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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유망 스타트업 CEO 4인의 한국 탐방기] “벼랑 끝에 선 듯한 자세로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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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메 보스크 | 보이스모드 CEO | 목소리 변환 앱 | 1년 4개월

#1. 하이메 보스크(33)씨는 스페인 스타트업 보이스모드를 경영한다. 이 회사는 목소리 변환 앱을 개발했다. 앱을 실행하면 다양한 목소리를 지닌 25가지 캐릭터가 나온다. 캐릭터를 선택하면 해당 목소리로 녹음·통화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산타 목소리로 사랑을 전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 창업했다”는 보스크 CEO는 이 기능을 카톡·위챗·왓츠앱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270만 건을 넘었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부담 벗어야 정부의 지원 좋지만 규제 경계해야

#2. 스페인 스타트업 코쿤은 웹페이지를 앱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쿤 웹사이트에 접속해 특정 웹 주소를 입력하고 ‘전환’ 버튼을 누르면 2분 만에 모바일 앱이 뚝딱 만들어진다. 애플 iOS용, 구글 안드로이드용 모두 가능하다. 이렇게 만든 앱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검색도 된다. 에네코 크노르(41) 코쿤 CEO는 “앱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내년에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스페인의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힌다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유럽 최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스페인 텔레포니카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와이라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텔레포니카가 2001년부터 운영해온 이 프로그램은 스페인·영국·중국·독일 등 12개 국가에 아카데미를 두고 520여 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두 CEO와 미구엘 산체스 모밋(스마트 온도조절장치) CEO, 길렌 빌바오 바로 디지니젠(중증 환자 기저귀 교체 알람 센서) CEO 등 4명은 KT와 텔레포니카의 제휴로 4월 초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2주 동안 서울 강남의 디캠프·마루180·구글캠퍼스와 경기도 성남에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고 한국 투자자들과 스타트업 CEO들을 만났다. 직접 협업공간에서 업무를 하며 한국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도 경험했다. 최근 롯데그룹이 창업전문투자회사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는 등 한국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와이라 프로그램은 무엇을 지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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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구엘 산체스 | 모밋 CEO | 스마트 온도조절장치 | 1년 5개월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제품·기술 개발, 마케팅, 유통, 투자 유치와 관련한 교육을 한다.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투자자를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텔레포니카의 관계사와 고객을 사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와이라 프로그램의 특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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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코 크노르 | 코쿤 CEO | 웹페이지 앱 변환 프로그램 | 2012년 참여해 현재는 협업 관계

“우선 정부 지원 없이 민간기업이 모든 것을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보육기간이 따로 없고 실질적 성과가 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장점이다. 또 창업 경험이 있는 다양한 국적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멘토 역할을 하는데, 원하는 사람을 골라 일정만 맞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가령 일본 진출을 원할 때는 일본인 멘토를 선택하면 유리하다. 와이라는 한번 관계를 맺으면 오래 유지한다. 2012년 프로그램에 참여한 코쿤은 현재 텔레포니카의 협력사로 일하고 있다. 가끔 와서 성과만 점검하는 게 아니라 정말 협업하는 기분이 든다.”

한국에선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이 함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스페인에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창업 보육에 나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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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렌 빌바오 바로 | 디지니젠 공동창업자 | 중증 환자 기저귀 교체 알람 센서 | 1년

“요즘 들어 많은 대기업이 기존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보다 기존 시장과 체계를 무너뜨리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미 관료화된 대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이들이 전문 분야의 기술 동향을 일찍 파악하고 훗날 협업 가능한 잠재력 있는 회사를 찾기 위해 스타트업과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라 본다. 사회공헌의 뜻도 있다.”

한국에서 2주 동안 창업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흠…. 같이 떠들고 의견을 내면서 교류하고 싶었는데 한국의 협업 공간은 도서관처럼 엄숙한 느낌이다. 대화를 하려 했는데 조용히 해달라고 하더라. 외국 스타트업을 초청했을 때 외국팀끼리 모아놓지 말고 한국팀과 섞어 서로 뭔가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한국은 늘 ‘글로벌 진출’을 강조하는데 꼭 해외에 나가야만 세계적인 게 아니다. 외국어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아이디어와 영감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지 않나. 피자와 맥주만 있다면 우리가 알아서 친해질 수 있다(웃음). 또 방문 기간이 짧아서 한국의 비즈니스 매너나 관행을 배우지 못해 아쉬웠다.”

기억에 남는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가 있다면.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이 한국의 사업 환경을 현실적으로 알려줘 좋았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임동욱 부장은 한국 스타트업과 교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임 부장은 컴투스 미국 지사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말이 잘 통했다.”

스페인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인가. 한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미국 실리콘밸리만큼은 아니지만 스페인의 스타트업들은 창업 환경에 만족하는 편이다. 분야에 따라 좀 다르지 않을까. 게임 분야 스타트업이라면 한국에서 창업하기 정말 좋을 것 같다. 스페인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분야에 강점이 있다. 스페인 정부 역시 한국의 모태펀드(정부 벤처투자금)처럼 자금 지원을 해주지만 민간 벤처캐피털(VC)에 많은 부분을 맡기고 직접 관여하진 않는다. 한국 정부가 창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필요 없는 규제로 사업을 제약하거나 현장과 소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스페인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과제다.”

한국의 스타트업 CEO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유럽 스타트업들이 ‘GO ASIA(아시아로 가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 모두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다. 특히 한국은 지하철에서 모두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볼 만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했다. 좀 더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언제든 한국에 와서 일할 생각이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늘 벼랑 끝에 선 듯한 삶에 준비가 됐다면 창업하라’고 말하고 싶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 시장 체계를 파괴하고 결국 이를 장악해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단순, 편리, 저렴한 가격에 중점을 둔 방식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이런모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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