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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발 폭격 맞은 대형마트의 대반격] 출점·가격 경쟁 벗어나 DNA 바꾼다

온·오프라인 유통 업계가 어느 때보다 격전을 치르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필두로 온라인 유통 업체는 ‘한푼이라도 싼 가격’을 무기로 전통의 유통강자를 압박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 체험형 공간을 확대하고 직접 상품을 개발하면서 수성에 나섰다. 그러면서 복합쇼핑몰 개발, 면세점 사업 확대 등으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있다. 유통가 격전지 곳곳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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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회의에서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젊은 여성 고객이 주로 사는 상품을 활용해 관련 유아용품은 물론 신선식품 고객까지 가져갔다”며 “우리는 왜 대응을 안 하고 방관했는가”라고 질책했다. 이어 그는 이마트 임직원에게 “적자를 보더라도 전 유통채널에서 최저가 전략 상품을 정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는 20~30대 고객을 놓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1년 새 이마트가 쿠팡 등 마진을 낮게 책정한 소셜커머스 업체에 매출을 빼앗겼다고 판단,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저가 경쟁을 시작했다.

이마트, 상품개발·해외소싱 위한 TF팀 꾸려 … 롯데마트, 생활 제안형 ‘제 3세대 마트’ 지향

 
상품개발회사로 변신 나선 이마트

가격만 낮춘 게 아니다. 이마트는 기존 업체들에게 납품받은 상품을 점포에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른바 ‘상품개발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점포 기반의 유통 업체에서 상품 개발과 해외 소싱(sourcing) 전문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전에 없던 상품을 개발해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구축하고, 세계를 무대로 상품을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 매출 88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품개발회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점포 수나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지금껏 없던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본사에 ‘이마트 비밀 연구소’를 설립하고 각 분야 바이어와 마케팅·디자인·품질관리 인력 등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상품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지난해 8월 선보인 ‘노브랜드’ 상품군이 대표적이다. 이름 그대로 브랜드를 없애고 포장·디자인 등 핵심 기능과 관련없는 비용을 줄여 가격을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100매에 800원인 ‘노브랜드 물티슈’는 출시 3개월 만에 175만 개가 팔렸고, 110g 중량의 ‘노브랜드 감자칩’(890원)도 4개월 만에 200만 개가 팔렸다.

이마트가 내놓은 간편가정식 브랜드인 ‘피코크’ 메뉴도 새로운 경쟁력이다. 이마트는 현재 550여 종류인 피코크 메뉴를 연내 10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유통가에 부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상품과 피코크 메뉴의 인기로 이마트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200억원)의 5배 수준인 1000억원으로 잡았다. 또 다른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을 잡기 위해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품과 가격을 개발해 소비자가 항상 기대를 갖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큐레이션 개념 접목한 롯데마트

이마트가 소셜커머스와 저가 경쟁에 열을 올리는 동안에도 롯데마트는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롯데마트는 이미 2014년부터 자체브랜드(PB) 상품군을 강화하고, 직소싱 방식을 취해온 만큼 과도한 가격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진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무리 온라인 영역이 확대돼도 유통기업인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채널이라는 근간을 져버릴 순 없다”며 “과거 대형마트가 출점 확대 등으로 승부했다면 이제는 예전과 다른 대형마트로 차별화 전략을 펼칠 때”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말 경남 창원에 문을 연 양덕점이다. 롯데 측은 양덕점을 ‘제 3세대 대형마트’로 부르며 기존 대형마트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화 상품를 구축해 일명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한 형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양덕점은 오픈 10일 만에 57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릴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온라인몰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프라인 마트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연내 30여개의 매장을 전면 리뉴얼해 전국 소비자들에게 생활 제안형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개편에 나선 롯데지만 온라인 사업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김포 센터를 열었다. 내년까지 수도권에 2개 이상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올 초 기존 ‘모바일 부문’을 ‘모바일 본부’로 승격시킨 것은 그 일환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쇼핑 니즈를 고려해 모바일 매출이 온라인몰 전체 매출의 50% 수준이 되도록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4년부터 추진한 옴니채널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2020년에는 온라인 주문 비중이 전체의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옴니채널 구축을 통한 온-오프라인 유통 연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옴니채널 구축에 대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롯데 유통 계열사 사장단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장서 대형마트 출점 확대

롯데는 연내 ‘리버스 픽업’ 시스템을 유통계열사 간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온라인 구매 상품의 반품을 원할 때, 택배기사가 방문하기에 앞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물류를 연동하는 형태다. 또한 상반기 중 독자 개발한 모바일 전자결제시스템 ‘엘페이’를 그룹의 모든 유통 계열사 1만3000여 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동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엘페이는 당장 신용카드·현금 등이 없어도 스마트폰에 깔린 앱 하나만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온라인 주문을 수행하는 계열사별 정보통신 시스템을 그룹 차원에서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국내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체험 위주의 공간과 당일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출점 경쟁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마트는 4월 현재 중국 116개점을 비롯해 인도네시아(41개점)·베트남(12개점) 등 총 3개국에 169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중에선 가장 활발하게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과 함께 대형마트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베트남 시장은 두 업체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롯데마트는 4월 고밥지역에 베트남 12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연내 2개점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도 4~5개가량 추가 오픈을 계획하고 있어 동남아시장에서의 확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엔 철저한 현지화를 거쳐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베트남 1호점을 열고, 앞으로 3개 점포를 추가로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에서 점포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해외 오프라인 점포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젊은 인구가 많고 앞으로 대형마트 성장 가능성이 커서 점포를 늘리기 위해 부지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박스기사] 신세계그룹의 ‘남매 각자 경영’ - 이마트는 정용진, 백화점은 정유경 체제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와 이마트를 계열분리하고 남매 간 ‘각자 경영’을 공식화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중심인 이마트는 오빠 정용진(48) 부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이 주력인 신세계는 동생 정유경(44) 총괄사장이 담당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4월 29일 신세계 지분 7.32%(137만9700주) 전부를 정 총괄사장에게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정 총괄사장도 이마트 지분 2.52%(70만1203주) 전부를 정 부회장에게 같은 방식으로 팔았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7.32%에서 9.83%로,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2.51%에서 9.83%로 높아졌다. 이날 주식 교환으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만,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만을 보유하게 됐다. 사실상 그룹이 두 개 계열로 분리된 것이다.

‘남매 경영’으로 요약되는 그룹의 계열 분리는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임원인사 때부터 예견됐다. 이명희(73) 신세계그룹의 딸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2009년 부사장에 오른 뒤 6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에는 이제까지 없던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란 조직이 만들어져 사장단 회의까지 따로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금까지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정 총괄사장이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업계에선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으로 신세계 후계구도가 잡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규모에선 이마트 계열이 신세계 계열보다 훨씬 크다. 매출(2015년 공시 기준) 규모는 이마트가 약 12조8000억원으로 신세계 2조 5000억원의 5배 수준이다. 계열사도 이마트는 20여 개, 신세계가 10여 개를 보유했다. 이마트는 신세계조선호텔·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에브리데이리테일(기업형수퍼마켓)·위드미에프에스(편의점)·신세계L&B(주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DF(면세점)·신세계톰보이(패션)·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화장품) 등을 거느리고 있다.

그룹의 후계구도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대주주는 각각 18.2%씩의 지분을 가진 이명희 회장이다. 남매는 주식 교환으로 각각의 부문에서 지배력이 강화됐지만 지분 서열은 기존과 동일하게 2위다.

이소아·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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