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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소년들의 로큰롤 세레나데

1985년의 아일랜드는 우울하다. 심각한 불경기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사라진 희망을 좇아 불법 이민이 횡행하고 남은 사람들은 더욱 생기를 잃는다. 14살 소년 코너(페리다 월시 필로)의 집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는 실직했고, 어머니는 파트 타임 근무마저 주 3일로 줄었다. 빡빡한 가계에 쪼들리자 그 불똥은 삼남매에게 튄다. 결국 코너는 학비를 줄이기 위해 명문 사립학교를 떠나 빈민가에 있는 싱 스트리트로 전학을 가게 된다.



코너의 하늘은 한층 더 우중충한 잿빛 하늘로 물든다. 학교에서는 고급진 취향 탓에 괴롭힘을 당하고, 가장 폭력적인 교장 신부는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묵인한다. 아니 오히려 규율을 강제하며 보다 본격적인 폭력을 가한다. 집에 돌아오면 허구한 날 싸우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이혼이 허락되지 않은 사회에서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고역이다.



영화 '싱 스트리트'

그런 코너 앞에 라피나(루시 보인턴)가 나타난다. 아직 소년인 그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모델이 되기 위해 런던으로 가겠다는 꿈을 품은 연상의 여인. 코너는 라피나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급하게 밴드를 결성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렇고 그런 평범한 성장 스토리라고 여길 수 있다. 원래 밴드에 입문하는 많은 아이들의 제1 목적이 여성에게 잘보이기 위함이요, 그 또래 학생들이라면 너도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뮤지션인양 젠 체하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존 카니라는 이름이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가 누군가. 영화 ‘원스’(2006)로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비긴 어게인’(2013)으로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음악영화의 명장이다. 더구나 이번 이야기에는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이 십분 녹아있다. 그 시절 그 거리에서 유일한 위로를 건넸던 음악이 더해지니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다짜고짜 있지도 않은 곡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라피나를 섭외해 놓은 코너는 말 그대로 코너에 몰린다. 해결사 겸 프로듀서인 대런(벤 캐롤란)과 함께 급히 멤버 모집에 나선다. 세상의 모든 악기 연주에 능한 친구 에이먼(마크 맥케나)을 필두로 더블린에 사는 유일한 흑인 키보디스트 잉기(퍼시 체임버루카), 곱상한 미모를 자랑하는 베이시스트 개리(칼 라이스)ㆍ드러머 래리(코너 해밀튼)와 함께 진영을 갖춘다. 여기에 형 브랜든(잭 레이너)의 촌철살인 충고는 이들을 진정한 음악의 세계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원래 로큰롤은 조롱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거야. 남의 곡을 베끼지 말고 너희들의 곡을 만들라고!”



이들이 듀란듀란의 ‘리오(Rio)’,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 등을 먹고 무럭무럭 성장하면서 영화는 무채색에서 총천연색의 뮤직비디오처럼 컬러풀하게 변한다. 코너가 계단에 서 있는 라피나에게 첫눈에 반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더 리들 오브 더 모델(The Riddle of the Model)’을 들을 때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혹은 소녀와 자연스레 오버랩되면서 관객을 첫사랑에 앓던 그 순간으로 데려다 놓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는 싫다고? 걱정마시라. ‘업(Up)’이나 ‘투 파인드 유(To Find You)’ 같은 사랑에 빠진 이들이 흥얼거리기 좋은 곡 외에 반항아의 심정을 대변하는 ‘브라운 슈즈(Brown Shoes)’나 인생과 행복에 대한 심오한 고민이 담긴 ‘드라이브 잇 라크 유 스톨 잇(Drive it Like You Stole it)’ 등 당신의 귀에 꽂힐 음악은 많다. 실제 80년대 활동했던 작곡가 게리 클라크와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탁월한 존 카니 감독이 꼬박 6개월 동안 함께 작업한 곡들이니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한때 찌질이였던 이들이 음악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9일 개봉.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이수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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