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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목걸이 진짜인줄 알고 … 허영심, 그 쓸쓸함에 대하여

기 드 모파상



몇 년 전 큰맘 먹고 하이힐을 몇 달 신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 멋 내기와 키 큰 척하기에 잠깐은 성공할 수 있지만 후유증은 엄청났다. 발바닥 통증 때문에 걸을 때마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는 족저근막염에 걸려 1년 넘게 고생했다. 마음의 사소한 허영 때문에 커다란 육체적 고통을 겪은 뒤에야 나는 내 마음의 생김새를 돌아보게 되었다. 의식적으로는 다스린다, 돌아본다, 받아들인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알록달록한 욕망의 채찍질에 매번 휘둘리곤 하는 내 울퉁불퉁한 마음의 모습을.



정여울의 심리학으로 읽는 문학: 모파상 『목걸이』

마음의 생김새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그렇게 매끄럽고 또렷하지가 않다. 마음은 자꾸만 더 큰 것을 원하는데 막상 더 큰 것을 잡고 나면 그 성취에 대한 치명적인 대가가 항상 따라다닌다. 인간은 욕망의 부피를 늘리는 데는 관심이 많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곤 한다.



욕망의 이득만을 취하려 하고 욕망의 필연적인 부산물을 책임지지 않으려 할 때, 무의식은 반드시 ‘조공’을 요구한다. 의식적으로는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실수나 꿈을 통해 무의식은 자꾸 ‘너 자신을 돌아보라’고 부추긴다. 후회나 죄책감 때문에 악몽을 꾸거나 가위눌리는 것이 바로 ‘무의식의 메시지’다. 욕심을 내거나 허영에 빠지기는 쉬우나 욕망의 대가를 미리 예측하거나 사후적으로 반성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마음 챙김(mindfulness)’이란 그렇게 스스로 객관화하기 어려운 내 마음의 감시자, 관찰자, 치유자가 되는 일이다.



욕망의 부피 늘리기에 관심, 부작용에는 눈감아욕망의 노예가 되기 쉬운 인간의 연약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심리를 탁월하게 그렸던 소설가은 『목걸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류의 고질병, 즉 허영심에 접근한다. 뛰어난 미모를 지녔지만 유복하게 자라지 못한 마틸드는 가난한 하급 관리와 결혼한 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모두가 선망하는 유명인들에 둘러싸여 호화로운 집에서 사는 꿈을 꾸지만,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자신의 현실이 비교돼서 더욱 비참한 기분을 느낀다.



모파상은 ‘초라한 현실’과 ‘엄청난 허영’이 대비되는 그녀의 정신 상태를 이렇게 묘사한다. “그녀는 야회복도 장신구도 없었으며, 뭐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온통 그런 것들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 사람들이 선망하는 존재가 되는 것, 세간에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 이것이 그녀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그렇게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마틸다에게 남편이 선물을 하나 들고 온다. 문부성 장관댁 무도회 초대장이었다. 마틸드는 초대장을 내던지며 짜증을 부린다. “도대체 뭘 입고 가라는 거예요?”



순진한 남편은 그것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야회복이 없잖아요. 파티엔 갈 수 없어요.” 착한 남편은 비상금으로 저축해 둔 돈을 몽땅 털어 아름다운 드레스를 맞춰 준다.

사교계 여인을 그린 발렌틴세로프의 ‘소피아 보트키나의 초상’(1899)



하지만 파티가 다가올수록 아내의 표정은 굳어 간다. “장신구가 하나도 없어요. 보석이라곤 하나도 없잖아요. 몸치장 할 보석이 하나도 없으니, 궁상맞아 보일 거예요. 차라리 파티에 가지 않는 편이 나아요.” 여기까지, 여러분의 눈에는 그녀의 ‘어떤 마음’이 보이는가? 마틸다는 허영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지만 불쌍한 남편을 유혹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심리전에는 탁월한 성취를 보인다. 남편은 이번에도 마틸다의 편을 들어준다. 당신 친구 포레스터 부인에게 부탁해서 장신구를 빌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포레스터 부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질투심에 치가 떨렸지만, 이번에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에게 기탄없이 달려간다. 자존심 따윈 내팽개쳐 버리고 사정을 이야기했고, 포레스터 부인은 선심 쓰듯 자신의 장신구들을 보여 준다. 마틸드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장신구,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도망치듯 돌아온다. 포레스터 부인의 볼에 마구 입까지 맞춘 채.



