금’을 내놨다. 적금 금리는 3년 기준 3.4%다.



ISA 가입 시기도 잘 따져야 한다. PB들은 구체적인 중장기계획을 세운 후 투자시기를 정하라고 입을 모았다. 표 지점장은 “예·적금 위주로 ISA를 활용하려면 빨리 가입하는 게 낫지만 펀드나 ELS 같은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은 투자 시기가 중요하다”며 “시장 상황을 살펴 최대한 저점에서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음달엔 ISA 운용 수익률도 공개된다. 금융투자협회 성인모 WM지원부 본부장은 “6월 일임형 ISA 중 3개월 이상 운용한 금융사부터 투자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탁형 ISA는 투자자마다 수익률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수익률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입 초기인 만큼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관계자는 “ISA 가입대상과 혜택이 보완돼야 ISA가 만능통장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이나 일본은 비과세 한도와 의무 가입 기간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통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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