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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T-50, 스텔스 잠수함 … ‘파동기술’ 한우물 30년

이학주 박사 1959년생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학사 KAIST 기계공학 박사 국내외 논문 600편 발표 국내외 175개 특허 출원 및 등록 5건의 기술 이전 실적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겸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단장



한국기계연구원 이학주(57) 박사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십중팔구 그가 무엇을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대형 연구사업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의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단장이라는 직함을 척 보고 바로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다. 과학계 종사자조차 그 의미를 얼른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다.



[박방주가 만난 사람] 한국기계연구원 이학주 단장

?실제 그가 지휘하는 연구단의 연구 분야는 기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가 많다. ‘레이저로 피부 깊은 속 들여다보기’ ‘투명망토용 소재 개발’ ‘잠수함이나 비행기의 스텔스 기술 개발’ ‘고성능 잠수함 머플러’ 등으로, 일반인은 그 원리를 쉽게 알아듣기 어렵다. 소리나 빛 등의 파동을 인위적으로 설계된 구조물을 이용·조절해 인류에게 유익한 기기·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 목표다.



소리·빛 파동 이용한 원천기술 연구이 박사가 맡고 있는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의 명칭에는 그가 30여 년간 연구자로서 살아온 ‘과학 탐험가’의 여정과 앞으로의 행로가 그대로 녹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구 초년생 시절 초고속 열차인 KTX나 초음속 훈련기 T-50 등의 기술을 도입할 때 기술도입처가 가르쳐 주지 않는 설계 관련 ‘블랙박스 기술’을 밝혀냈고, 중견연구자 때는 세계적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나노 세계의 측정 기술을 개척했다. 지금은 나노 세계와 파동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그간 축적한 설계, 측정 기술을 십분 활용해 신기술과 새로운 응용 분야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가 살아가는 일상을 보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사는 사람’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오전 7시 수영으로 한 시간 몸을 푼 뒤 출근해 일하다 자정쯤 집에 들어간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평생 생활 패턴이다. 이 박사와 같은 일상을 우수한 청소년이 이공계로 진학할 때까지만이라도 모르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그는 금속의 피로현상을 전공했다. 철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부러지게 되는데 그 원인이 피로현상 때문이다. 이 박사는 한번 문제를 잡으면 풀릴 때까지 놓지 않는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고속열차를 들여왔을 때 열차 바퀴에서 올라오는 힘을 지탱해 주는 ‘대차(Bogie)’에 대한 피로설계 기술을 프랑스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는 입력값과 출력값을 역으로 계산해 결국 그 설계방법과 절차를 파악할 수 있었다.



?T-50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개발할 때였다. 미국 기술자가 이 박사 당시 월급의 50배를 받고 국내에 초빙됐다. 그때도 한 부품의 설계 결과 값이 미국 기술자가 제시한 값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 바로잡기도 했다.



일요일 외엔 하루 16시간씩 근무 설계를 위한 각종 재료에 대한 물성 데이터베이스도 꾸준히 축적해 가고 있다. 외국에서 발표한 것을 포함해 자신이 측정한 자료가 대상으로, 각종 기기·부품 설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런 기초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물성 측정을 한다고 연구비를 신청하면 떨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큰 것이 우리나라 풍토다. 이 박사의 이런 집요함·명석함이 오늘날 파동을 이용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노(10억분의 1 m) 크기 재료들의 물성 측정 기술의 세계적인 대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나노 크기의 재료들은 워낙 작아 그 전기적·기계적 특성 등 물성을 측정하기가 극히 어렵다. 이 박사는 현 단장직을 맡기 10여 년 전부터 이 분야에 매달려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나노박막의 기계, 전기 물성 측정 방법’ 등 세계 최초의 네 가지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록하는 개가를 올렸다. 현재 두 개는 등록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국제 기술표준 활동을 ‘기술 외교’라고 한다. 어느 한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국제표준을 잡는 나라가 그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IEC의 기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 기술 선도권과 더불어 기술료를 받을 수 있는 국제표준 특허도 추진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이 박사는 자신이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연구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덕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래부의 글로벌프런티어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모습은 순수하기까지 해 보였다.



?사실 혈세를 쓰는 사람이 어디 한두 사람인가. 그러나 그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를 지금에 이르게 한 또 하나의 지렛대는 미래부의 또 다른 장기 대형 연구사업인 ‘21세기프런티어사업’ 중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의 책임자였던 한국기계연구원의 이상록(63) 박사였다.



?이상록 박사는 이학주 박사가 10년간 나노 측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업단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해 줬다. 물론 이학주 박사의 연구력과 굵직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지원이 이어질 수 있었다. 어떻든 이상록 박사는 이학주 박사가 성장하는 데 사수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한 셈이다.



?이학주 박사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또한 매우 인간미 넘치고 우수한 후배들의 역할이 있었다. 필요하면 새벽 3~4시까지 이어지는 업무를 소화하고, 생맥주 한잔을 나눌 수 있는 후배들은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 그의 든든한 배경이 돼 왔다. 후배나 동료가 서로 투서를 해대는 과학계에서 될성부른 후배를 선배가 키우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3M의 기술포트폴리오 관리법 적용 그가 사업단을 지휘하는 방법도 독특했다. 어떤 기술이 제안되면 그 기술을 어디에 쓸지 응용 분야도 먼저 생각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3M의 기술포트폴리오에서 그 관리기법을 배워 왔다.



?3M은 원천기술을 다양한 제품 개발에 응용하는 데 귀재다. 그의 연구실에 가보면 각 연구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별 응용 분야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응용 분야가 극히 적은 기술은 연구비 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크다. 사업단을 운영하면서 융합연구의 필요성과 성과를 직접 체험하면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박사는 또 세부 연구과제를 맡고 있는 14개 연구실을 일일이 방문해 실제 개발 결과를 점검한다. 응용 분야도, 연구진의 열정도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때문에 연구과제 책임자들이 그만 보면 긴장한다.



?이 박사는 최근의 연구 성과 중 하나인 ‘고성능 수중머플러’를 사업아이템으로 하는 연구소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규제가 많아 멈칫멈칫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자들에 대한 벤처 설립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정부에 몇 번 건의했던 필자로서는 규제 때문에 그의 의욕이 꺾일까 걱정됐다.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파동사업단’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이 모두 상업화로 꽃을 피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기를 꿈꾸고 있다.



 



 



박방주 교수?sooyong1320@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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