마틸드는 소원대로 파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인이 된다. 고위층 남성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왈츠를 청했고, 그녀는 마치 무엇에 취한 듯 정신없이 춤을 춘 뒤, 무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파티장을 나온다. 그녀는 마치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릴까 봐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가는 신데렐라처럼, 남편이 걸쳐 주는 낡은 외투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미친 듯이 거리로 뛰어나온다.



그 다급함이 화근이었다. 낡은 외투나마 걸쳐 입고 천천히 파티장을 나왔더라면, 그녀는 결코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화려한 모피코트를 입고 마차를 타는 부인들과 비교되지 않기 위해 화급하게 뛰어나오다가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이다. ‘파티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여인’이 되고픈 허영심은 충족되었지만, 친구의 것과 똑같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기 위해 무려 4만 프랑이라는 거금을 당장 구해야 하는 상황에 마틸드는 망연자실하고 만다. 엄청난 빚을 내어 똑같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는 순간에도, 마틸드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친구가 혹시나 알아볼까봐. 자신을 ‘도둑’이라고 생각할까봐. 그녀는 그 순간에도 이 심각한 상황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그 후로 10년 동안, 마틸드는 입고 싶은 옷은커녕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그악스럽게 일만 하며 마침내 빚을 다 갚는다. 그 사이 미모도 젊음도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남편과의 평화로운 결혼생활’이라는 ‘이미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것들’조차 다 잃어버리고 만다.



드디어 거액의 빚을 다 갚은 마틸드가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아직도 변함없이 젊고 아름다운 포레스터 부인을 만난다. 오랫동안 참고 참았던 그 무엇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라온다. 이제 말해 줘야지. 빚은 다 갚았으니까,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너 때문이라고 꼭 말해 줘야지.



포레스터 부인은 마틸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너무나 늙고 초라하게 변해 버린 마틸드를, 친구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마틸드는 이게 다 “너 때문”이라며, 아무튼 이제야 빚을 다 갚았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포레스터 부인은 숨이 탁 막혀 온다. 그녀는 친구의 손을 꼭 붙들고 이렇게 말한다. “어쩌니, 어쩌면 좋니. 마틸드! 그 목걸이는 가짜였어. 겨우 500프랑밖에 하지 않는.”



마음의 변화무쌍한 모습 가만히 지켜보라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조용한 관찰 자체가 어려운 나 자신의 마음 챙김이 어렵다면, 우선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마음 챙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해보자. 마음 챙김의 핵심 기술은 ‘거리두기’다. 내 마음이 어떤지 그 모습에 따라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건 증오로구나, 이건 질투로구나, 이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트라우마로구나’ 하고 무조건 끄덕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분노도 시기심도 원한도 나쁘다거나 없애버려야 한다는 판단부터 내리지 말고, 왜, 어떨 때, 누구 때문에 더 자극되는지를 살피기 시작하면 내 마음의 미로로 들어가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안에도 마틸드, 또는 포레스터 부인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명품을 모방한 ‘짝퉁’을 사서라도 사람들 속에서 돋보이고 싶은 마음, 친구에게는 결코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주지 않는 의뭉스러운 불신의 마음. 모파상은 일찍이 19세기에 이런 인간의 치사하고도 몰염치한 측면을 짜릿하게 간파해 냈다. ●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 문학과 삶, 여행과 감성에 관한 글을 쓴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헤세로 가는 길』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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